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은 두 배 내라"···관광객 급증한 日서 '이중가격제' 얘기 나오는 이유

이종호 기자 2024. 2. 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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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엔화 약세)' 장기화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자 일본에서 자국민보다 외국인에게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이중가격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이중가격제에 대한 논의가 일본 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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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엔저(엔화 약세)' 장기화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자 일본에서 자국민보다 외국인에게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이중가격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같은 상품·서비스를 외국인 관광객에겐 비싸게, 내국인에겐 싸게 파는 제도다. 이미 일본은 외국인에게 JR 철도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철도정기권 가격을 인상했다.

26일 일본 매체를 종합하면 최근 일본에선 외국인 관광이 증가해 물가가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이중가격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관광객 소비로 물가가 올라 현지인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4일 일본 민영 TBS는 유명 관광지인 홋카이도의 니세코 스키장 인근 상권을 조명하며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인 이곳에선 라면이 한 그릇당 2,000엔(약 1만7,600원)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했다고 전했다. TV도쿄비즈도 유명 관광지인 도쿄 쓰키지시장에선 최고급 소고기 꼬치 한 개가 3000엔(약 2만6500원)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국인들은 국내 여행을 다니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사진=TV도쿄비즈 방송 캡처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통신도 지난달 21일 보도에서 이를 지적했다. 매체는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지 인근 식당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도쿄 지역의 한 식당 메뉴를 사례로 들었다. 이곳의 카이센동(해산물 덮밥)은 6980엔(약 6만18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비슷한 메뉴를 1000~1500엔(약 8800~1만3200원)에 팔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매체는 “엔화 약세로 일본이 저렴한 여행지로 변했지만, 현지 임금은 폭등하는 물가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최근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의 관광 수요와 관광객 소비는 크게 늘었다. 지난 21일 일본정부관광청은 1월 방일객 수가 전년 동원 대비 79.5% 증가한 268만 81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외국인 2506만6100명이 일본을 찾았다. 이들이 일본 내에서 지출한 총액은 5조3000억 엔(약 47조 원)에 달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이중가격제에 대한 논의가 일본 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말 사설을 통해 “외국인 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JR철도 할인 등 일본의 관광·운수업은 지금까지 물가가 높은 나라의 ‘대접’으로 ‘외국인에게는 할인’을 기본으로 했다”며 “환경이 바뀐 지금, 발상을 전환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해외에서도 이런 종류의 이중 가격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음식점이 이중가격을 내놓을 경우 악평이 퍼질 수 있다”며 “‘빠른 입장’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가야마 히스노리 일본 료칸협회 부회장은 “싱가포르에서는 테마파크나 슈퍼마켓, 레스토랑 등에서 거주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이중가격제’를 운용한다”며 “외국인 관광객은 돈을 더 내는 대신 패스트트랙이나 정중한 지원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자국민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보여주면 호텔이나 음식점, 관광지 등에서 할인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인들의 구매력 차이가 큰 개발도상국에서 시행해 온 제도다. 일본처럼 경제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이 제도가 논의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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