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보다 경기 우려’ 태도 변화 한은…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

전슬기 기자 2024. 2. 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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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예상보다 물가는 확실, 경기는 불확실’

최근 물가와 경기에 대한 한국은행의 판단이 바뀌고 있다. 물가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애초 예상한 경로로 떨어지고 있으나, 내수 경기는 생각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다. 이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만드는 요소다. 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시기는 늦춰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가 향후 금융통화위원회의 쟁점으로 부상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 22일 한은의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와 수정 경제전망을 보면, 한은은 올해 성장률(2.1%)과 소비자물가상승률(2.6%) 전망치를 기존(지난해 11월 전망)과 동일하게 유지했으나 상반기를 중심으로 세부적인 항목을 크게 조정했다. 먼저 물가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덜해졌다.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1%포인트(3.0%→2.9%) 하향조정됐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낮아졌다. 금통위는 또 통화정책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기존 문구를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변경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물가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을 의미하는 변경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반면 경기 불확실성은 강해졌다. 올 상반기 민간소비(지난해 11월 전망치 대비 -0.4%포인트)와 건설투자(-2.9%포인트) 전망치는 큰 폭으로 낮추고, 설비투자(1.8%포인트)와 재화수출(1.9%포인트) 전망치는 크게 올렸다. 내수는 크게 하향조정, 수출은 크게 상향조정한 셈이다.

한국 경제가 이처럼 물가 하락세는 안정적이고, 경기는 불안하다면 한은 입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이번 물가·경기 판단 변화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한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도 달라진 풍경이다. 이 총재는 지난 1일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를 전제로 “우리보다 미국이 더 빠르게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주요국이 (금리를) 빨리 내린다고 해서 우리도 그 속도로 내리기는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총재 발언 이후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도는 등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하고 있다. 국내 물가도 공급 쪽에선 국제유가 안정, 수요 쪽에선 내수 부진으로 예상보다 상승 압력이 덜해지고 있는 점 등이 물가·경기 판단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한은 쪽의 설명이다.

금융시장에선 벌써 한은의 7월 첫 기준금리 인하설이 나온다. 문제는 미국 쪽이다. 연준의 첫 정책금리 인하 예상 시기는 3월에서 점점 6월 말 또는 올해 연말까지도 밀리는 모양새다. 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가 늦어지면 한은이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먼저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한-미 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는 금융시장이 도와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한국이 미국보다 위험한 투자처인 까닭에 금리 매력까지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지만, 현실에서 투자자들은 금리 차이뿐 아니라 환율 등도 함께 고려한다. 가령 연준이 통화정책 전환 기대를 줘 실제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전이라도 달러 강세가 누그러질 경우, 한은으로서는 환율 부담이 덜해 기준금리를 먼저 내려볼 수도 있다. 이 총재도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에 대해 지난 22일 “국제 금융시장 움직임을 볼 때 미국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거나 그런 분위기가 많이 잡히면 각국이 자기의 물가상승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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