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사표는 反헌법적… 정부 업무개시명령, 기본권 침해 아냐[Deep Read]

2024. 2. 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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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수의 Deep Read - 의사 집단행동과 헌법정신
정부의 명령, 공공성 해치는 ‘직업행사의 자유’ 제한…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와는 달라
목적 정당성·방법 적절성·법익 균형성 등 ‘과잉금지원칙’ 합치… 국민 적대시하는 행동, 공감 못얻어

의료활동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것이기에 특별한 존중을 받는다. 세계 어느 나라든 의사라는 직업이 선호되는 것도 그 때문이며, 이에 상응하는 공적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수천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의사들의 규범으로 인정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늘날 의사에 대한 존경심이 예전과 같지 않지만,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의사라는 직업과 직분의 의미와 중요성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 집단 사표로 촉발된 사실상의 대규모 의사 파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의사사회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으로 대응하는 것을 놓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즉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직업의 자유’ 전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행사의 자유’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이를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내용 침해로 볼 수는 없다.

◇직업행사의 자유

의사라는 직업은 법적으로 여타의 직업과 달리 취급된다. 헌법상 보장된 직업의 자유가 인정되면서도, 그 공공성으로 인해 특별한 제한의 가능성이 더욱 크게 인정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단 의사만은 아니다. 예컨대 공무원에 대해서는 직업의 자유, 특히 직업행사와 관련한 집단행동에 대해 특별한 제한이 인정되고 있다. 노조원이 파업할 경우에도 쟁의행위의 요건과 절차를 갖춰야 하며, 공공성이 강한 직종일수록 제한의 강도는 높아진다.

최근 의사사회의 집단행동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점증하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집단 사표 등에 대한 논란도 첨예화하는 중이다. 집단 사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논의에 앞서 과연 집단 사표의 의미는 무엇이고 이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의료대란을 발생시킨 주된 행위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표이다. 이를 직업선택의 자유를 행사한 것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정확한 해석이 아니다.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헌법학계의 통설과 헌법재판소 판례는 이를 ‘직업의 자유’로 넓게 해석하며, 이를 다시 ‘직업선택의 자유’와 ‘직업행사의 자유’로 나눈다. 의사가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지만, 의사의 개업이나 직장 변경 등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매우 엄격한 요건하에, 즉 매우 중대한 공익적 필요성에 따라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그보다 완화된 요건으로도 가능하다. 예컨대 의사가 될 수 없게 의대 정원을 제한하는 건 중대한 제한이어서 엄격한 요건을 필요로 하는 반면, 의사들의 직장 변경을 제한하는 건 그보다 덜 엄격한 요건으로도 가능하다.

◇헌법적 해석

물론 직업행사의 제한이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모든 기본권 제한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라는 목적을 위해서만, 법률에 근거해서만, 또한 ‘과잉금지원칙’에 따라서만 제한될 수 있으며,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의사의 집단행동을 제한하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전공의 집단 사표에 따른 의료 공백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며, 따라서 공공복리라는 기본권 제한의 목적은 충족된다(목적의 정당성). 의료법 제59조에 의해 법률적 근거가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가장 조심스럽게 평가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의사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협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명백하다(방법의 적합성). 또한 현재로는 업무개시명령보다 더 효과적인 다른 대안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침해의 최소성).

나아가 과잉금지원칙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의사의 직업행사의 자유가 더 중요한지를 비교·형량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국민의 생명·건강보다 의사의 직업행사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법익의 균형성).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막기 위해 집단 사표 제출 등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는 건 가당치 않다.

◇집단행동의 문제점

의사 집단행동의 시발점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이었다는 점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의사 숫자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그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제공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점은 로스쿨제도 도입을 결정할 당시의 법조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응급실 뺑뺑이’ 같은 감당하지 못할 상황을 체감한 국민 대부분은 바로 이런 점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의사협회 쪽에서는 정부가 충분한 협의 없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충분한 협의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그동안 협의 절차가 없었던 것은 분명히 아니며, 단지 의사협회 쪽에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의사협회가 수용할 수 있을 때까지 협의해야 할 충분한 협의라는 건 무엇인가.

둘째,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을 막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대안이 제시되고 이를 통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의사 숫자가 충분하며 출산율 저하 등으로 향후 의사 증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만으로는 고령화 사회에 따른 의료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국민을 납득시킬 수는 없다.

셋째,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비도덕적이다. 그로 인해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그것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에 맞는가.

◇국민 공감 얻었나

의사사회는 “의사 이기는 정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이 그들의 편에 섰을 때이다. 지금 의사 집단행동은 국민을 적대시하는 행동이다. 이런 행동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고, 성공할 수도 없을 것이다.

헌법학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용어설명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중단, 집단 휴업, 폐업하는 경우 업무를 개시하도록 명령하는 것. 의사법과 약사법 등에 규정. 국민 생명권과 직결됐다는 점에서 합헌 의견이 지배적.

‘과잉금지원칙’이란 기본권 제한이 정당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헌법적 원칙. ‘비례성 원칙’이라고도 함.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으로 구성됨.

■ 세줄요약

직업행사의 자유:의사는 상당한 공공성을 갖는 직업. 의사 집단행동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으로 대응한 것이 ‘직업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이 있지만, 실은 공공성을 해치는 ‘직업행사의 자유’만을 제한하는 것으로 봐야.

헌법적 해석:직업행사의 자유 역시 기본권인 만큼 ‘과잉금지원칙’으로만 제한할 수 있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과잉금지원칙 구성 요건을 충족시켜.

국민 공감 없이는:의사사회는 “의사 이기는 정부 없다”고 하지만 국민 이기는 의사도 없어. 지금 의사사회의 집단행동은 국민을 적대시하는 행위. 이런 집단행동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고, 성공할 수도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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