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감옥에 있는 '네임드' 전세사기범들의 집 수천 채를 단기월세로? 조직적 꼼수의 실체는

이호건 기자 입력 2024. 2. 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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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배후 추적단]


전세사기 경매집 단기임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메일로 제보 하나가 왔습니다. 부동산업자가 임대인에게 경매집 단기임대를 맡기라고 권유하는 통화 녹취였습니다. 임대인이 통화한 업자들은 인천 부동산 3곳인데, 모두 이런 단기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곳들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전세사기집들이 단기월세로 운영되고 있는 실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통화 녹취에서 드러난 실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을 넘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들은 대규모로 그리고 아주 조직적으로 경매집 단기월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확보한 통화 녹취를 중심으로 그 실태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이하 부동산업자들의 통화 내용은 글씨를 굵게 처리했습니다.

18명이 수천 채 관리.."우린 이거 전문이에요"


임대인-인천 A부동산 간 통화

"B부동산이랑은 이제 협업을 하고요. 임대인은 한 7~8명 정도 돼요. 저희 부동산에서 관리하는 것만 지금 1,500 채예요.

"(몇 명이서 하고 있는 거예요?) 한 18명 정도 돼요"

"저 혼자만 관리하는 게 한 180채 정도 되고요. 이것만 저희 전문적으로 하고 있어요."

인천의 A 부동산은 B 부동산과 연합으로 협업해 경매집 단기월세를 놓고 있었습니다. 자신들도 협업하고 있다고 인정했고, 저희 취재진이 찾아갔을 때 A 부동산 직원의 명패가 B 부동산에서도 발견됐으니 사실상 공동체라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두 부동산 합쳐서 직원 18명이 임대인 7~8명의 집들을 봐주고 있는데 그 규모가 무려 1,500채나 된다고 합니다.

"(몇 백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요?)네. 1,000채도 있어요. 소위 말해 거물급 분들도 계시고. 사실 저희가 지금 들어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80% 70%가 다 경매예요.

낙찰이 될 물건들이 많아서 그러면 다시 또 회전을 시키죠. 저희가 다른 임대인분도 지금 컨택을 하고 있고"

전세사기를 비롯해 보증금 못 돌려줘 경매 넘어간 집들 수천 채를 단기월세로 넘기고 있다는 겁니다. 낙찰되면 그 집은 버리고 다른 경매집을 찾아 채워 넣는 방식입니다.

인천에 있는 C부동산 역시 이런 단기월세 전문인데 여기는 A, B 부동산과 협업하지 않고 홀로 하는 이른바 '혼자서도 잘해요' 부동산이었습니다.

임대인-인천 C부동산 간 통화

"장담드리는데 저희 이길 데 없을 겁니다. 저희가 7백 몇 개가 될 거예요. 세입자가 맞춰져 있는 집이요. 총 나올 집이 한 2천2백 개가 넘을 겁니다."

이곳은 직원 6명이 단기임대를 맡고 있는데 역시 앞선 A, B 부동산과 비슷하게 조직적으로 대규모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구속된 네임드들 다 우리가 관리"

"저희 구속된 사람도 하고 있습니다. 혹시 박00 최00 권00 아실까요? 임대인분이 아실 만한 '네임드'들은 거의 다 저희가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고요. 감옥에 가서 이분 인감증명서랑 인감도장 받아올 수 있는 대리인이 필요합니다."

"들어보셨죠? 최00 씨. 최00 씨가..원래 권00하고 박00 씨가 친척. 권00은 동네 선후배 사이고 박00은 그 처제예요, 대리인이 최00의 형입니다. 그분이 관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분 통해 다 동의 받고 인감증명서 확인하고 위임장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이 부동산업자들은 자신들이 이른바 네임드, 유명한 전세사기범들 집들을 다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천의 권00, 화곡동의 박00, 최00, 구리의 고00까지 그들 소유 경매 빌라들을 단기임대 주고 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구속된 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속된 전세사기범으로부터는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위임장을 받은 뒤 대리인을 내세워 운영하고 있다고 이들은 실토했습니다.
"무조건 50대 50입니다. 임대인 50% 드릴 거고 저희 50% 가져갑니다"

단기월세로 벌어들이는 돈은 임대인과 부동산업자가 반반씩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결국 전세사기범들은 부동산업자들을 통해 감옥 안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큰돈을 벌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떼돈 벌면서 차명계좌로.."세금 내는 액션해야 재판에 유리"

임대인-인천 부동산업자 간 통화

"만약에 100채를 1년 굴리면 월세가 얼마 될 것 같으세요? 무시 못하는 금액이라. (어떤 임대인은) 이 소득으로 해장국집 100평짜리 차리셨고. 제 통장만 해도 하루에도 몇천만 원씩 왔다 갔다 하거든요"

이들은 보증금 없이 3개월 선납 조건으로 단기 월세를 받고 있습니다. 집 한 채면 그리 큰돈이 아니지만, 수백 채, 수천 채가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현금이 왔다 갔다 하는 건데 임대인은 물론이고 부동산업자들도 절반을 가져가다 보니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제대로 된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 납부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아닌 지인 계좌, 차명 계좌로 월세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원래는 수익성이 이렇게 나오면 세금 많이 내셔야 돼요. 저희가 임대인분 통장으로 (월세를) 받지 않고 임대인분이 정말 믿을 만한 분 통장으로 돈을 받는 겁니다."

"(통장을 지금 법인 통장 한 군데에다가 다 받고 있어요?)"

"아니요. 좀 여러 개 있어요. 여러 개로 쪼개서"

"국세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길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요. 내부 고발밖에 없습니다. 하루에 1~2억 왔다 갔다 해도 절대 잡을 수가 없어요."

업자들은 웬만해선 국세청에 걸일 일이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임대인들에게 수입의 일부는 꼭 세금을 내라고 조언했는데 알고 보니 그 이유가 참 가관입니다.
"저희는 20%가량은 무조건 세금을 내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그것도 국세를 먼저 내시라고"

"단기 월세라고 하더라도 임대인분도 아시겠지만 경매가 진행되는 게 빠른 게 있고 경매가 늦게 진행이 되는 게 있어요. 이거의 가장 큰 차이는 세금을 내느냐 안 내냐의 차이가 있고요. 또 중요한 게 뭐냐면 물건 개수가 많다고 하면 경찰 조사받을 수가 있고 재판받을 수 있단 말이에요. 임대인 중에 세금을 내고 있는 사람과 안 내고 있는 사람은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게 정말 재판에서 엄청나게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네, 그렇습니다. 이들은 일부 세금 내는 척하는 액션을 취함으로써 경매를 늦추고 더 나아가 나중에 문제가 돼서 경찰 조사받거나 기소돼 재판받을 때 유리한 정황을 만들 수 있다고 임대인들에게 조언하고 있는 겁니다.
"재산 은닉은 완전히 불투명하게 그냥 한 푼도 세금을 안 내고 그랬을 경우에 재산 은닉이 되는 거지.. 그래서 조금씩은 세금 내면서 뭔가 상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그런 거를 좀 액션도 취하시고"

부동산업자들이 전세사기 경매집 단기월세를 위한 구체적이고 정교한 탈세 꼼수 매뉴얼을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호건 기자 hoge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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