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칼럼] 제2의 선동열과 이대호를 위하여···슈퍼 파워를 만드는 부드러움

최강야구 몬스터즈 김성근 감독 2024. 2. 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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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 감독이 눈이 내린 지난 21일 서울 한 실내훈련장(SSTC 야구 아카데미) 선수들 지도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 제공


스포츠경향이 최강야구(JTBC) 최강 몬스터즈 김성근 감독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야구 시즌 들어 생산될 주요 야구 이슈에 관한 눈높이 다른 분석은 물론 야구로 통하는 인생 이야기를 ‘야신’ 김성근 감독의 통찰력이 담긴 칼럼으로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해태 2군 감독이던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2군 선수들의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1년 내내 스트레칭 체조를 했다. 그러나 공 들인 만큼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당시 해태에는 몸이 부드러운 투수들이 여럿 있었다. 선동열, 이강철, 조계현은 몸이 특히 더 유연했다.

그때 느낀 건, 되도록 어린 나이에 몸의 유연성을 길러놓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어렸을 때 몸을 만드는 방향성과 충실도에 따라 선수 생명뿐 아니라 성장 동력이 달라진다. 선동열과 이강철, 조계현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부드러움이었다.

최근에 참 인상적인 아이들을 봤다. 경기도 소재 대원중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팀훈련을 하는 것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도 이런 훈련을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이들은 허리로 타이어를 끌면서 외야 펑고를 받기 위해 뛰어다녔다. 그 상태로 다이빙캐치도 시도했다.

유연성은 하반신으로부터 나온다. 학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하반신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요즘은 대부분 팀이 웨이트트레이닝에 신경을 더 쓴다. 하반신보다 상반신 강화에 훨씬 더 많은 힘을 쏟는다. 그러다 보니 투수는 구속은 나와도 볼끝은 무딘 경우가 많다. 또 볼 스피드를 내려고 상체 힘을 많이 쓰면서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가 많다.

얼마 전, 대원중이 전국대회에서 공동우승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학교 아이들은 야외 훈련이 끝나면, 웨이트를 하면서 마무리 짓는다고 한다. 훈련 과정을 보자면 ‘베스트’ 아닌가 싶다.

일본 교토의 가쓰라 고등학교 1학년때 운동하던 생각이 난다. 그해 나는 매일 동네 목욕탕을 찾았다. 훈련을 위해서였다. 언덕을 뛰어다니고, 산도 타면서 일상에서 하체 힘을 키우던 시절이지만, 그해에는 목욕탕 물에 들어가 매일 같이 손목의 유연성을 만드는 훈련을 했다. 물속에서 매일 1000번씩은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그렇게 1년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달라져 있었다. 투수로 급성장했다. 손목에 부드러움이 생겼고, 볼 던지는 게 가벼웠다.

최근 올해 프로야구 한 구단에 높은 순위로 지명된 투수가 공 던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구속은 좋은데 제구력은 그렇지 않았다. 폼을 보니 부상도 걱정됐다. 아쉬움은 역시 부드러움이었다. 또 하반신 활용이었다. 그래서 손목 훈련법을 포함해 몇 가지를 일러줬다.

하반신 체력이 부족하면 상체에 의존하게 된다. 어깨에도 부담이 빨리 온다. 공 던질 때 하반신을 충분히 쓰면 손은 가장 늦게 나온다. 그렇게 던지는 공은 볼끝이 살아 들어간다. 선동열은 하반신이 단단했던 데다 상하체 모두 부드러웠다. 활시위를 최대치로 당겼다 놓듯 하체로 최대한 몸을 끌고 간 뒤 손은 늦게 나왔다. 볼 끝에 힘이 있었다.

해태 무등산 폭격기로 리그를 지배하던 시절의 선동열 전 감독. 경향신문 DB


은퇴 직전인 2022년 롯데 시절의 이대호. 정지윤 선임기자


이대호는 타격할 때 지금도 부드럽다. 일본 소프트뱅크에 있을 때 ‘너 안뛰지’, 그랬더니 ‘저, 많이 뜁니다. 오늘도 저 멀리 외야로 열 번은 뛰었습니다’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이대호는 작년 최강야구(JTBC) 시즌 막판에 참 좋았는데, 그즈음 매일 뛰는 것을 봤다. 이대호는 스윙할 때는 힘을 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가벼워 보인다. 그만큼 부드러움이 있는 것은 밑에서부터 힘을 쓸 줄 알기 때문이다.

선동열, 이강철, 이대호 등 대선수들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오래 했다는 데 있다. 모두 하체를 잘 썼다. 또 모두 부드러웠다.

최강야구에서 뛴 사회인야구 출신 투수 신성권은 150㎞ 공을 던지지만 제구를 다듬어야 한다. 이번 겨울, 러닝을 많이 하도록 시키고 유연 체조도 꾸준히 하도록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보니 10개를 던지는데 7~8개는 존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도 ‘그렇구나’, 싶었다. 역시 기본은 하반신이다. 또 고관절이고, 복근이다. 야구 선수로 성장하려면 이것을 잘 써야 한다. 훈련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방법이다.

손목을 자연스럽게 틀며 스파이크를 하는 흥귝생명 김연경. 정지윤 선임기자


요즘 겨울 실내 스포츠를 TV 중계로 종종 본다. 며칠 전에는 여자배구를 보고 있었는데, 흥국생명 김연경이 볼을 때리는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김연경이 스파이크를 하는데 좋은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는 것처럼 팔꿈치와 손목이 나오는 동작이 굉장히 유연했다.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처럼 볼 궤적이 자동으로 변했다. 상대편 선수가 볼을 받을 때마다 어려워하는 장면이 여러 번 보였다.

김연경 역시 하반신으로 단단히 받쳐놓고 상체의 부드러움으로 여자배구 넘버1 된 것 아닌가 싶었다. 모든 종목을 관통하는 이치 아닌가 싶다.

최강야구 몬스터즈 김성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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