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바람 타고 돌아온 ‘무순위 로또 청약’

심윤지 기자 2024. 2. 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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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디퍼아’ 4년 전 가격 분양
132㎡ 당첨 땐 시세차익 27억원
3가구 모집 100만명 넘게 청약
실거주 등 각종 규제 예외 장점
자금 조달 부담 등은 유의 필요

최근 부동산 시장에 ‘로또 청약’이 다시 돌아왔다. 한 자릿수 모집에 100만명 넘게 몰린 단지도 나왔다.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안전마진이 보장된 서울 강남 등 핵심지의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에는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26일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디퍼아) 전용면적 34㎡, 59㎡, 132㎡ 각각 1가구씩 3가구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잔금 미납 등 사유로 계약이 취소된 물량으로 알려졌다. 경쟁률은 전용면적 34㎡가 17만2471 대 1, 59㎡ 50만3374 대 1, 132㎡가 33만7608 대 1이었다. 3가구 모집에 총 101만3456명이 몰린 것이다.

주택형별 분양가는 전용면적 34㎡ 6억5681만원, 59㎡ 12억9078만원, 132㎡ 21억9238만원이다. 2020년 7월 일반분양 당시 분양가가 그대로 책정되다보니, 높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으리란 시장 기대가 컸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 입주권은 지난해 12월 22억원(26층)에, 전용 132㎡ 입주권은 지난달 49억원(24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이번 무순위 청약 물량이 저층임을 고려하더라도, 최대 20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디퍼아보다 먼저 무순위 청약을 기록한 다른 수도권 단지들도 많게는 수십만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역대 최고 경쟁률은 지난해 6월 무순위 1차 청약 1가구 모집에 82만9804명이 몰린 서울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였다. 최근 무순위 1차 청약을 진행한 ‘DMC한강자이더헤리티지’는 2가구 모집에 21만명이, ‘산성역 자이푸르지오’는 1가구 모집에 6만9596명이 신청했다.

무순위 청약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건 일반 청약보다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청약통장과 보유 주택 수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 국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실거주 의무와 전매 제한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건설 원가 상승과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라, 수년 전 분양가로 공급되는 무순위 청약의 경우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지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무순위 청약은 서울이 아니라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점만큼이나 주의할 점도 많다. 무순위 청약은 당첨자 발표일과 계약일, 잔금 처리일까지 기한이 짧아 자금 조달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특히 디퍼아의 경우 단지 내 하수암거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강남구청으로부터 정식 준공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 경우 소유권보존등기가 불가능하므로 주택담보대출과 소유권 이전에 제약이 있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기에 전세를 놓아 자금을 조달할 순 있다. 전세가 여의치 않다면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지만, 1년 이내 매도할 땐 양도소득세율 77%가 적용돼 세 부담이 높은 편이다. 서울 강남구는 투기과열지구에 속하기 때문에, 무순위 청약이라도 당첨되고 계약을 하지 않으면 재당첨 제한 10년이 적용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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