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컬래버노믹스 <26>] ESG 성과는 컬래버에 길이 있다
‘공공기관은 일반 기업처럼 경영하고, 기업은 공공기관처럼 경영하라.’ 이는 공공기관의 비효율적 운영을 질타할 뿐만 아니라 기업이 공익은 도외시한 채 이윤 추구에만 매달리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경영 철학자 피터 드러커의 명언이다.
기업은 사업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한다. 그래야 주주도 임직원도 성과를 나눌 수 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초적인 사회 공헌이 가능하다. 고용 창출을 하고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윤 추구에 매달리면 사회적 독성을 만들어 내기 쉽다. 환경 파괴, 인권침해, 시장 질서 교란, 불법, 비리 등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합법적 범위 안에서 활동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윤리적 책임을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기업 시민 정신(corporate citizenship)’ 개념이 나타난 것이다. 기업도 생명을 지닌 사회 구성체이니 권리와 의무를 함께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이 1980년대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으로 발전했다. 기업은 창출한 이익 일부를 사회 공헌에 쓰는 게 당연시됐다. 1990년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는 ‘공유 가치 창출(CSV)’이라는 더 진전된 개념을 제시했다. 기업은 이익 일부를 사회 공헌에 써야 하는 게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환경적이거나 비윤리적 활동으로 창출한 이익을 사회에 내어놓는 것은 결국 반사회적인 것이니 처음부터 모든 기업 활동에 사회적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는 이론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환경 경영, 윤리 경영, 정도 경영, 투명 경영, 지속 가능 경영, CSR, CSV 등을 모두 통합해 ‘환경(E)·사회(S)·지배구조(G)’라는 3축 체계로 발전한 것이다. ESG를 제대로 하는 기업은 우선 사람들이 지지하고 그 제품을 선호한다.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과 언론에서도 호감을 갖는다. 사회의 건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도 ESG를 실천하는 기업을 선호하고 투자 기관에서는 신용등급에 ESG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ESG 경쟁 시대가 열렸다. 기업은 ‘의무적 ESG’ 활동에서 ‘적극적 ESG’ 활동으로 전환하고 있다. ‘적극적 ESG’는 활동 범위가 확장되고 창의성이 발휘돼야 한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BBQ는 지금 미국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이전 같았으면 맛과 가격을 기반으로 시작했겠지만, ESG를 핵심 카드로 접근했다. 뉴욕 BBQ 매장에선 경찰에게 할인 혜택을 줬다. 시민도 경찰과 사이가 좋은 BBQ라고 호감을 갖게 됐다. 그 후 미국 사회가 제복 입은 직업을 존중하는 것에 주목하여 소방관, 군인에게 할인 대상을 확대했다. 재향군인의 날에는 참전 군인에게 20% 할인 행사를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때는 병원 유니폼을 입은 의료인에게 할인 혜택을 줬다. 코로나19가 극성일 때, 뉴욕대 병원에 마스크와 치킨을 기부해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코로나19 사태라고 모두 움츠리고 있을 때가 오히려 ‘적극적 ESG’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뉴욕경찰(NYPD)은 2023년 8월 BBQ 윤홍근 회장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지금 BBQ는 미국 전역으로 매장을 넓혀가고 있다. 점포를 낼 때 제품의 우수성보다 진정한 친구가 왔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지역 학교에 미리 기부금도 내고 장애인 단체도 후원한다. 매장을 오픈할 때는 그 지역 시장부터 경찰, 교사, 시민이 와서 잔칫집 분위기가 된다. 콜로라도에 매장을 낼 때는 주지사가 직접 찾아와서 화제가 됐다. BBQ 윤홍근 회장은 담대한 경영자다. 20년쯤 전에 회사에 강의하러 갔더니 엄청난 포부를 밝혀 나를 놀라게 했다. “전 세계에 KFC나 맥도널드보다 더 많은 매장을 열겠습니다.” 그 후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큰 꿈을 현실로 바꾸고 있다. 2023년 미국 내 외식 업체 매장 증가 1위 기업이 BBQ다. BBQ의 미국 시장 진출 성과는 ESG 성공 사례로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한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협업’이 있다. 어떤 단체, 어떤 인물과 협업을 해야 ESG가 성공할지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한 것이다. ESG의 ‘핵심 성공 요인(KSF)’은 협업 파트너 선정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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