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기밀 불법취득 사실 출장보고서, HD현대重 임원 결재 '논란'

박응진 기자 2024. 2. 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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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검찰단 조사 과정서 '중역 결재했다' 직원 답변 확인
오늘 입찰 참가제한 여부 심의…KDDX 건조 사업 참여 기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등 함정 모형. 2023.6.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불법취득한 사실을 보고한 보고서에 HD현대중공업 임원(중역)이 결재한 정황이 담긴 진술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27일 뉴스1이 확보한 국방부검찰단의 사건기록에 따르면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돼 유죄가 확정된 현대중공업 직원 9명 중 1명인 A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국방부 검찰단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이처럼 진술했다.

검찰단은 A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2014년 2월 14일 KDDX 관련 군사비밀을 불법으로 촬영하기 이전 이미 내부적으로 군사비밀인 KDDX 관련 자료를 열람하자고 논의했다"라며 "군 실무자와 협조 후 이를 내부보고해 결재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검찰단은 이어 "2014년 2월 14일 피의자를 포함한 5명의 직원이 해군본부 회의를 출장을 이유로 방문해 군 실무자로부터 군사비밀을 제공받아 열람 후 불법으로 촬영해 탐지·수집했으며, 이를 국내출장 복명서를 통해 열람한 사실을 보고했다"라며 "이를 피의자,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다. 맞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A씨는 "예"라고 답했다.

이는 군사기밀 불법취득 사실을 출장복명서를 통해 보고했고, 그 결재라인에 A씨와 특수선사업부의 부서장 뿐만 아니라 임원이 포함돼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역은 통상 임원을 가리키며, 현대중공업엔 5명 안팎의 임원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군사비밀 자료를 열람하고 동영상 촬영해 활용한 것에 대해 상급자들이 다 알고있었던 것 아닌가요" "상급자들이 그래서 결재도 한 것 맞지요" 등 검찰단의 질문엔 각각 "맞다" "그렇다"라고 진술했다.

A씨는 "피의자 및 출장자들이 2014년 2월 14일 KDDX 선행연구 자료를 열람하도록 언제 결정된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출장가기 전에 열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라고도 말했다.

A씨는 KDDX 개념설계 보고서가 군사비밀이란 사실을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은 알고 있으며, 이 자료를 불법 수집한 건 장보고-Ⅲ 배치(유형)-Ⅱ 선행연구사업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었단 취지로도 진술했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정황들을 바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9명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의 임원 또한 KDDX 관련 군사기밀을 불법취득하는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돼 각각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 직원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약 3년 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

현대중공업은 불법 취득한 자료를 비인가 내부 서버(NAS)에 관리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또한 임원에 대한 보고 또는 결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임원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달 경찰은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준 의혹을 받는 왕정홍 전 방사청장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현대중공업이 이 자료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외부업체와 계약을 맺은 현대중공업 관계자 등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원이 개입했다면 이미 관련 수사가 이뤄졌을텐데 그런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임원이 실질적으로 개입하진 않았단 반론도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불법행위에 임원은 전혀 개입되지 않았고, 수사기록의 단편을 악의적으로 짜맞춘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했다.

방산업체 직원들은 통상적으로 '군사기밀을 열람했다'는 내용을 출장 결과 보고서에 담으며 이를 임원이 결재를 한 것이지, 군사기밀을 불법취득했다는 내용의 출장 결과 보고서에 결재를 한 건 아니라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오후 2시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현대중공업 관련 안건을 심의한다.

심의 결과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 또는 과징금 등의 처분 △처분 면제 및 행정지도 △심의 보류 △각하 등으로 나올 수 있다.

이날 심의 대상엔 청렴서약서 위반 관련 임원의 개입 가능성도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청렴서약서는 임원이 사인을 한다.

이미 보안감점(-1.8점)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입찰참가 제한 제재를 받으면 기본설계를 수주한 KDDX 건조 사업에 대한 참여가 불투명해진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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