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팰리스’ VS ‘더 커뮤니티’…사람의 매력은 ‘외모’인가 ‘사상’인가[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2.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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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예능 ‘커플 팰리스’ 포스터. 사진 엠넷



처음 만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드러난 외면일까 아니면 숨겨진 내면일까. 결혼을 생각하는 호감의 판단이든, 내 생존과 승리에 연관된 전략적인 판단이든 이러한 준거는 굉장히 중요하고 또한 개인적이다.

이러한 판단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에 나서는 두 개의 프로그램이 있다. 더욱 흥미롭게도 두 개의 프로그램이 사람의 판단에 나서는 시각은 정확하게 반대다. 엠넷 연애 리얼리티쇼 ‘커플 팰리스’는 사람의 외면인 ‘외모’에 집중하고, 웨이브 리얼리티 프로그램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는 내면인 ‘사상’을 파고든다.

‘커플 팰리스’는 지난달 30일 시작됐다. 엠넷에서 음악 예능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연출한 이선영CP와 제작진이 참여한 연애 리얼리티 예능으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연애 리얼리티 형식이라기보다는 연애 리얼리티쇼에 가깝다. 마치 ‘프로듀스 101’ 또는 ‘스트릿우먼파이터’의 세트를 연상하게 하는 거대한 스튜디오 안에서 100명의 남녀가 만난다.

웨이브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포스터. 사진 웨이브



아직 초반 4회를 방송했을 뿐이지만 이 100명의 남녀가 서로를 보는 시각은 철저하게 ‘외재적 관점’에 천착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외모나 실루엣, 간단하게 공개되는 정보 등을 통해 서로를 탐색하고 호감을 표현한다.

그 관점이 어떨 때는 지금 첨예한 논쟁에 중심에 있는 성 역할의 차별을 드러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를 선택할 때는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로지 외모만을 본다. 반대로 여성 출연자는 남성 출연자의 직업과 연봉, 심지어 자산규모까지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이 순서는 그다음에는 바뀌지만 이미 남성 출연자의 소개 당시부터 이들은 서로를 파악했다. 첫인상이 여성은 외모, 남성은 자산으로 평가된다는 자체가 논쟁적이다.

제작진은 계속 줄기차게 이러한 외모에 대한 이슈를 생산한다. 1회에서 등장한 프랑스 출신 남성 출연자는 미인대회 출신으로 스스로 “인생 최고 몸무게”라고 고백한 여성 출연자에게 외모를 언급하며 “살을 뺄 수는 없나”고 묻기까지 한다. 이러한 질문이 나온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를 편집에서 주요한 씬으로 포함한 것은 제작진의 시각을 보여준다.

엠넷 예능 ‘커플 팰리스’ 4회 주요장면. 사진 엠넷 방송화면 캡쳐



‘더 커뮤니티’는 MBC 출신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톡이나 할까?’ 등을 연출한 권성민PD가 주도해 제작한 리얼리티다. 지난달 26일부터 방송돼 총 11회 분량 중 27일 현재 10회가 공개됐다.

프로그램은 사회의 축약판으로 게임을 설정해놓고 서로의 정체를 판별하는 리얼리티 쇼의 형태를 갖고 있다. 12명의 남녀출연자들은 서로의 정치적 성향, 젠더이슈에서의 입장, 경제적 계급, 개방성 등 네 개의 항목으로 사전 조사를 통해 수치화된 고유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들은 집단으로 생활하면서 리더를 뽑고, 경제활동을 하며,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투표하고 밤에는 특정이슈에 대해 토론도 벌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상금을 가장 많이 불린 사람이 주도권을 잡는다. 승리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수치를 들키지 않는 사람이 가져간다.

웨이브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주요 장면. 사진 웨이브 방송화면 캡쳐



네 가지 항목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첨예하게 편이 갈라진 이슈들이다. 이들은 최대한 자신의 정체를 감추면서 과제를 통해 자신과 통하는 사람과 연대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제작진은 판을 흐리는 ‘불순분자’, 출연자의 정체를 파헤치는 ‘기자’ 캐릭터를 연이어 투입하고 ‘난민’ 캐릭터를 넣어 끊임없이 틀을 흔든다. 결국 이들은 내면의 성향을 가리기 위해 외면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이에 혼동되지 않아야 승리할 수 있다.

‘커플 팰리스’는 4회 방송까지도 아직 유료가구 시청률이 1%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얻고 있다. ‘더 커뮤니티’는 신규 회차 공개시점에서 웨이브 예능 장르 내 신규유료가입견인 1위에 올랐고, 오픈 4주 차에 첫 주 대비 420% 증가한 시청시간을 기록하는 등 열기를 띠고 있다.

결국 논쟁적인 프로그램이 지금의 방송가에서 화제성을 잡을 수 있다는 방증이지만 두 프로그램의 시선은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런 이유로 프로그램 새 회차가 만들어질 때마다 온라인에서는 이들 프로그램이 가진 시점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은 과연 외면으로 판단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면으로 판단하는 것인가. 공교롭게도 동시간대에 방송 중인 ‘커플 팰리스’와 ‘더 커뮤니티’는 이를 가장 발칙한 형태로 물어보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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