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피터 드레이퍼 호주 애들레이드대 국제무역연구소 소장 | “中, 대만에 핵심 광물 수출 막을 수도…반도체 공급망 피해 우려”

김우영 기자 2024. 2. 2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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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레이퍼 호주 애들레이드대 국제무역연구소 소장 남아공 콰줄루나탈대 경영학 석사, 독일 예나프리드리히실러대 명예박사, 현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 고문, 현 호주서비스라운드테이블 이사회 위원 사진 피터 드레이퍼

“일부 반도체 필수 광물을 독점 생산하는 중국이 만약 대만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피터 드레이퍼(Peter Draper) 호주 애들레이드대 국제무역연구소 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 1월 대만 총통으로 당선된 라이칭더(賴清德) 당선인의 5월 취임 이후 중국의 예상되는 반응에 대해 이같이 내다봤다. 반중 인사로 분류되는 라이칭더는 독립 성향의 민진당 후보로, 민진당은 3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드레이퍼 교수는 “중국은 공식적인 제재와 비공식적인 제재를 혼합한 ‘각본’을 갖고 있는 국가”라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광물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대만의 관련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드레이퍼 교수는 국제상업회의소(ICC) 연구재단 출신이자 유럽 싱크탱크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의 고문을 맡고 있는 국제 통상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대만 총통 선거 결과를 두고 예상되는 중국의 반응은.
“민진당이 앞으로 추진할 정책에 달려있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와 민진당의 기조를 종합해 볼 때,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의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사실은 민진당이 대만을 독립국이라고 생각하고,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용인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며, 경제적 조치뿐 아니라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채택할 수도 있다. 아울러 그 연장선에서 대만을 상대로 ‘당근과 채찍’ 전략을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어떤 당근과 채찍을 말하는 건가.
“우선 당근은 야당인 국민당 의원 측에 사용할 것이다. 국민당을 지지하는 지역구뿐 아니라 주요 선거 경합지를 대상으로 호의적인 무역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 거꾸로 민진당의 지지율이 높았던 경합지에선 (무역 제재 같은) 채찍을 들 것이다. 이 모든 전략은 결과적으로 대만 유권자가 국민당을 더 지지하게 만들어 다음 선거(2028년)에서 국민당 소속 총통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 밖에도 중국이 쓸 카드는.
“모든 옵션이 중국의 테이블 위에 있을 것이다. 중국은 공식적인 제재와 비공식적인 제재를 혼합한 ‘각본’을 갖고 있다. 전자로는 예를 들어, 특정 대만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상품을 ‘덤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 무역 구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후자로는 국유 기업(SOE)과 세관 당국에 특정 상품을 구매하거나 통관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또 다양한 구실을 만들어 특정 상품의 전면적인 사용 금지에 나설 수 있다.”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공급망에는 필수 광물들이 있다. 중국이 대만에 이런 광물들의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은.
“중국은 이미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광물 등의 수출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대만의 특정 산업, 특히 반도체 같은 IT 하드웨어 관련 산업에 영향을 주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 서방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반도체 기술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제조 업체를 돕기 위해 중국 내 (반도체 생산 필수 광물) 공급으로 제한하려 들 것이다. 대만뿐 아니라 한국도 이 같은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우선, 가장 명백하게 우려되는 것은 대만의 반도체 영향력(dominance)이 흔들릴 수 있다. 이미 일본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TSMC의 투자를 유치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많은 서방 국가도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국끼리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핵심 원자재의 대체 공급원을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호주가 새로운 원자재 공급망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핵심 원자재 대부분의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실제로 대만에 대해 경제 제재 시도에 나선다면 단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자극하지 않을까.
“이 부분은 추측하고 싶지 않지만, 중국의 조치 때문에 대만산 반도체의 전 세계적인 부족 현상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중국도 보복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을 원하지 않는다. 탱고는 둘이 춰야 한다. 그들이 이 길을 갈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본다.”

양안 관계 악화로 글로벌 기업들이 대만에서 철수해서 생기는 공급망 변화 가능성은.
“이번 선거 결과가 두 국가의 정치적 리스크를 증가시켰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 중국의 시각에서 볼 때, 민진당은 지지율이 하락했고 국민당은 국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민진당은 앞으로 다른 두 정당과 타협하며 소수 정부를 운영해야 한다. 중국 입장에선 체면을 살린 셈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중국은 자신들의 성공이라고 포장할 수 있다. 즉, 정치적 리스크가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여전히 민진당, 국민당, 민중당 세 정당 모두 과거 홍콩 사태를 계기로 일국양제(一國兩制·One Country, Two Systems) 방식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대만에서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대만의 주요 정당들이 ‘1992 합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되살릴 가능성도 작다. 여기에 중국도 내부적으로 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군사적으로 대만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준비할 준비도 돼 있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이 같은 매개변수들을 고려할 것이다.”

과거 호주도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였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대만에 조언한다면.
“다양화, 다양화, 다양화다. 민진당 역시 이러한 필요성을 점점 더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만이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나라와 의미 있는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Plus Point
“中, 대만 침공 시 전 세계 GDP 10% 증발”

중국과 대만이 충돌할 경우 세계경제에는 재앙이 될 전망이다. 경제 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 봉쇄에 나설 경우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5%가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약 5억달러(약 6647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경우다. 이때는 미국까지 개입하면서 세계 GDP의 10%에 달하는 10조달러(약 1경3294조원)가 증발할 전망이다. 전쟁 당사국인 대만과 중국의 GDP 피해액은 각각 40.0%, 16.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전쟁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전 세계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 연관 산업들까지 줄지어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의 GDP는 23.3% 타격을 받아 대만에 이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교전 당사국인 중국뿐 아니라 일본(-13.5%), 미국(-6.7%)보다도 큰 피해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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