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고민 중입니다” “확장 고려 중입니다”

싱타이/이벌찬 특파원 2024. 2. 27.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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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중국 두 얼굴… 이벌찬 특파원 르포
23일 중국 싱타이시 핑샹현의 자전거 산업 단지인 ‘자전거 부품성(城)’ 내에 들어선 발 마사지 가게(왼쪽). 최근 이 단지에서 어린이 자전거 부품 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발 마사지 가게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한편, 24일 중국 싱타이시 난허구의 반려동물 상품 도매 매장에 반려동물용 상품이 진열돼 있다. 이 지역은 중국 전체 반려동물 사료의 60%가 유통되는 곳으로, 최근 3년 새 지역총생산이 20% 가까이 늘었다. /이벌찬 특파원

중국 허베이성 싱타이시에 소속된 인구 32만명의 핑샹현(縣)은 ‘어린이 자전거의 성지’로 불려온 곳이다. 이 지역에 위치한 4800여 곳의 공장에서 중국 전체 연간 어린이 자전거 생산량의 절반인 6000만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지난 23일 찾아간 핑상현은 그런 타이틀이 무색한 모습이었다. 공장 상당수는 가동 시간을 단축해 한적한 분위기였고, 부품 단지의 일부 점포는 아예 문을 닫고 발마사지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중국 신생아 수가 지난 7년간 절반으로 줄면서 어린이 자전거 판매량이 뚝 떨어져 동네 풍경까지 바뀐 것이다.

반면 같은 싱타이시 소속으로 핑샹현에서 50㎞가량 떨어진 인구 35만명의 난허구(區)는 인파로 북적였다. 이곳에 밀집한 사료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의 ‘먹거리’를 장만하려는 사람들이다. 혼인 감소 및 저출산과 맞물려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 ‘반려동물 먹거리의 고향’으로 알려진 난허구 방문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체 반려동물 사료의 60%가 이곳에서 유통되고 있다. 2019년 77억위안이었던 지역총생산은 2022년 95.4억위안(약 1조8000억원)으로 3년 새 20% 가까이 늘었다. 중국 반려동물 인구가 역대 최고치인 7043만 명(2022년 기준)까지 늘어난 덕분이다. 한 점주는 “도매 전문 업체지만, 소매 손님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명절에도 못 쉬었다”고 했다.

허베이성 싱타이에서 '어린이 자전거의 성지'로 유명한 허구먀오는 자전거 생산량을 줄이고있는 반면, '반려동물 식품의 고향'으로 불리는 싱타이 난허구(오른쪽)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싱타이=이벌찬 특파원

이처럼 출산율 급감이 중국 도시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어린이 자전거 생산기지로 명성이 높던 핑샹현의 쇠락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형 어린이 자전거 업체의 재고 담당 직원은 “지난해 1월 중국이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풀고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한 이후에도 매출은 코로나 이전의 8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영유아 인구 감소 여파로 보고 있고, 과거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 국내 판매 규모를 작년부터 10% 수준으로 낮췄다”고 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 이전 월평균 4만대 이상을 생산하다 지금은 2만~3만대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실제 연간 생산 규모도 관영 매체에 알려진 것의 20%에 불과한 4억 위안 수준이라고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작년에 중국 신생아는 902만명으로 2016년(1786만명)의 절반가량이며, 2년 연속 1000만명을 밑돌았다. 중국시장연구그룹(CMR)은 연간 5000억달러(약 666조원) 수준인 중국의 아동 상품·서비스·교육 시장 규모가 향후 5년 내 15~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현재 100조원 수준의 중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내년에 150조원으로 뛸 것이라고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가 예상했다.

그래픽=백형선

자전거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핑샹의 A자전거 회사 사장은 “지난해 매출은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이고, 이제는 회사 매출의 절반을 유럽 등 해외 수출에 의탁한다”고 했다. B 업체 사장은 “베트남·미국·일본·영국 등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중인데, 잘 안 되면 공장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핑샹현 허구먀오진의 자전거 산업단지인 ‘자전거 부품성(城)’은 ‘발마사지 성’이 되어 있었다. 단지 안에 9곳의 발마사지 가게가 있었고, 자전거 부품 판매점은 전체 점포의 5분의 1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은 소매 매장 분위기가 잘 말해준다. 24일 싱타이의 대형 어린이 자전거 전문 매장은 주말인데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점주는 “작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전거 판매량이 정확히 전년 동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면서 “코로나 때보다 다 심각한 매출 감소가 일어나 당황스럽다”고 했다.

어린이 자전거 사업이 힘들어지자 핑샹에서는 노인용 페달 삼륜차를 조립하는 작업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 판매에 의존해 50대씩 주문 제작한다. 노인 신체 특성에 맞춰 어린이용 자전거와 달리 좌석을 푹신하게 하고 짐 싣는 기능을 강화했다.

그래픽=양진경

중국에선 어린이용 자전거뿐 아니라 유아 관련 산업 자체가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 3대 분유 업체 실적은 급강하했다. 최대 기업인 ‘차이나 페이허’의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6.4% 줄었고, ‘야스리’는 15.7%, ‘오스뉴트리아 데어리’는 9.1% 감소했다. 영국의 경제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중국 분유 시장 규모가 2021년 1730억위안(약 32조원)에서 2025년 1170억위안(약 22조원)으로 32.3% 감소한다고 예측했다. 홍콩 기저귀 브랜드 ‘도디’의 중국 매출 또한 2022년에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네슬레는 지난해 10월 성명에서 “중국의 신생아가 급감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히고 아일랜드의 분유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이제 허베이성 싱타이 안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부촌은 ‘고양이의 마을’인 난허구다. 난허구 도심에 들어선 ‘반려동물 산업 아울렛’은 2층짜리 건물 전체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이곳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왕훙(인터넷 인플루언서)은 “난허구는 떠오르는 산업(朝陽産業)을 선점했다”면서 “작은 지역에 사료 브랜드만 300개가 넘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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