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압박 수위 고조속… ICJ ‘이, 팔 점령’ 최종 심리

튀르키예 등 “점령 불법”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적법성을 판단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 심리 마지막 날인 26일 튀르키예와 아랍연맹이 이스라엘의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재판 결과에 시선이 쏠린다.

이날 ICJ 재판 심리에서 튀르키예는 57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평화를 가로막는 진정한 장애물”이라고 비판했다. 튀르키예는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공격 등 역내 갈등의 뿌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있다고 주장했다. 아랍연맹도 이날 심리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국제 정의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지 못한 것이 오늘날 집단 학살에까지 이르는 참상으로 번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6일간의 심리를 마친 재판부는 추후 판결 날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재판부가 약 6개월 후에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번 재판의 성격 자체가 유엔 총회 요청에 따른 법률 자문이어서 판결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판부가 이스라엘의 점령을 불법으로 판단할 경우 이스라엘은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 압박이 높아진 때문인지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과 관련한 주요 요구 사항을 완화했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 대가로 테러 혐의로 장기 복역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마스도 이스라엘 완전 철군 등 기존 입장을 일부 철회했다. 이 요구안은 양측이 협상이 불가능한 의제라며 고수해왔던 것들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와 전쟁의 종식을 주장해온 측면에서 주요 장애물이 해결됐다”며 “(이스라엘 인질과 맞교환 석방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에 대한 하마스의 요구도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혁 압박을 받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각료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이는 하마스 소탕 후 PA가 가자지구 통치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온 미국의 자치정부 개혁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