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이라는데 가입률 1%… 펫보험 비교 `동상이몽`

임성원 2024. 2. 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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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핀테크사, 내달 출시 목표
카카오페이, API·마케팅 등 준비
보험사별 담보견적 표준화 관건

정부가 인기가 시들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후속 상품으로 '펫보험'(반려동물보험)을 띄운다. 올해 2분기 중 선보일 예정으로 보험업계와 플랫폼업계 간 서비스 관련 협상이 한창이다.

하지만 펫보험은 손해보험사들이 '블루오션' 시장으로 적극 공략함에도 현재 가입률은 1%를 간신히 넘고 있다. 기존에도 펫보험 가입의 니즈가 많지 않으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또한번 외면받는 '반쪽짜리'로 전락할 전망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와 핀테크사들은 오는 4월 출시 목표로 보험 비교 서비스에 펫보험 상품을 탑재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반려동물 정보를 입력하면 각 보험사의 담보와 가격 등 상품 견적을 비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해당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보험사와 핀테크사들이 우선적으로 실무 협의를 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보이는 핀테크사는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펫보험 비교 서비스에 참여하는 손보사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구축 등을 위한 협상 중이다. 상품 인지도와 가입률이 낮은 펫보험에 대해 반려인들에게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최적의 서비스와 맞춤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펫보험 상품을 하반기부터 선보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대부분 핀테크사와 보험업계에선 펫보험이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앞서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이 대중적인 상품임에도 플랫폼 채널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상품 설계 구조가 복잡한 펫보험의 성공은 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 채널에선 비싼 보험료와 함께 할인형 특약 등 보험사마다 다른 담보로 정확한 상품 견적을 비교할 수 없다는 이용불편함도 제기됐다.

핀테크사 한 관계자는 "표준화한 자동차보험 상품으로 초반에 흥행을 이끌지 못했는데, 보험사마다 다른 펫보험의 경우 서비스를 구현하기가 더 쉽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중소형 핀테크사는 보험 상품별 API 등 인프라 구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선별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국 주도로 정확한 보험료 산출을 위한 정보 공유 항목 확대 등을 검토하며 자동차보험 서비스 고도화에 우선 집중하거나, 시장 상황을 보며 용종보험처럼 관심을 보인 곳들만 일부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 상품인 펫보험은 표준수가·진료 코드 부재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표준화하지 않은 실손의료보험으로 볼 수 있다. 반려인들에게 수요도 높지 않은 편이다.

펫보험을 판매 중인 손보사 10곳(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NH농협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에이스손해보험)의 지난해 10월 말 기준 보유계약 건수는 10만119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과 비교해 40.8% 증가한 수준이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국민의식조사 결과 반려동물수는 799만마리로,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1.27%에 그치는 수준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생명보험업계 보험 비교 상품인 용종보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용종보험은 지난달 19일 쿠콘 플랫폼에서 유일하게 선보인 서비스다. 한 달여간 약 1000명이 이용했고, 이 중 플랫폼을 통해 가입한 건수는 130여건에 불과했다. 기존에 생보사들이 보험료 1만원 안팎의 소액 단기보험(미니보험)으로 판매한 용종보험의 판매 건수는 수백 수천건이었다.

하지만 대형 보험사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플랫폼 채널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가격 경쟁력 등을 높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보사들은 펫산업 육성에 주력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보장 내용을 차별화하고 있다. 자동차보험과는 달리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등이 메리츠화재의 시장점유율을 뺏어야 하는 상황이다. 메리츠화재 '펫퍼민트'(강아지+고양이 보장) 상품은 60% 이상의 점유율로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 대형손보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다른 펫보험 상품을 플랫폼에서 어떻게 구현할 지가 우선 과제"라며 "연납인 자동차보험과는 달리 펫보험은 매달 보험료를 내는 점 등 (판매) 수수료 체계도 다르게 접근할 것으로 보여 보험료 책정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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