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식도 이렇게 때리냐”…고교생 곤봉 진압, 이탈리아 ‘분노’

이탈리아 경찰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강경 진압 장면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경찰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을 곤봉으로 가격하는 등 강경 진압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중부 도시 피사에서 경찰이 진압용 곤봉으로 시위 참가 고등학생들의 머리를 마구 내리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영상에는 행진하던 학생들이 경찰의 곤봉 세례를 받고 황급히 물러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지켜보던 한 여성은 경찰을 향해 “네 자식도 이렇게 때리느냐”고 항의했다.

시위대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행진하고 있었고 참가자 대부분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야권은 경찰의 강경 진압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 탓이라며 책임질 것을 주장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용납할 수 없다”며 “멜로니 정부는 이 나라에 억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장관 뒤에 숨지 말고 의회에 출석해 이번 사건을 직접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야당 오성운동(M5S) 대표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우려스럽다”며 “이탈리아에 걸맞지 않은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 가운데 일부가 다니는 피사의 루솔리 고등학교 교사들은 성명을 내고 “우리 반 남녀 학생들이 구타로 인한 충격으로 떨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국가의 권위는 곤봉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며 “젊은이들에게 곤봉을 휘두른 것은 실패”라고 지적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전날 한 인터뷰를 통해 “공공질서 관리에 관한 규칙은 변하지 않았다”며 “할 일을 한 경찰에 대해 모두 손을 떼라”고 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 의원들도 이번 사건은 학생들이 경찰을 도발했기 때문이라며 경찰은 할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