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장마 기간 빼곤 '산불 조심'…기후변화가 바꾼 산불 기간

법정 5월 중순까지 조심 기간이지만…6월말까지 증가세
가을 산불도 이듬해 1월까지 빈도 잦아…"조심 기간 연장해야"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2023.4.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 수분 변화 등으로 산불 발생·확대 가능성이 과거보다 커져 봄철과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불 조심기간 이후에도 산불 위험성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7일 학회 '위기관리이론과실천'에 따르면 산림청 소속 국립산림과학원과 안동대, 충청도립대 합동 연구진은 최근 '한국위기관리논집'에 발표한 논문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조심 기간의 재설정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산림보호법상 산불 조심 기간은 봄철 2월 1일~5월 15일, 가을철 11월 1일~12월 15일이다. 산림청은 이 기간 산불 전문 예방 진화 대원을 배치하는 등 산불 감시활동을 펼친다. 환경부는 국립공원 탐방로를 통제하고, 통제구역 무단출입 단속·순찰을 강화한다.

연구진은 국내 산불 발생의 위험성을 나타내는 산불 기상지수(FWI)의 과거 60년 동안의 변화를 추적했다. 여기에는 연료가 되는 식물의 수분 코드와 연료량에 따른 산불 확산 속도 지수, 기상 인자 등을 포함했다.

아울러 기후변화시나리오(HAPPI)를 통해 국내의 기온이 1.5~2.0도 상승할 경우의 산불의 발생 위험성 등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이 끝난 뒤인 5월 15일~6월 30일의 산불 발생 건수는 과거 30년과 비교해 증가했으며, 6월 산불은 과거 평균보다 1.5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철 산불 발생 비율도 12월 15일~1월 31일에 1.3~1.57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표면 평균온도가 1.5~2.0도 상승할 것으로 감안했을 때도 산불 조심 기간 이후에 산불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1958~2020년 관측데이터를 토대로 한반도의 산불 기상지수(FWI)를 분석한 결과 3월 28일~6월 16일 사이의 수치가 전체 봄철 평균보다 높았다. 봄철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기간이 6월 중순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다.

종합하면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장마가 시작되는 6월 중하순부터 무더운 늦여름까지 기온이 가장 낮은 1월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기 산불에서 안심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연구진은 "1990년대 '산불 조심 기간 외 산불'은 15.3%였지만 2010년대엔 29.0%까지 2배가량 증가했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산불 조심 기간의 연장 및 확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