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美는 ‘매그니피센트 7′, 日은 ‘사무라이 7′… 한국은?

권오은 기자 2024. 2. 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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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뛰었던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1배 미만인 저(低)PBR주들은 정작 정책 발표 후 줄줄이 내렸다.

27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보험, 은행, 증권, 자동차 등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업종으로 꼽혔던 종목들은 전날 3% 안팎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속세 감면과 같은 인센티브도, 미참여 시 발생할 페널티도 없다는 실망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조선DB

정부가 지난달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처음 꺼내고 한달 동안 20% 안팎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 결산일이 지나면 ‘배당락 효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배당락은 기준일이 지나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상태를 뜻한다.

결제일과의 시차를 고려할 때 이날 이후 배당락이 발생하는 종목으로 현대차, POSCO홀딩스, 카카오, CJ제일제당,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이 있다.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은 것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의 주가 상승률과 비교되어서이기도 하다. 올해 초 4600대까지 갔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잠깐이었지만 5100선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도 연일 최고치를 웃돌면서 사상 처음으로 4만선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매그니피센트 7′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구글(알파벳) 등 미국의 7개 대표 정보기술(IT) 업체를 뜻한다. 1960년대 미국 서부영화 ‘황야의 7인’에서 따왔다. 일본 주식시장에선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서 따온 ‘사무라이 7′이 주도주로 꼽힌다. 자동차 기업 도요타나 반도체 장비 기업 스크린홀딩스, 종합상사 미쓰비시상사 등이다.

한국도 ‘독수리 5형제’라도 띄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원작이 일본 만화영화인 독수리 5형제보다 ‘7번방의 선물’과 같이 숫자가 들어간 영화 제목을 빌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어떤 이름을 짓더라도 국내 주식시장 대표 종목으로 첫손에 꼽힐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들어 8% 넘게 빠졌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한 영향이 크다. 외국인은 최근 10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71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가(家) 세 모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난달 삼성전자 주식 2조1689억원어치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처분한 후폭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삼성전자 주식을 떠안은 외국인 입장에선 단계적으로 정리해야 할 물량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시간 부족”을 이유로 세제 지원 대책을 뒤로 미룬 게 더 뼈아픈 대목이다.

그래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주가도 배당 정책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좇아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이 50%를 넘는 메리츠금융지주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에도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갔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 개발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 아직 시장이 기대감을 이어나갈 이벤트들이 남아있다”며 “시장의 열기가 가라앉는 동안 옥석 가리기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소연·강기훈 신영증권 연구원도 “여전히 이익이 좋고 현금 많은 기업은 이번 정책의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PBR 0.7배 이하 ▲영업이익 흑자 ▲자기자본수익률(ROE) 6% 이상 ▲분기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에 해당하는 종목을 스크리닝 전략 대상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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