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만큼은 금지된 클럽과 담배, 욕설 등에 관하여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1세대 아이돌그룹의 팬덤은 오늘에 비하면 힘이 약했다. 물론 애정하는 그룹의 앨범을 사들여 그들의 위상을 높여주는 힘은 막강했지만 판타지 속에 존재하던 가수가 실망스러운, 그러니까 신비주의를 깨고 보통의 그 나이 때 남자, 여자가 할만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의 힘은 더없이 약했다. 조용히 마음을 접고 으레 말하는 ‘탈덕’을 한더거나 체념하고 받아들이거나 했는데 공통점은 둘 다 묵인을 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당시의 아이돌그룹은 신비주의 속에서 자신을 잘 감추고 있다 생각했겠지만. 일명 ‘빠순이’ 생활을 한 팬들은 적지 않게 목격했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가 얼마나 클럽을 즐기고, 골초인지, 간혹 술에 취해 집 앞에서 기다리는 팬들에게 욕설을 내뱉기도 하는 순간을,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을 그들 안에서 소화를 시킨 채 어디에도 발설한다거나 소문을 내지 않았다. 사실 소문을 낸다 해도, 기자에게 어떤 제보를 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퍼지지도 않았으며 때로는 남들은 모르는 스타의 본모습을 안다는 점에 나름의 만족감을 느끼기도 했다 할까.
설사 열애설로 잠적해 소식을 알 수 없다는 스타와 우연히 같은 장소에 머물게 된 상황을 맞닥뜨린다 해도 그냥 가까운 지인들에게 흥분된 어조로 전달한 게 다일 뿐, 사진을 찍어 불특정 대다수에게 공유한다는 등의 생각은, 그럴 방도도 딱히 없을뿐더러 일절 하지 못했을 테다. 그때는 아이돌 그룹이나 스타들이 방송국 내에서 혹은 기자들만 잘 경계한다면, 사적인 생활에서 그리 치밀하게 굴지 않아도 신비주의로 일괄하는 게 어렵지 않을 만큼 정보가 오가는 통로가 많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오늘의 상황은 현격히 다르다. 먼저 굳이 연예 신문이나 잡지 같은 곳을 통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스타에 관한 정보를 얻고 공유할 곳이 무궁무진해졌다. 네트워크상에서의 교류는 물론, SNS가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목격한 무언가에 대해, 알리고 파장을 일으킬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떤 때는 기자가 일반인이 게시한 정보를 기사로 재배포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팬덤의 힘 또한 여러모로 강해졌다. 어떤 스타의 팬이 된다는 것은 그 혹은 그녀가 제공하는 이미지와 판타지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이 선사하는 만족감을 적극적으로 누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일이다. 애정이라 달리 표현할 수 있겠는데 이제는 이 애정 어린 의지가, 이전 세대로부터 습득한 것에 따라, 해당 스타가 성장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섭리까지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팬덤은 자신이 애정을 쏟아부어 성장시킨 아이돌 그룹의, 스타의 판타지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러할 권리를 당연하게 여긴다.
이전처럼 묵인하거나 체념하고 받아들인다거나 하진 않는다는 소리다. 그리하여 오늘의 아이돌 그룹이나 스타는 과거의 신비주의보다 더욱 견고한 수준의 이미지 관리를 필요로 하는데, 만들어진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도록 매 순간 신경을 곤두세우고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차라리 어떤 잡음도 일어나지 않게, 아예 이미지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는 방향으로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라 하겠다.
최근 클럽에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목격되어, 팬이 듣기로 욕설했다 여길 만한 상황이 발생하여 곤혹스러운 논란 가운데 놓인 아이돌 가수, 스타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어떤 이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또 어떤 이는 루머로서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이에 혹자는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클럽에 가거나 담배를 피운다는 게, 설사 욕설을 내뱉었다 해도 대대적인 지탄을 받고 고개 숙여 사과할 만큼 크나큰 잘못인가 반문하기도 한다.
물론 옳은 이야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재 스타와 팬이 맺고 있는 관계가 대입되지 않은 상태에 한에서다. 그들이 구축한 이미지나 판타지에 의해, 팬덤에게는 충분히 도의적인 선을 넘은 잘못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이 팬덤에게는 그들만은 해서는 안 될 잘못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아이돌 그룹, 스타로 살아가는 일은 이토록 어렵고 무겁다. 어쩌면 반짝이고 화려한 삶의 형체를 얻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대가일지도 모르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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