美 “김하성은 뛰어날 것이라 확신, 문제는…”…초짜 2루수 어깨에 SD 내야 운명 달렸다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김하성이 뛰어난 유격수 수비를 발휘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시범경기에서 4-7로 졌다. 샌디에이고의 시범경기 전적은 1승 4패가 됐다.
비록 샌디에이고는 경기에서 패했지만, 김하성은 맹타를 휘둘렀다.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멀티 출루로 활약한 김하성의 시범경기 타율은 0.750이 됐다. 출루율은 0.857, OPS(출루율+장타율) 1.857을 기록 중이다. 김하성은 시범경기 내내 안타를 때려내며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했다.
첫 타석부터 김하성은 안타를 생산해냈다. 2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김하성은 상대 선발 벤 라이블리의 초구를 받아쳤다. 공은 유격수 방면으로 강하게 날아갔고, 클리블랜드 유격수 타일러 프리먼이 점프 캐치를 시도했지만 포구하지 못했다. 그 사이 김하성은 1루에 안착했다. 김하성은 출루했지만, 후속 타자 주릭슨 프로파의 내야 땅볼 때 2루에서 아웃됐다.
김하성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눈 야구로 출루했다. 1사 1루 상황에서 김하성은 바뀐 투수 앤써니 고즈를 상대했다. 김하성은 공 네 개를 연속해서 골라내면서 볼넷을 얻어냈다. 김하성은 루이스 캄푸사노의 좌전 안타, 제이콥 마시의 볼넷으로 3루까지 갔지만, 매튜 바튼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홈을 밟지 못했다.
5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하성은 2사 2루 때 앤써니 반다와 맞붙었다. 김하성은 공격적으로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했다. 김하성은 삼구삼진을 당했다.
수비에서도 김하성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2회에는 김하성은 스티브 콴과 마일스 스트로우의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렸고, 3회 라몬 로레아노를 아웃 처리할 때도 김하성은 타구를 안정적으로 받아낸 뒤 2루로 토스, 잰더 보가츠가 1루로 재빨리 공을 뿌려 병살타를 완성시켰다.
김하성의 호수비는 계속됐다. 4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후안 브리토의 타구가 내야에 떠올랐다. 김하성은 침착하게 낙구 지점을 포착한 후 안정적으로 받아냈다. 5회에는 러닝스로우를 선보였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콴이 친 타구가 김하성 방면으로 크게 튀어 올랐다. 김하성은 달려들어 공을 잡아낸 후 빠르게 1루로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공격에서는 물오른 타격감을,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김하성은 올 시즌 기대감을 드높였다. 지난해 주로 2루수로 뛰면서 3루수, 유격수까지 소화했던 김하성은 최고의 수비수들에게 주어지는 내셔널리그 유틸리티부문 골드글러브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마이크 쉴트 감독은 김하성을 유격수로 기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포지션을 이동하게 됐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스프링트레이닝 도중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올 시즌 김하성을 유격수로, 잰더 보가츠를 2루수로 기용할 것이라 밝혔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보가츠는 2023시즌을 앞두고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700억원) 빅딜을 맺고 샌디에이고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몸값 높은 유격수의 포지션을 바꾼다는 건 큰 결단이다. 심지어 보가츠는 3루수로 뛴 적은 있어도 2루수는 뛰어본 적이 없다.
포지션 변경 후 보가츠는 “유격수로 계약을 했지만, 나는 야구에 죽고 사는 사람이다. 내가 2루수로 가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김하성의 수비를 존경한다. 유격수 자리를 내려놓게 되면서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팀에 더 좋은 방향이라면 받아들이겠다. 내가 2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원하지 않았다면 거부 의사를 밝혔을 것이다. 2루수 변신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하성도 보가츠의 답변에 놀라워했다. 그는 “나도 부담이 됐다. 유격수로 계속 뛰었고 가장 편안한 포지션이기도 하다. 그런데 갑자기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기도 했다. 팀에서 믿어준다는 생각으로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보가츠도 양보를 해줬다. 큰 결정을 내린 거라 생각한다. 더 잘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낯선 포지션에 선 보가츠는 시범경기에서도 어색한 모습을 보여줬다. 클리블랜드전에서도 그랬다. 1사 1루 상황에서 로레아노의 평범한 내야 땅볼을 잡아낸 보가츠는 병살타를 만들기 위해 2루 커버를 들어가는 유격수 김하성에게 공을 토스했다. 그런데 송구가 높게 형성됐고, 포구 과정에서 김하성의 발이 베이스로부터 떨어졌다. 결국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올리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com도 이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매체는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유격수로 뛰었던 보가츠가 2루수로 전향했다. 프로에서 단 한 번도 2루수로 뛰어본 적이 없다. 계속해서 수비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 예상되지만, 보가츠는 다양한 컷 오프 규칙, 타구가 날아오는 각도, 더블 플레이를 할 때 동작 등 새로 익혀야 하는 것들이 많다”며 보가츠가 2루수 전향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MLB.com은 “보가츠는 내야 오른쪽에서만 플레이를 해왔다. 보가츠는 ‘처음 2루수 수비 연습을 마치고 유격수 방면으로 날아가는 공을 보니 머리가 약간 아팠다. 나는 보통 그런 타구를 정면에서 봤는데, 지금은 옆에서 바라보고 있다.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경기에서도 1회 땅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하성에게 토스한 공이 높았다. 이 모습은 보가츠가 성장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다”고 했다.
그래도 다른 타구를 처리할 때는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순조롭게 2루수로 변신하고 있는 인상을 심어줬다. MLB.com은 “보가츠가 2루수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샌디에이고가 바라는 모습이다. 김하성과 보가츠의 수비는 지난 시즌에도 이미 훌륭했다. 김하성은 최고 수준의 내야수이며, 유격수로 뛰었을 때 수준 높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보가츠도 매일 추가 훈련을 하며 2루 수비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보가츠가 2루수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하성이 유격수 자리에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보가츠까지 2루수로 변신한다면 샌디에이고는 더욱 탄탄한 센터라인을 구축하게 된다. MLB.com은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이 뛰어난 유격수 수비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또 매니 마차도와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내야 코너를 지킨다. 보가츠가 2루수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하는 지가 중요하”며 보가츠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짜’ 2루수 보가츠의 활약이 매우 중요해진 샌디에이고다. 내야진 구성은 이미 훌륭하다. 보가츠가 2루수로 안정감을 보여준다면, 김하성과 보가츠가 지키는 내야는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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