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훈센 캄보디아 전 총리, 상원의장으로 정계 복귀 유력
아시아 최장기 독재자인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사진)가 공식적으로 정치에 복귀할 발판을 마련했다. ‘왕조 구축’에 나선 훈센 일가의 권력 독점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압승으로 굳어졌다. CPP는 “58석 중 50석 이상을 차지해 완전히 승리했다”고 밝혔다. CPP가 58석 중 55석을 가져가리란 전망치도 있다. 공식 결과는 오는 4월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CPP 자체 추산과 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잠정 결과를 통해 CPP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총리직에서 퇴임한 훈센 전 총리가 정치 전면에 다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훈센 전 총리는 상원의장을 맡을 예정이다. 상원은 정부와 의회 사이 조정자 역할을 하며, 상원의장은 국왕 부재 시 국가원수 역할을 대행하는 자리다. 훈센 전 총리는 현재 CPP 의장과 국왕 최고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훈센 전 총리는 38년 동안 권력을 잡아 아시아 최장기 독재자로 꼽힌다.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고 민주 인사를 추방하는 등 그의 집권 기간 캄보디아의 민주주의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가 지난해 물러나며 장남 훈마넷이 총리직을 이어받아 ‘훈센 왕조’ 구축에도 속도가 붙었다. 훈센 일가는 행정부와 군부 요직도 장악하고 있다. 차남 훈마닛은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에 국방부 산하 정보부대장을 겸임하며, 막내아들 훈마니는 공무부 장관을 맡고 있다. 조카사위인 넷 사보에운은 부총리다.
이번 상원의원 선거를 통해 훈센 일가의 집권 체제가 한층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훈센의 캄보디아>의 저자 세바스티안 스트란지오는 “이는 훈센 일가의 권력이 더 강화된다는 신호다. 상원의장이 되면 아들을 보호하고 가문의 권력을 지킬 수 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하노이 | 김서영 순회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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