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문법 배우고 있어"…플레이브의 '테라' 항해기, 함께였기에 빛나는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그룹 플레이브(PLAVE, 예준 노아 밤비 은호 하민)가 소속된 블래스트 이성구 대표가 버추얼 아이돌의 제작부터 K-팝의 문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함께 성장했기 때문인지 그의 이야기에는 플레이브에 대한 애정과 끈끈함이 있었다.
플레이브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골든마우스 홀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아스테룸 : 134-1(ASTERUM : 134-1)'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진행은 정영한 아나운서가 맡았다.
'아스테룸 : 134-1(ASTERUM : 134-1)'은 데뷔 싱글 '아스테룸(Asterum)'과 첫 번째 미니앨범 '아스테룸 : 더 세이프 오브 띵스 투 컴(Asterum : The Shape of Things to Come)'에 이은 아스테룸 3부작의 마지막 앨범이다. 타이틀곡 '웨이 포 러브(WAY 4 LUV)' 외에도 모두 6곡이 수록됐으며 플레이브는 이번 앨범 전곡의 작사, 작곡, 안무 등 제작 전 과정을 직접 도맡아 하며 자체 프로듀싱 아이돌의 저력을 과시했다.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개최된 이날 쇼케이스는 아스테룸에 있는 플레이브와 테라(지구)에 있는 취재진이 영상통화 형식으로 교신하며 진행됐다. 플레이브가 다양한 이펙트를 선보이고 마법으로 옷을 갈아입긴 했으나, 쇼케이스 자체만을 두고보면 여느 아이돌 그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플레이브를 소개하는 오프닝 영상과 타이틀곡 '웨이 포 러브(WAY 4 LUV)'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뒤 플레이브가 등장했다. 플레이브는 정 아나운서와 새 앨범 관련 토크를 나눴고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감상하며 설명도 덧붙였다. 타이틀곡 '타이틀곡 '웨이 포 러브(WAY 4 LUV)'와 수록곡 '우리 영화' 무대도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예정됐던 '챌린지 배우기'는 시간 관계상 생략됐지만 뜨거운 취재열기를 생각하자면 옳은 선택이었다.
블래스트 이성구 대표는 플레이브와의 모든 질의응답이 끝난 뒤 등장했다. 이성구 대표는 플리(PLLI, 팬덤명)에게는 사내에서 불리는 영어 이름 '윌리엄'으로 더욱 익숙한 인물이다. 윌리엄의 목소리는 이번 앨범의 두 번째 트랙 '버추얼 아이돌'의 마지막 부부에 등장해 곡을 한층 더 인상 깊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 대표가 받은 첫 번째 질문은 플레이브의 '본체 공개 금지' 관련이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를 실연하는 예준, 노아, 밤비, 은호, 하민 다섯 멤버의 '본체' 공개를 강력히 막고 있기에 실제 법적 조치를 한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플레이브를 디지털 펭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펭수라는 캐릭터를 소비할 때 그 뒤에 어떤 분이 있는지 알고 계신 분도 있지만 그걸 파고드는 걸로 이 IP를 소비하지는 않는다. 그냥 펭수 자체를 즐기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정체를 파헤치는 쪽으로 IP가 소비된다면 우리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체를 공개했다고 해서 회사가 법적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그것만으로 우리가 법적 조치를 취하는 건 아니다. 이제 본체가 됐던 플레이브가 됐던 너무 심한 욕설을 하시는 경우다. 우리의 어려움 중 하나가 AI가 아니고 실제 사람인데 캐릭터만 보고 그런 것을 망각하는 분들도 계신다. 일부 네티즌들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굉장히 심한 말을 하는 경우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레이브는 지난해 3월 첫 번째 싱글앨범 '아스테룸(ASTERUM)'을 발매하고 데뷔한 뒤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데뷔곡 '기다릴게'부터 '여섯 번째 여름'을 비롯해 플레이브가 발매한 7개 음원 전곡이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 일간차트에 진입했다. 첫 번째 미니앨범 '아스테룸 : 더 세이프 오브 띵스 투 컴(Asterum : The Shape of Things to Come)'은 초동(발매 후 일주일 간 앨범 판매량) 20만 3천여 장을 기록했고 멜론의 전당 앨범 부문 밀리언스 클럽 달성, 멜론 TOP100 차트 진입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버추얼 아티스트 최초 한터차트 실버 인증패 또한 거머쥐었다.
