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아이 머리에 총을”…가자지구 뺏자는 이스라엘 극우 내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접경에 가까이 오는 여성과 아이들을 용납할 수 없다. 가까이 오는 누구라도 머리에 총알이 박혀야만 한다.”
지난 13일 열린 이스라엘 내각 회의에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과 군 발포 규칙에 대해 논쟁을 벌이다가 이런 말을 내뱉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그는 오인 사격 방지 등을 위해 발포 규칙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할레비 참모총장에게 “우리 적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지 않느냐. 그들은 우리를 시험한다. 그들은 여성과 아이들을 위장 테러리스트로 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머리에 총알이 박혀야 한다”는 극언을 쏟아냈다.
벤그비르 장관과 같은 이스라엘 극우파가 중동 평화 전체에 위협을 끼치고 있다. 그가 참석한, 지난 1월28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정착이 안보를 가져온다’ 극우파 집회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3천명이 넘는 참석자들은 “가자는 우리 땅”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벤그비르 장관은 참석자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참석자들은 대형 가자지구 지도에 자신들이 거주하고 싶은 지역에 표시를 하고, 이번 전쟁에서 전사한 이스라엘 병사의 이름을 딴 새로운 지명을 붙이기도 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유대인 정착촌 주민, 근본주의 성향의 유대교 정당원 등이었고, 벤그비르 장관을 포함해 이스라엘 전시 내각 각료 37명 중 약 30%인 11명도 참석했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유대인 정착촌도 없앴는데, 이들은 이를 부정하고 가자지구에 다시 유대인 정착촌을 세우자는 것이다. 이스라엘 극우파의 주장은 국제사회 요구와도 배치된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으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이뤄진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다시 추진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전쟁을 촉발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신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방안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극우 세력들은 예루살렘 집회에서 볼 수 있듯이 가자지구가 신이 약속한 땅의 일부라며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마스의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2005년 철수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사상 가장 우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베냐민 네타냐후 연정에서도 극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벤그비르 장관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방출을 지지한다. 그는 쫓겨나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국제사회가 지원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는 이런 그의 주장이 정부 공식 견해는 아니라면서도 발언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또한 네타냐후 내각은 실제로 가자지구 점령과 팔레스타인 주민 추방 계획을 검토하기도 했다. 가자 전쟁이 발발한 지 6일 만인 지난해 10월13일 이스라엘 내각의 첩보부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남부로 피난시킨 뒤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로 강제이주시키는 것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 보고서가 가자지구 문제에 대한 초기 구상일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현재 전쟁의 양상을 보면 실제로 그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초기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포함한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피난하라고 요구했고, 남부 최대 도시인 칸유니스에 주민들이 모여들자 이번에는 해안가 허허벌판 난민촌으로 피난하라고 요구한다.
또한 현재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중 절반 이상인 140만명가량이 이집트와 접경한 가자지구 남단 라파흐에 몰려 있는데, 이스라엘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파흐 본격 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
라파흐 본격 공격은 가자지구 난민을 이집트로 밀어내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또한 팔레스타인 문제를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분쟁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전쟁으로 현재 팔레스타인 땅에 살던 주민 75만명이 축출되며 격화됐다.
2022년 말 출범한 네타냐후 연정은 태생적으로 벤그비르 장관 같은 극우적 인물들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네타냐후가 속한 리쿠드당 의석은 크네세트(의회) 120석 중 32석에 그쳐, 벤그비르 장관이 이끄는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 같은 극우 정당이 이탈하면 연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 네타냐후 총리 지지율은 10%대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가 지난 1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자 전쟁이 끝나도 네타냐후의 총리직 유지를 원한다는 답변은 15%밖에 안 됐다. 전쟁 종료는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실각을 의미한다. 가자 전쟁을 계기로 가자 점령과 팔레스타인 주민 추방, 정착촌 건설을 주장하는 극우 세력은 네타냐후와 손을 잡고 전쟁을 지속하는 동력인 셈이다.
지난해 10월7일 시작된 가자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시리아·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세력과 미군의 충돌,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과 연합군 충돌 등으로 번지며 중동 전체가 분쟁에 휩싸이고 있다.
중동 전체가 이스라엘의 극우세력에 목덜미가 잡혀 분쟁과 갈등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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