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세르비아정부, 국내 거주 반전 러시아인 축출 시작-AP르포

차미례 기자 2024. 2. 2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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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입 신청국인데도 우크라침공 반대 러시아인 추방
가산 팔고 온 이민자 수십만 명..최소 9명 갈 곳 없어져
[ 로가차(세르비아)=AP/뉴시스]우크라 전쟁 반대로 세르비아 정부에게 "위험 인물"이라며 추방명령을 받은 세르비아의 러시아이민 여성 엘레나 코포소바(54)가 지난 13일 그 동안 어렵게 마련한 농촌 주택안에 앉아 망연자실하고 있다. 2024.02. 27.

[로가차( 세르비아)=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러시아와 가까운 사이인 세르비아가 최근 국내에 거주하는 러시아 출신 이민들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사람들을 색출해서 추방을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유럽연합 회원 신청국인 세르비아가 유럽 연합이 요구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갖출 것으로 기대했던 러시아 출신의 여성 엘레나 코포소바(54)는 우크라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주민들의 공개서한에 서명한지 2년 만에 직격탄을 맞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AP기자에게 말했다.

러시아문학의 번역가로 살아온 그는 영주권 취소를 통보받았다. 이유는 그가 세르비아의 국가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로 판정되었다는 것이다.

곤경에 처한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세르비아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과 함께 서명했던 전쟁 반대 청원서 밖에는 없다고 했다.

"나는 반전운동가는 아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공개 서한에 서명을 했다"고 그는 말했다.

세르비아정부가 국경을 개방한 최근 몇 년 동안 코포소바처럼 블라디미르 푸틴에 반대하는 러시아 인들이 수 십만 명이나 이 곳으로 이민을 왔다.

세르비아에 거주하는 러시아 민주화 운동가들은 최근 10여명의 러시아 인들이 입국을 거부 당하거나 그 동안 살아왔던 이 나라의 영주권을 박탈 당했다고 말한다. 이유는 이들이 세르비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포소바 외에도 러시아의 전쟁에 반대했던 최소 8명이 같은 경우였지만, 공개적으로는 이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렸다. 세르비아 정부와 법적 문제로 더 비화해서 가족들과 함께 이 곳에 살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서이다.

코포소바는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추방명령서를 받던 순간을 설명했다. 거기엔 구체적인 사유는 없이 오직 그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므로" 30일 이내에 이 나라를 떠나라고만 쓰여 있었다.

코포소바는 남편과 함께 베오그라드 시외의 외딴 마을에 조그만 땅을 구입해서 현대식 가옥을 짓고 6살과 14살의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 지역의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고 있다.

[베오그라드(세르비아)=AP/뉴시스] 2월 24일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서 세르비아 거주 러시아인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반전 시위를 하고 있다. 2024. 02. 27.

인권전문가들은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 세르비아의 장기 집권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 정부가 점점 더 푸틴과 밀착하며 독재적이 되어가는데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부치치는 구 소련시대부터 전통적인 동맹국가였던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도 참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발칸반도와 세르비아 일대에 러시아 정부 선전 일색의 편향된 뉴스를 전하는 모스크바의 RT와 스푸트니크 통신의 국내 보도를 허가하고 러시아의 선전전에 동참해왔다.

베오그라드 안보정책연구소의 연구팀장 프레드라그 페트로비치는 "세르비아 정부와 러시아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밀착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중립적인 싱크 탱크인 이 연구소는 세르비아 내무부의 반러 세력에 대한 대책들도 대부분 그렇게 수립된다고 설명했다.

푸틴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러시아 정부에 큰 위협이 되므로 세르비아 당국은 이를 근거로 해서 국내 러시아인들을 단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르비아 정부는 아직 국내 러시아인들의 추방에 관한 언론 보도에는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세르비아 내무부도 AP통신이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이나 인터뷰를 요청한 이메일에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민주 협회'란 민주화 단체의 창립 회원인 피터 니키틴도 지난 해 여름 입국사증이 취소되는 바람에 베오그라드 공항에서 이틀간 발이 묶였다. 세르비아인 아내와 7년이나 이 곳에 살아온 니키틴은 나중에 입국이 허가되었지만 그에 대한 사법 절차와 출국명령에 관한 조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러시아에 대한 반전 성명과 시위, 푸틴의 정적 나발니의 석방 요구 등에 앞장 섰던 이 단체의 니키틴은 " 이번 추방 조치는 러시아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거나, 러 대사관을 통해 정부에 명령이 송달된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의 반전 운동이나 반러 세력에 대한 국외 추방과 압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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