그러나 플레이브가 소속된 블래스트는 MBC 사내벤처 출신 버추얼 IP 스타트업이다. 버추얼 아이돌로서는 이례적으로 K-팝 팬덤을 끌어모으고 있는 만큼 사내 K-팝 마케팅 혹은 전략 수립 구성원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 대표는 "우리가 기술 스타트업으로 시작했고 엔터 쪽 전문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엔터 쪽에서 팬 마케팅이나 매니징을 담당하는 분들이 소수 계시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개발자 같이 좀 아티스트와는 거리가 먼 직원들"이라며 "대신 우리가 여성 직원들의 비율이 굉장히 높고 나이가 되게 어리시다. 그런 직원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이야기하며 나름대로 전략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K-팝의 경우 K-팝 팬덤만의 '문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플레이브를 꾸려가며 가장 따라가기 어려운 지점이 어떤 것인지 묻자 이 대표는 "나를 포함해서 엔터 경험이 없는 직원들이 많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팬들이 많이 사랑해 주시는 만큼 열심히 K-팝의 문법을 배우고 있다. 또 엔터에서 오신 분들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직원들의 도움으로 함께 K-팝의 문법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단순히 배우기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기존의 K-팝 기획사들이 했던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팬들한테 많이 돌려줄 수 있고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지 좀 더 다양하게 고민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넘고 부분도 짚었다. 이 대표는 "가장 큰 부분이라면 우리가 라이브 콘서트를 실제로 준비하고 있다. 일본 같은 경우 있는 영상을 플레이하는 형식으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을 할 예정이다. 라이브 콘서트의 퀄리티를 매우 높일 수 있어 최종적으로 월드투어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한계와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라이브 콘서트나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 일반 아이돌들은 기획사가 많이 고민할 필요 없이 기획을 하면 외부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촬영해 주신다거나 콘서트도 외부 콘서트 감독님이 조율을 해주실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직원 수는 제한이 돼 있는데 그런 부분을 전부 직접 만들어야 해서 업무 강도가 매우 높다. 내부적으로 스튜디오 근무를 빠르게 늘리려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플레이브 단독 콘서트 계획도 전했다. 이 대표는 "올해 안에 이미 대관이 돼있는 상태다. 아마 멀지 않아 날짜와 예약 기준을 발표를 해드릴 거다. 내부적으로는 한참 콘서트 준비를 하고 있고 멤버들도 콘서트를 위해서 안무라던가 노래 연습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서도 "이게 아마 논란이 될 텐데 아시겠지만 K-팝 공연장을 요즘 대관하려면 8개월에서 10개월 전에 해야 한다. 그런데 그때는 우리가 이 정도로 팬덤이 늘어날지 예상을 못했다. 아마 팬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대관이 돼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작년에 대관을 할 때 다 안 해주신다고 했다. 공연을 한 적도 없고 '얘들이 표를 팔면 팔려?' 이러기 때문에 대관을 안 해주려 해서 정말 정말 힘들게 대관을 했다"며 "콘서트 감독님께서 우리가 버추얼 아이돌이라 큰 곳은 대관을 안 해주실 거라 하더라. 우리가 대관을 하고 싶어도 '너희들이 대관해서 어떻게 할 건데' 이런 반응일 거고, 이번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표도 팔아야 가능할 거라고 하셨다. 우선은 첫 번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더 큰 곳을 부탁드려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를 론칭하며 큰 사랑을 얻을 거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현재 수많은 K-팝 팬들이 플레이브에 열광하고 있다. 플레이브라는 팀에 이들이 왜 열광하고 있다 생각하는지 묻자 이 대표는 "우리도 사실 정확히 어떤 요소 때문이라, 한 가지 요소 때문이라고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냥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쳐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처음 우리 리더인 예준 씨가 연습생으로 방송을 했을 때만 해도 시청자가 한 30명이었는데 10명은 우리 직원이었다. 그때도 우리 직원들이 정말 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라이브 품질을 올리고 캐릭터 모션을 개선하고 디자인도 개선하면서 일을 했다"며 "그때 아마 예준 씨가 '굉장히 작은 회사인데 왜 이렇게 열심히, 나 하나를 위해서 열심히 라이브 준비를 해주지' 이런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우리 리더분이 직원들이 점점 업데이트를 시키는 걸 보면서 '직원분들이 너무 훌륭하다. 나도 열심히 하겠다' 이런 말씀을 자꾸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제 예준 씨가 다른 멤버들을 한 명씩 초대해 주면서 멤버들이 모이게 됐다. 그런 멤버들이 점점 직원들의 열의를 같이 느끼면서 오히려 더 열심히 준비를 하시게 됐다"며 "'기다릴게'라는 노래도 처음에는 우리가 다른 작곡가분들한테 곡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작곡을 하는 멤버들이 있으니까 들어보시더니 '좋은 곡은 안 오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가 유명하지 않은 회사고 버추얼 아이돌이라 A급 곡을 주는 작곡가는 없을 것'이라며 '대표님 저희가 만들어볼까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말 몇 주 만에 '기다릴게'라는 곡을 만들어서 우리한테 들려주셨다. 그때 직원들이랑 들으면서 '너무 좋다. 이 곡 타이틀하면 안 될까요'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곡도 우리가 만들게 됐다"며 "안무도 처음에는 외부 유명한 안무가한테 큰돈을 드리면서 맡겼는데 K-팝 아이돌이 아니라 버추얼 아이돌이라고 하니까 율동같이 귀여운 안무를 보내주셨다. 그것도 멤버들이 보고 '이거 아닌데. 우리가 버추얼 아이돌이니까 너무 귀엽게 보내주신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하셔서 이제 하민 씨하고 밤비씨가 '우리가 만들어볼까요' 하고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직접 안무를 만들고 연습하면서 같이 성장하는 과정이 분명 있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직원들과 멤버들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라이브를 보시는 팬분들도 느꼈던 것 같다. 오랫동안 라이브를 보셨던 분들이 그런 과정을 느끼면서 플레이브가 성장하고 곡을 만드는 것을 함께 보시면서 깊은 과정을 갖게 되신 것 같다"며 "우리는 2시간씩 소통을 매주 두 번씩 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통해 멤버들과 회사가 하나가 되는 과정을 팬들이 느끼셨다. 그런 끈끈함으로 시작이 됐기 때문에 지금처럼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다시 한번 플레이브의 성장 이유를 짚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