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아직 MLB 1등이다… 벨린저 재수 선택, 이제 류현진 옛 동료만 남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것도 충격이라면 충격이다. 2023-2024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야수 최대어로 손꼽혔던 코디 벨린저(29)가 사실상 재수를 선택했다. 눈높이를 한껏 높인 채 시장을 주시했지만, 그런 벨린저의 요구를 맞춰줄 팀이 없었다. 더디게 흘러가고 있는 FA 시장에서 순수 야수로는 여전히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최고 금약을 가지고 있다. 이 또한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ESPN의 제프 파산은 시카고 컵스와 코디 벨린저가 3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66억 원)에 합의했다고 25일(한국시간) 보도했다. 타 매체들도 파산의 보도 이후 이 계약을 확인했다. 이 계약은 벨린저가 신체검사를 통과하면 공식적으로 확정된다. 파산에 따르면 벨린저는 올해와 2025년 연봉으로 각각 3000만 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2026년 연봉은 2000만 달러로 총액 8000만 달러다.
다만 이 3년 계약이 끝까지 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계약서에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조항이 대거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벨린저는 2024년 시즌 종료 후, 2025년 시즌 종료 후 각각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즉, 3년 계약 내내 1년마다 팀에 남을지 FA 시장에 나갈지를 벨린저가 결정할 수 있다.
복잡한 계약이 상징하는 것은 벨린저와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패배라는 게 현지 언론의 지배적인 관점이다. 2019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며 화려하게 날아오른 벨린저는 한때 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4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화끈한 공격력은 물론, 중견수 자리에서 최고 수준의 수비력까지 갖췄다. 그러나 2020년 부진 이후 설상가상으로 어깨 부상까지 찾아오며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벨린저는 2019년 156경기에서 타율 0.305, 47홈런, 115타점, OPS 1.035로 대폭발하며 다저스 타선을 이끌었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은 295경기에서 타율은 0.203, OPS는 0.648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리그 MVP가 리그 대체선수 수준도 안 되는 타자로 전락한 것이다. 어깨 부상 이후 스윙 메커니즘에 문제가 생겼고, 빠른 공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며 추락의 골이 깊어졌다. 벨린저를 인내심 있게 지켜보던 다저스도 2022년 시즌 뒤 결국 그를 방출하는 충격적인 조치를 단행해 리그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차례 시련을 겪은 벨린저는 2023년 130경기에서 타율 0.307, 26홈런, 97타점, OPS 0.881로 활약하며 재기와 반등에 성공했다. 시카고 컵스의 중심타선을 이끌며 예전의 명성을 조금이나마 되찾았다. 실버슬러거도 수상했다. 벨린저와 보라스는 이런 실적을 앞세워 이번 FA 시장에서 대박을 노렸다. 2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요구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추측이다. 현지 언론들도 2억 달러까지는 아니어도 6년 기준 1억 달러 중반대의 금액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점쳤다.
그러나 보라스의 만만디 전술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끝까지 버티며 벨린저에 관심을 보일 팀을 기다렸으나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벨린저의 2019년 혹은 2023년 성적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부진을 더 우려 깊게 봤다. 벨린저 영입전에 뛰어들 팀이 없을 것이며, 버티면 승리할 것이라는 컵스의 도박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고 결국 벨린저는 2억 달러는커녕 1억 달러도 넘기지 못하며 훗날을 기약했다.
벨린저마저 예상보다 적은 금액에 머물면서 이정후의 계약은 역설적으로 더 빛났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여기에 잡히지 않는 포스팅 금액까지 합치면 1억3000만 달러가 넘는 투자였다. 그리고 이를 넘어설 계약이 아직도 잘 보이지 않는다. 투‧타를 겸업하는 특이 케이스인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10년 총액 7억 달러)를 제외하면, 순수 야수로는 아직도 이정후가 2023-2024 FA 클래스 1위다.
현재 순수 야수 1위는 이정후고, 이정후 외에 총액 1억 달러를 넘긴 야수는 없다. 2위가 벨린저로 3년 8000만 달러, 3위가 하이어 칸델라리오(신시내티)의 3년 4500만 달러다. 벨린저와 칸델라리오의 차이도 꽤 크다. 더디게, 그리고 예상보다 조용히 지나가는 야수 FA 시장 흐름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지표다. 총액 4000만 달러를 넘긴 야수라고 해봐야 이정후, 벨린저, 칸델라리오, 그리고 호르헤 솔레어(샌프란시스코‧3년 4200만 달러)와 루르데스 구리엘 주니어(애리조나‧3년 4200만 달러)까지 총 5명에 불과하다.
이제 FA 시장에 남은 야수도 얼마 없는 가운데 이정후의 1위 기록에 도전할 만한 유일한 선수는 내야 최대어로 뽑힌 맷 채프먼(31)이다. 채프먼은 통산 네 차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자타 공인 최고 수비력을 자랑하는 3루수이자, 통산 20홈런 이상 시즌이 네 번으로 장타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토론토에서 뛰며 류현진(37‧한화)의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그런 채프먼도 계약이 유독 늦어지며 스프링트레이닝과 시범경기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채프먼 역시 벨린저와 마찬가지로 스캇 보라스가 대리인이다. 채프먼은 뛰어난 수비력과 장타력을 인정받고 있으나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그의 낮은 타율(통산 0.240)과 출루율(통산 0.329)을 우려하고 있을 법하다. 수비는 앞으로도 건재하겠지만, 수비력만 믿고 1억 달러 이상의 거금을 투자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한편 보라스는 벨린저 계약 이후에도 바쁠 전망이다. 채프먼, 그리고 FA 시장 좌완 선발 최대어인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라는 고객들이 아직도 미계약 상태다. 류현진은 한화로 돌아갔고, 벨린저를 포함해 이른바 ‘보라스 포’로 불리던 4명 중 3명이 아직 사인하지 못한 것이다. 그중 벨린저는 3년 8000만 달러로 기대에 못 미쳤다. 반대로 역시 보라스가 에이전트인 이정후는 대박 계약을 했다.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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