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개 경합주 경선 시작… 트럼프 중도층-바이든 아랍계에 달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4. 2.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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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시간주 예비선거로 출발
경합주서 본선 경쟁력 증명해야
트럼프, ‘산토끼’ 잡아야 필패론 탈출
바이든, ‘집토끼’ 모아야 교체론 재워
올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경선이 27일 북부 미시간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필두로 시작된다. 미 50개 주 중 상당수는 대선 때마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한 곳을 꾸준히 지지한다. 이에 선거마다 두 정당을 그네처럼 오가는 경합주 표심이 백악관 주인을 결정할 때가 많아 양당 모두 이곳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합주 경선은 재대결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선 본선 경쟁력을 증명해야 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까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5연승을 거뒀지만 중도 성향 유권자의 거부감 또한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 이상설, 전통적 지지층인 청년 및 비(非)백인 유권자의 이탈 등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경합주 경선 결과는 대선의 ‘미리보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헤일리 지지층 10% 이탈 시 트럼프 타격”

많은 미 언론은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네바다주 등 7개 주를 11월 대선 승자를 결정할 경합주로 꼽고 있다. 이 중 6일 경선을 마친 네바다주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주의 경선이 27일부터 속속 시작된다.

미시간주, 위스콘신주(4월 2일), 펜실베이니아주(4월 23일)는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을 승리로 이끈 지역으로 꼽힌다. 과거 미 제조업 중심지였지만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쇠락한 ‘러스트벨트(rustbelt)’로 불린다.

노스캐롤라이나주(3월 5일), 조지아주(3월 12일), 애리조나주(3월 19일) 경선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에서 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주 국무장관에게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종용해 연방검찰로부터 형사 기소를 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 경선에서 이른바 ‘산토끼’로 불리는 중도층 표심을 모으지 못하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본선 필패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당내 경선에서 경쟁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지지자의 10%만 이탈해도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 고학력, 고소득, 비백인 유권자 등 반(反)트럼프 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헤일리 전 대사는 중도 유권자가 많은 뉴햄프셔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모두 40% 안팎의 득표율을 보였다.

● “바이든, 흑인·아랍계 ‘집토끼’ 결집 관건”

바이든 대통령은 경합주 경선을 통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고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에서 90%를 넘나드는 득표율로 ‘줄승리’를 하고 있지만 당 밖에서 컨벤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흑인 유권자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은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로 빛이 바랬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편만 든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아랍계 유권자 또한 등을 돌리고 있다. 그가 아랍계 미국인 비율이 높은 미시간주 경선에서 어느 정도의 득표율을 거둘지가 관심이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아랍계 미국인 등 핵심 지지층인 ‘집토끼’의 표심 이반을 막지 못하면 ‘후보 교체론’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모두 싫어하는 유권자들(double haters)은 2016년에는 트럼프, 2020년에는 바이든 쪽으로 기울었다”며 “그 유권자들은 올해 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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