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짜깁기 영상 고발자 알고보니 ‘여당’
표현의 자유 위축시켜”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연설을 짜깁기해 만든 영상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고발을 한 주체가 국민의힘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의 신고 후 경찰은 삭제 요청·게시자 수사에 착수했고 심의당국은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정치권이 권력기관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윤 대통령 발언 ‘짜깁기’ 영상에 대해 “2월 초 국민의힘으로부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고발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 내용 자체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없었다”면서 “다만 공직선거법 82조8에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이용해 만든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 이미지 또는 영상 등 딥페이크 영상에 대한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영상을 올린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를 확보해 당사자가 어떤 의도로 게시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게시자를 특정하기 위해 관련기관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윤 대통령의 연설을 짜깁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 대해 삭제 및 차단을 요구했다. 이에 방심위는 지난 23일 긴급소위를 열고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며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심의 대상은 지난해 11월23일 틱톡에 게재된 ‘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대통(령)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44초 분량 영상이었다.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이었던 2022년 2월 TV조선 제20대 대선 후보 방송 연설을 가져다 짜깁기한 영상으로, 원본에서 윤 대통령은 “저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 보복은 없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짜깁기 영상에서는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습니다”라고 발언한다.
경찰과 심의당국의 이 같은 조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 문제제기 후 권력기관이 동원된 양상도 지적됐다. 권순택 언론개혁연대 사무처장은 “‘바이든-날리면’ 발언 때는 외교부가 나서고, 이번엔 정당이 나선 것”이라면서 “정말 문제가 된다면 대통령실에서 나서는 것이 맞다”고 했다.
압수수색 등 공권력의 개입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 저촉 여부를 따지는 것은 불가피하나 권력자에 관한 것일수록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현·오동욱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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