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과감한 부양책” vs “弱위안땐 자본유출”… 中 경제 ‘딜레마’[Global Economy]
양회서 ‘5% 성장률’ 제시 포석
中당국, 경제 불지피기 안간힘
기준금리 0.25%P 전격 인하
공매도 규제로 증시 띄우기도
전문가 “금리인하 폭 역부족”
‘더 강한 부양조치 출현’ 분석도
정부는 부채리스크 등에 고심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에 휩싸이자 중국 정부 당국이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오는 3월 4일 열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경기 침체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재 중국의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쏟아지는 중국의 경기부양 = 최근 중국 당국이 내놓는 증시 부양 및 경기부양책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일 런민(人民)은행은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사상 최대치인 0.25%포인트 인하한 3.95%로 고시했다.
또 중국 국유은행들은 정부의 주문에 따라 적격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해 최소 600억 위안(약 11조115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배정했다. 이 가운데 농업은행은 이날 화이트리스트에 들어간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해 400억 위안 이상의 대출을 승인했다. 또한 지난 7일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하고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1.8%) 동결 등을 통해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폭락한 증권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새로 부임한 우칭(吳淸)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주석은 취임 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악성 공매도 규제에 나섰고, 주식대여 제한 등을 하며 증시 올리기에 나섰다. 중국은 국유 자산운용사들이 주식 매수를 해 주가 하락 방어에 나서도록 하는 등 증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당국은 증시 개장 후 30분과 폐장 전 30분 동안 기관투자자들의 순매도를 금지했다는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서는 “비정상적 거래만 단속하는 것”이라며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개입 의혹을 가라앉히는 데 주력했다.
중국 지방 정부들 역시 대규모 투자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지방정부의 올해 총 투자 계획은 2조 위안을 넘어섰다. 광저우르바오(廣州日報)에 따르면 광저우시는 올해 1분기 319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광둥(廣東)성 또한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장비 제조산업 등 분야의 1508개 프로젝트에 1조 위안이 넘는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저장(浙江)성은 원자력과 신에너지 등 1000여 개의 프로젝트에 대한 1조 위안 이상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고, 장쑤(江蘇)성도 지난 10일 반도체와 자율주행차량 등 76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양회 앞둔 경기부양책에 ‘여전히 부족하다’ 목소리 = 중국이 이같이 부양책을 쏟아내는 것은 중국 경기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데다 오는 3월 양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양회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데, 여기서 이전과 같은 5% 성장률을 거론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 향후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발표할 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도 양회 이전에 치러질 가능성이 거론되며 당국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더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양책에도 중국 경제가 정상화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해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루팅(陸挺) 노무라증권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0.25%포인트 인하의 영향은 작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보기에 단기적으로 가장 좋은 정책은 중앙 정부가 양적 완화와 같은 런민은행의 직접 자금으로 특별 기금을 조성해 미분양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부동산 시장과 경제 전반이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면 중앙은행이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약화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더 인하해야 한다는 의미다.
5년 만기 LPR을 인하했음에도 1년 만기 LPR은 3.45%로 동결한 것에 대해 중국이 더 많은 경기부양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양회 등을 통해 더 많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려 준비 중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채 증가, 환율 위험성 등 부작용 지적 = 하지만 중국 당국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계속해서 꺼내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속적 금리 인하는 위안화 약세로 이어지고, 이는 자본 유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탓이다.
여기에 대출 남발로 은행들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것도 중국 경제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부동산기업 헝다(恒大)의 청산 명령에 대한 수용 여부도 중국 경제의 리스크로 꼽힌다. 중국이 제대로 된 부양책을 내기도,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셈이다.
서구 매체들은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큰 선결 과제로 중국 당국의 지나친 통제를 내려놓고 대내외적 불신을 몰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광범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수용하기는커녕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변화의 진짜 장애물은 자신이 완전한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시 주석의 확고한 신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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