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팀 더 불안할 것" 현실공포 '류현진 경계경보' 확산일로, 가을야구 복귀 걸림돌 되나

2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한화 선수들이 훈련했다.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류현진.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2.26/

[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우리만 잘 하면 됩니다."

류현진이 가세한 한화 이글스. 태풍의 눈이다. 9개 구단 반응은 엇비슷 하다.

현역 메이저리거이자 KBO 최고 투수의 귀환을 반기면서도, 경계심 가득이다. 아래팀이 올라가면 위에 있던 팀 하나가 내려와야 하는 제로섬 게임. 한화의 약진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한화는 최근 수년 간 대형 유망주를 모으고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한 기회를 주며 리빌딩을 진행했다.

승부를 걸어볼 시점. 류현진의 복귀는 완성을 향해가던 전력보강의 화룡점정이다.

올 겨울 류현진을 필두로 안치홍 김강민 이재원 등을 영입하며 부족했던 경험을 채웠다. 고교 최대어 좌완 투수 황준서도 영입해 문동주 김서현과 함께 영건 3총사를 완성했다. 장민재도 눌러 앉혔다.

안 그래도 상위권 도전의 다크호스였는데 강력한 상위권 후보로 떠올랐다.

가장 경계심이 클 팀들은 중상위권을 오가는 그룹이다. SSG 두산 롯데 삼성 등이 해당된다.

3년 만의 가을야구 재진입을 노리며 오키나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삼성. 한화 못지 않게 겨우내 큰 변화가 있었던 팀이다. 이종열 단장 부임 후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필두로 임창민 최성훈 양현 이민호 등 최대 약점인 불펜진을 대거 보강했다. 오승환 김대우도 잔류했다. 전병우 영입과 강한울 잔류로 내야 뎁스도 강화했다.

5강을 향한 푸른 꿈을 꾸고 있던 시점. 류현진의 한화행은 도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변수다.

2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한화 선수들이 훈련했다.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류현진.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2.26/

2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한화 선수들이 훈련했다. 류현진이 불펜 피칭을 했다. 불펜 투구를 마치고 이재원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류현진.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2.26/

하지만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삼성 박진만 감독은 의외로 담담했다.

"(류현진이) 우리팀에만 집중적으로 안 들어오면 된다"고 농담을 던진 박 감독은 상대성으로 상황을 분석했다.

"어차피 뭐 우리만 잘하면 되죠. 오히려 상위 팀들이 더 불안할 것 같은데요. 한화에 승률이 좋았던 팀들이 이제 승수도 빠지고, 우리가 잡아야 할 팀도 잡아줄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상대적으로 한화한테 좋은 결과를 내면 여러가지 복합적인 변수가 될 수 있겠죠."

삼성은 키움과 함께 지난해 한화가 상대전적에서 밀리지 않은 두 팀이다. 삼성전 8승8패, 키움전 8승1무7패였다.

LG KT NC가 나란히 9승1무6패, SSG가 10승1무5패, 두산이 10승6패로 상위권 팀들이 한화를 상대로 재미를 봤다.

류현진은 26일 삼성의 캠프 홈구장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진행한 복귀 후 두번째 불펜피칭에서 적진 속 무력시위를 했다.

20구씩 세 세트, 총 60구를 던졌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커터, 체인지업까지 모든 구종을 테스트 했다.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감탄을 자아낸 아트피칭이었다.

미트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공 끝에 힘이 넘쳤다. 이재원이 미트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 포구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코너 제구력을 과시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 손혁 단장은 물론 삼성 관계자들도 이 모습을 지켜봤다.

2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삼성-한화 평가전이 열렸다. 경기 지켜보고 있는 삼성 박진만 감독.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2.26/

흐뭇한 표정으로 불펜 피칭을 지켜본 한화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의 구위와 제구에 흐뭇해 하며 "전력으로 던졌을 때 어떨까 상상을 해봤다"고 했다. 이어 "계획한 스케줄에 이상이 없으면 개막전에 나가는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낙관했다. 한화의 개막전 상대는 지난해 우승팀 LG 트윈스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전인 2012년까지 7년간 LG를 상대로 통산 35번 등판, 22승 8패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했다. 특히 완봉승 3번을 포함, 완투가 9번일 정도로 'LG 천적'으로 군림한 바 있다.

류현진 복귀 후 LG 염경엽 감독이 "목표 승수에서 2승을 빼야겠다"고 언급한 소식에 류현진은 장난을 섞어 "그 2승 중 1승은 개막전에서 가져올 수 있게 하겠다"며 기염을 토한 바 있다.

25일 한화 선수단이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했다. 인터뷰하고 있는 최원호 감독.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2.25/

류현진의 무력시위에 한화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 박승민 투수코치는 "지난 불펜 때도 좋은 모습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그때는 조금 자제하면서 던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오늘 모습이 훨씬 더 좋았다"고 경탄했다. 이어 "지금 이 시기에 맞게 준비가 돼 있는 것 같고 실내에서 너무 오래 있었다는 우려를 지울 만큼 좋은 피칭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커터를 우타자 몸쪽 높은 코스에 던지는 모습이 보통 선수들은 잘 안 하는 부분인데 스스로 하는 걸 보니 확실히 높은 수준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연신 "나이스볼"을 외치며 볼을 받아준 이재원 역시 "워낙 좋은 볼을 던지고 제가 공을 받아봤을 때는 충분히 개막전에 던질 수 있는 몸상태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5~6개 구종을 다 던졌는데 모두 완벽하고, 제구도 됐다"고 평가하며 "친구를 떠나서 일단 한 투수로서 정말 완벽한 선수인 것 같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도 거의 없는 투수"라고 경탄했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하고 12년 만의 친정팀 복귀를 알렸다.

다음날인 23일 오키나와에서 선수단에 합류한 뒤 곧바로 첫 불펜 피칭을 했다. 당시 총 45구를 소화했다. 투구 후 코칭스태프에 "절반 정도로 했다"며 "그동안 꾸준히 준비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 없었다. 실내에서만 훈련해 빨리 야외에서 운동하고 싶었다"고 했다. 류현진의 첫 라이브 피칭은 3월 1일 고친다구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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