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노력에 稅혜택 예고한 ‘밸류업’…“원조 주주환원株 주목해야” [투자360]
26일 발표 ‘밸류업’엔 실망 기류…보험·銀·車·證 관련주 26일 증시서 ‘뚝’
“경영진 자발적 주주환원 의지, 향후 관련株 주가 향방에 결정적”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주가 부양책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며 관련 수혜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자사주 소각과 배당 등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공언한데다, 중장기적으로 주가 부양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금융 당국이 각 기업 체질 개선 노력의 ‘자발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겠다고 한 만큼 고(高) 배당성향 종목과 자발적인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상반기 중으로 자사주 소각과 배당을 통해 주가 저평가 해소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 세제 혜택으로는 법인세 감면, 자사주 소각 비용 손금 인정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 배당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주주환원에 대한 세제 지원안도 검토 대상이다.
당초 밸류업 세제 지원안은 전날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구체안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못하면서 제외된 바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주가 부양책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 중 하나로 꼽히던 것이 구체적인 세제지원책”이라며 “후속대책 발표가 예고된 상황에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당장 전날 주식 시장에선 '자율성'에 기댄 권고 형식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한 실망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6일 하루 한국거래소(KRX)가 도출한 총 28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가장 낙폭이 컸던 5개 지수는 KRX 보험(-4.30%), KRX 은행(-3.61%), KRX 300 금융(-3.19%), KRX 증권(-2.74%), KRX 자동차(-2.07%%)였다. 모두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 주로 포함된 대표적인 ‘기업 밸류업’ 수혜주로 꼽혀왔다.
전날 KRX 보험 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종목과 KRX 증권 지수를 구성하는 11개 종목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화손해보험(-11.17%), 한화생명(-9.60%), 현대해상(-7.07%), 삼성증권(-3.95%), 키움증권(-3.56%), 미래에셋증권(-3.02%) 등이 대표적인 종목이다. KRX 은행 지수도 카카오뱅크(+0.17%) 1개 종목을 제외하고 9개 종목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KRX 자동차 지수에서도 현대차(-2.05%), 기아(-3.21%),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5.11%)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증권가에선 당장 급등했던 저 PBR 종목들의 경우 단기적 되돌림 현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 의지가 강했던 종목들의 경우엔 ‘주가 밸류업’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관심 속에 우상향 곡선을 추세적으로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종목이 바로 메리츠금융지주다. 전날 ‘실망 매물’이 대거 출회하며 금융주가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서도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만은 3.15% ‘나 홀로’ 상승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발(發) 주가 부양 프로그램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등 주가 저평가 해소에 적극 나서온 것에 투심이 몰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미 수년 전부터 주주환원율 50%, 자사주 매입·소각률 100% 달성 등의 주주환원 드라이브를 건 바 있다.
금융 당국이 ‘자율적’ 주주환원 의지를 보이는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조하는 상황 속에 투자 전문가들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주주환원에 적극 나섰던 종목들의 투자 매력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성장 기업 스스로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고 이행한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주주환원 의지가 향후 관련주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주환원율 등 수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중 지난해 배당성향 상위 10개 종목은 삼성전자(93.97%, 추정치), 고려아연(84.84%), KT&G(75.21%), SK(72.41%), SK텔레콤(69.14%), HMM(60.84%), LG화학(45.91%), KT(42.59%), POSCO홀딩스(40.59%), 삼성화재(39.33%) 순서다.
자사주 소각 기업 지원에 대한 금융 당국의 드라이브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사주 소각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그만큼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높아진다.
2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내 35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자사주 보유 및 소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은 최근 1년간 약 1조원(780만7563주)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소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도 창사 이래 처음 7936억원어치(491만9974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KB금융 6200억원, KT&G 6176억원, 신한지주 4993억원, 하나금융지주 4500억원, 셀트리온 3599억원, 현대차 3154억원, 네이버 3053억원 등이 자사주 소각에 적극 나섰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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