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링컨 노틸러스 | 안락한 주행감에 우주선 탑승 느낌 주는 대형 디스플레이
링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노틸러스가 풀체인지(완전 변경)로 탈바꿈했다. 경쟁 차종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넓은 차체 크기, 기본으로 장착한 다양한 고급 옵션, 안락한 주행감이 만족스러웠다.
넓은 차체, 독특한 48인치 디스플레이
링컨 노틸러스의 모델명은 ‘탐험’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노틸러스는 2019년 국내 처음 출시된 이후 4년 만인 2023년 2세대로 풀체인지가 이뤄졌다. 전신인 MKX부터 시작하면 이번 노틸러스는 3세대에 해당한다. 2007년 MKX 1세대가 출시됐고, 2015년 MKX 2세대가 나왔다. 2019년 MKX의 2세대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때 노틸러스로 차명이 바뀌었다. 신형 노틸러스의 차체는 전장(차 길이) 4910㎜, 전폭(차 너비) 1950㎜, 전고(차 높이) 1735㎜다. 휠베이스(앞바퀴 중앙과 뒷바퀴 중앙 사이의 거리)는 2900㎜다. 이전 세대 대비 전장은 85㎜ 길어졌고, 전고(35㎜), 전폭(15㎜), 휠베이스(50㎜) 등이 모두 확장됐다.
신차가 구형보다 크기를 확장하는 것은 보편적인 추세인데, 중형 SUV 차급에서는 특히 반갑다. 차가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 갈증이 많기 때문이다. 신형 노틸러스는 경쟁 차로 분류되는 메르세데스-벤츠 GLC, BMW X3, 아우디 Q5 등보다 차가 확연히 크다. 이들의 차체는 전장 4680~4720㎜, 전폭 1890~1895㎜다. 노틸러스의 차체는 준대형 SUV인 제네시스 GV80과 비슷하다. 넉넉한 2열, 997L의 넓은 트렁크 용량은 패밀리카(가족이 함께 타는 차)로 부족함이 없다. 2열을 접은 트렁크 용량은 1948L다. 디자인은 링컨이 선호하는 수평 요소가 돋보인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로지르는 수평 램프가 특징이다. 리어램프(후미등)도 일자형이다. 헤드램프 모양은 새의 깃털을 연상케 한다. 링컨은 과거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독특한 모양의 스플릿 윙(Split-Wing) 그릴을 패밀리룩(통일된 디자인)으로 채택해 왔다. 링컨은 브랜드의 핵심 콘셉트인 ‘고요한 비행’을 주제로 노틸러스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한다.
실내는 독창적인 수평형 48인치 디스플레이가 눈을 사로잡는다. 운전석에서 조수석까지 광활하게 이어져 우주선에 탑승한 것 같다. 48인치 디스플레이 중에서 운전석 앞 화면은 계기판 역할을 한다. 중앙에서 조수석으로 이어지는 화면은 시계, 연비, 타이어 공기압, 음악 등을 표출한다. 어떤 항목을 어느 곳에 배치할지 운전자가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 조수석 쪽 화면이 실용적으로 운전에 도움을 준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으나 차별화한 실내 디자인을 구축하는 데 시각적으로 도움을 준다. 물에 반사된 태양 빛에서 영감을 받은 크리스털 오디오 조작계, 피아노 건반에서 영감을 받은 기어 조작계 등도 독특한 인상이다. 센터 콘솔(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설치된 박스 형태의 수납공간) 위에 있는 중앙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11.1인치로 작아서 아쉽다.
묵직한 가속력, 안락한 주행감
신형 노틸러스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한다. 최고 출력 252마력, 최대 토크 38㎏·m를 발휘한다. 사륜구동으로 움직이며 공차 중량은 2065㎏이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9㎞로, 경쟁 차와 비교하면 연료 효율은 다소 떨어진다.
구형 노틸러스는 2.7L V6 가솔린 터보 엔진을 썼다. 신형은 2.0L 터보로 다운사이징(downsizing·엔진 배기량 축소)을 택했다. 구형(333마력)보다 출력이 감소했지만, 일상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했다. 고속에서 추월을 위해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을 때도 속력을 쉽게 높였다. 회전 구간에선 무게중심이 높은 SUV의 특성이 나타나 스포티(빠르고 날렵)한 주행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분당회전수(rpm)를 높일 때 엔진의 회전 질감이 매끄러워 만족스러웠다.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엉덩이로 전달되는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서스펜션(차체의 무게를 받쳐 주는 장치)이 부드러워 차가 안락하다고 느껴졌다.
신형 노틸러스는 어댑티브(적응형) 서스펜션을 통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한다. 도로의 움푹 파인 곳을 지나갈 때 바퀴가 빠지는 순간, 서스펜션의 상하 폭을 조절해 충격을 완화하는 기술이다. 총 12개의 센서가 차의 움직임, 조향, 가속, 제동 등을 모니터링하며 노면에 딱 맞는 서스펜션을 구현한다. 주행 모드는 노멀(normal), 컨저브(conserve), 익사이트(excite), 슬리퍼리(slippery), 딥 컨디션(Deep Condition) 등 다섯 가지다. 링컨만의 색다른 표현을 쓰는데, 컨저브는 에코 모드, 익사이트는 스포츠 모드와 비슷하다. 슬리퍼리는 젖은 노면이나 꽁꽁 얼어붙은 눈길, 딥 컨디션은 진흙 길 등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하다. 신형 노틸러스의 운전대는 가로로 길쭉한 타원형이다. 48인치 디스플레이의 운전석 쪽 계기판을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운전대의 세로 길이를 줄였다. 주차 등 운전대를 90도 이상 회전해야 할 땐 불편했지만, 일반 주행에선 운전대가 계기판을 가리지 않아 전방에 시선을 고정할 수 있어 편리했다.
신형 노틸러스의 가격은 7740만원이다. 경쟁 차와 비교했을 때 중간쯤에 속하는 가격대다. 가솔린 기준 벤츠 GLC는 8790만원부터, BMW X3는 7000만원, 아우디 Q5는 7145만원부터다. 국내에서 독일 차 3사보다 뒤처지는 링컨의 인지도를 감안하면 노틸러스의 가격이 비싸 보이는데, 대신 한 차급 위를 넘보는 차체와 고급 편의사양을 무상 장착한 게 특징이다. 노틸러스는 48인치 디스플레이, 앞좌석 마사지 시트, 28개 스피커로 구성된 레벨 울티마 3D(Revel Ultima 3D) 오디오 시스템, 21인치 휠, 디지털 화면에서 켜고 끌 수 있는 전용 방향제, 어댑티브 서스펜션, 정차 후 재출발을 스스로 수행하는 스톱 앤드 고(Stop&Go) 크루즈 컨트롤 등을 기본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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