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달러+’ 노렸는데..초라하게 컵스로 돌아간 벨린저의 미래는?[슬로우볼]

안형준 2024. 2.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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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벨린저가 컵스에 남았다.

MLB.com 등 현지 언론들은 2월 25일(현지시간) 시카고 컵스가 코디 벨린저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벨린저와 컵스는 3년 8,000만 달러 규모에 합의했다. 벨린저는 매년 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

지난시즌을 컵스에서 마치고 FA가 된 벨린저는 컵스의 2,032만5,000 달러의 퀄리파잉오퍼를 거절하고 시장으로 향했다. 벨린저는 투타겸업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LAD)를 제외하면 FA 야수 중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았고 총액 2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벨린저는 아주 잠잠한 겨울을 보냈고 스프링캠프 개장은 물론 시범경기까지 개막한 후에야 행선지를 결정했다. 계약 총액은 예상보다 훨씬 작았고 유니폼을 갈아입지도 못했다. 다만 아주 의외인 것은 아니다.

1995년생 좌투좌타 외야수 벨린저는 특급 선수였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LA 다저스에 지명됐고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해 거침없는 커리어를 시작했다. 데뷔시즌 132경기에서 .267/.352/.581 39홈런 97타점 10도루의 맹활약을 펼쳤고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만장일치로 차지했다.

2018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260/.343/.470 25홈런 76타점 14도루로 '주춤'한 벨린저는 2019시즌 156경기 .305/.406/.629 47홈런 115타점 15도루의 엄청난 성적을 쓰며 다시 날아올랐다. 데뷔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올스타에 선정됐고 이번에는 내셔널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실버슬러거 수상은 물론 골드글러브까지 차지한 벨린저는 공수를 모두 갖춘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19시즌을 마친 시점의 벨린저는 겨우 24세였다.

2020년 단축시즌에는 56경기에서 .239/.333/.455 12홈런 30타점 6도루로 주춤했다. 커리어 최저 성적을 썼지만 벨린저가 추락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던 시즌이었고 비록 타율은 낮았지만 타구 질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니었다. 벨린저는 2020년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세리머니를 하던 중 어깨 부상을 당했고 2021시즌 95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은 .165/.240/.302 10홈런 36타점. 신인왕과 MVP를 모두 수상한 20대 중반 선수의 성적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치였다. 벨린저는 2022시즌 건강을 되찾았지만 144경기 .210/.265/.389 19홈런 68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반등은 없었다.

벨린저의 추락을 지켜본 다저스는 2022시즌 종료 후 그를 논텐더 방출했다. 오를대로 오른 연봉과 벨린저의 현재 모습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였다. 다저스에서 방출된 벨린저는 컵스와 단년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130경기에 출전해 .307/.356/.525 26홈런 97타점 20도루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벨린저와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아직 28세인 나이, 커리어 초반의 엄청난 성과, 지난해 반등 등을 근거로 '대박 계약'을 노렸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장이 냉정하게 반응한 것에도 이유는 있다. 벨린저는 지난해 분명 성적이 회복됐지만 세부지표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개인 최고 타율을 기록했지만 성적 이면을 들여다보면 신인왕, MVP를 수상하던 커리어 초반과는 전혀 다른 선수였다.

벨린저는 원래 정교한 타자는 아니었다. MVP를 수상한 시즌 3할 타율을 기록했지만 어깨 부상 전 4시즌 중 타율 0.270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9시즌이 유일했다. 아주 정교하지는 않지만 뛰어난 출루능력과 장타력이 강점인 타자였다. 데뷔 첫 4시즌 중 3시즌에서 41% 이상의 강타 비율을 기록했고 시속 90마일 전후의 평균 타구속도를 보였다. 스윙은 거칠지만 굉장한 파괴력을 가진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벨린저의 모습은 그 당시와는 전혀 달랐다. 강타비율은 리그 평균(36.3%)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31.4%에 그쳤고 평균 타구속도 역시 리그 평균(시속 88.4마일)보다 느린 시속 87.9마일이었다. 강타비율 31.4%는 리그 하위 10%에 해당하는 수치. 신인왕 시즌과 MVP 시즌 12%를 넘어섰던 배럴타구 비율은 지난해 6.1%(리그 평균 6.9%)에 그쳤다. 타구 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 기대가중출루율(xwOBA)은 지난해 0.327로 리그 평균(0.315)보다는 높았지만 MVP 시즌 기록한 0.430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았다.

그렇다고해서 정교함이 남다른 것도 아니었다. 타율은 높았지만 기대타율은 0.268로 단축시즌(0.284)보다도 낮았다. 반면 인플레이타구 타율(BABIP)은 커리어 하이인 0.319였다(개인 통산 0.285). 타구 질은 나빠졌지만 BABIP가 급등하며 타율이 치솟았다. 데뷔 초 힘이 강점이던 벨린저가 이제는 정교함을 내세우는 타자가 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난해의 성적이 그저 '운'이 따른 결과였다고 판단할 여지도 충분한 것이다.

여기에 올겨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보라스의 협상 전략도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구단들은 불안요소가 큰 벨린저를 '비싸게' 영입하기를 원치 않았고 그런 벨린저를 위해 퀄리파잉오퍼 패널티를 감수하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결국 벨린저는 올겨울 드래프트 지명권 손실 없이 벨린저와 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구단인 컵스와 '1+1+1년' 형태의 계약으로 잔류하게 됐다.

벨린저는 지난 2022시즌에 앞서 미네소타 트윈스와 3년 1억5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카를로스 코레아와 비슷한 선택을 했다. 당시 코레아의 에이전트 역시 보라스였고 코레아는 지난 오프시즌 1년만에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시장에 나왔지만 두 번이나 '계약 퇴짜'를 맞은 뒤 미네소타에 잔류했다.

물론 벨린저가 반드시 '거포'여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벨린저는 중견수로서 여전히 견고한 수비를 선보이는 선수. 지난해와 같은 모습이라도 꾸준히만 이어진다면 시장의 평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과연 벨린저의 선택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코디 벨린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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