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동맹휴학도 "이번주 골든타임"…타협 실마리 있을까
전공의처럼 의대생도 29일이 사실상 마지노선
다음 달 넘어갈 시 등록, 학사일정 차질 불가피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주말이 매우 중요해"
교육부, 의대협 간부들 번호 요청…만남 미지수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오는 29일을 전공의들의 복귀 '마지노선'으로 선언한 가운데, 의대 정원 배정을 놓고 대치를 이어가는 교육부와 의대생들도 이번주 안에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육계는 이번 주말이 양측이 마주 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학도 개강 연기로 학생들을 더는 보호하기 어려운데다 교육부도 정원 신청 기한을 연기할 의사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27일 교육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본격화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 제출과 수업거부 행동은 1주일이 지났지만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25일 전국 의대 40개교 중 37개교에서 의대생 1만2674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지난해 4월 교육기본통계 기준 전체 의대생(1만8793명)의 67.4%다.
비록 410명의 휴학계 접수가 철회됐지만, 일각에선 의대생의 자발적 철회가 아닌 학칙 등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대학이 일괄 삭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루 신규 휴학계 제출 건수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9일 기준 1133명에서 20일 7620명으로 늘었던 하루 휴학계 신규 제출 건수는 21일 3025명, 22일 49명으로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허나 23~25일 사흘 간 847명(하루 평균 282명)이 접수해 다시 상승세다.
의대 학생회 협의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여전히 강경 기조다. 의대협은 전날 성명에서 정부와 대학 당국 양측을 향해 "의학 교육의 질 보장에 대한 진정성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의대협은 다음 달 4일까지 교육부에 정원 신청을 제출해야 하는 대학 본부와 의대 학장들에겐 학생들과의 논의 자리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엔 실습환경 개선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주문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의대협 공동 비대위원장 3명이 소속된 인제대, 순천향대, 중앙대에 전날 각각 공문을 보내 비대위원장들의 연락처 제출을 요청했다.
의대협이 입장문을 통해 대화를 촉구하고 있음에도 연락이 닿지 않아 요청한 것이고, 개인 동의를 전제로 제공을 요청했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의대생들이 교육부 요청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의대협은 전날 성명에서 "학생대표들의 개인정보 무단 수집, 학생 동향 파악 등 군사독재 정권 시대와 같은 강압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에게 더 시간을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날 의대 학장들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정원 신청 연기를 요청했으나 거부 뜻을 밝힌 상태다.
무엇보다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 의대정원 증원을 반영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4월까지는 배분을 모두 마쳐야 한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제 때 대입전형이 수정되지 않으면 대입 수험생들의 피해도 야기될 수 있는 만큼, 정원 수요 취합을 또 미룰 경우 의대 증원은 또 다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일부 의대에서 이달 중 시작할 예정이던 개강을 1~2주 늦추는 방식으로 의대생들의 유급 사태를 방지하고 있지만 더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대학은 다음 달 의대 뿐만 아니라 다른 학과의 본격적인 개강을 앞두고 있다. 또한 이번 주는 개강을 앞두고 등록금 납부가 마지막으로 이뤄지는 시기다.
의대는 한 과목이라도 F가 나오면 유급을 받을 수 있다. 대학들이 의대생의 휴학계를 반려함과 동시에 수업거부를 지속하면 '대량 유급'이 현실화될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당시처럼 교육부가 나서서 개강연기를 권고할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 교육부는 학사 일정은 전적으로 대학 자율이라는 입장이다.
대학병원에서 의료대란이 우려되듯 대학에서도 양측의 강대강 대치 속에 파국이 우려되는 상황인 셈이다.
의대 학장들 사이에서도 정부와 학생들 간의 이견차를 좁히기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학장 출신의 한 서울 지역 의대 교수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도 아니고 정부가 휴학계를 수리하지 말라고 하면 대학 입장에선 선택지가 별로 없다"며 "수업을 연기하거나 휴강하면서 버틸 수 있는 여지는 최대 2주 정도로, 이번 주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작정 결석일수 과다로 유급이 되면 대학 입장에선 등록금도 날리는 등 복잡한 문제가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아직까지 3~4일이나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 한 간부는 다음 달까지 의대생들이 강경기조를 이어가면 어떤 조치를 검토하는지 묻자 "이번주가 굉장히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여지를 열어 뒀다.
이 관계자는 "골든타임 안에 학생과 대학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학생들도 학교로 돌아와서 수업에 복귀해 전념해 줬으면 하는 게 진정 기대하는 바람"이라며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학교로 복귀하도록 학생도 판단해야 하고, 학교도 지도해주는 게 맞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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