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행진하는 日 증시에… 일학개미 몰린다
[편집자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난 26일 발표했다.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상장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상장기업의 자율성에 기대 실효성이 낮을 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먼저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본은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장중 393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 증시를 끌어 올리는 발판이 될 수 있을까. 지루한 박스피를 벗어나 해외 증시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①밸류업 실망한 개미, 애플·테슬라 대신에 엔비디아... 서학개미 전략
②고공 행진하는 日 증시에… 일학개미 몰린다
③'짜장 말고 카레요' 인도, 넥스트 차이나 급부상… 펀드 수익률 고공행진
일본 증시가 활기를 띄며 버블(거품) 경제 이후 잃어버렸던 30년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도 일본 증시로 대거 몰리며 일학개미 열풍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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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종가(3만9233.71) 기준 니케이지수는 올해 들어 17.24% 상승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주가지수인 토픽스 지수도 같은 기간 12.98% 올랐다.
지난 12일에는 도쿄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이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도쿄 증권거래소는 3년 반 만에 아시아 1위를 탈환했다. 20일 기준 도쿄 일본거래소 시가총액은 5조6790억달러다. 상하이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은 4조260억 달러다.
일본 증시 상승의 대표적인 이유는 엔저가 꼽힌다. 최근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며 일본의 수출과 기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일본의 주요 기업 468개사 중 269개사의 지난해 경상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7%에 해당하는 숫자다.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주가 부양 노력도 증시를 회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3월 일본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이하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침을 이행하도록 하는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사외이사 의장 선임 등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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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니케이지수를 추종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에이스)일본Nikkei225는 최근 한 달 동안 209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토픽스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코덱스)일본TOPIX100에는 한달동안 55억원이 유입됐다.
글로벌 증시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도 투자금이 몰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타이거)일본반도체FACTSET(팩트셋)에는 최근 한 달 동안 13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한화자산운용의 ARIANG(아리랑)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는 한달동안 20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엔화 가치에 투자하는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에는 한 달 동안 601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해당 ETF는 미국 금리 인하와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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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20조6295억엔(한화 185조원)으로 전년 대비 92.5%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액 규모는 줄어든 바년 반도체 공급난 완화와 엔저 효과로 수출은 호조세를 보인 영향이다.
일본 경제계는 올해도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 중앙은행의 완화적 금융 완화 기조가 지속되며 엔저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금융경제 간담회에서 "조금씩 금리를 인상해 나가는 경로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완화적 금융 환경을 유지해 나가게 될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의 호실적이 일본 주식 상승에 박차를 가했다"며 "금융 완화정책 지속 유지에 따른 일본 주식 매수 안정감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완만한 인플레이션 수준과 경기를 뒷받침하는 완화적인 금융 환경의 조합은 일본 주식시장에 있어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윤경 기자 yunky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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