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찾아 헤매다 사망" 더 심각해진 '의료대란'(종합)
의료현장 떠난 전공의 1만 명 육박…하염없이 기다리는 환자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2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전국 곳곳 대형 병원들의 진료 차질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심지어 대전에서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던 환자가 사망하기까지 했다.
오는 29일 전임의와 임상강사가 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집단 이탈을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상황이 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정오쯤 80대 A씨가 의식장애를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으로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각 병원에 A씨 이송이 가능한지 전화로 확인했지만 7곳에서 병상이 없거나 전문의 부재, 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사유 등으로 '수용 불가' 답변을 받았다.
30여 분이 흐른 뒤 A씨는 심정지를 일으켰고, 53분 만에야 도착한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가 최종적으로 이송된 병원은 처음에는 수용 불가 답변을 받았던 곳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25일 새벽에는 복통과 하혈 증상을 보인 30대 외국인 여성이 병원 14곳을 찾았지만 수용되지 못하고 신고 3시간 후 대학병원으로 옮겨지는 일도 있었다.
지난 20일부터 26일 오전 6시까지 대전지역 구급 이송 지연 사례는 모두 23건으로, 주말 새 8건의 이송이 지연됐다. 또 26일 새벽에도 2건의 이송 지연이 빚어졌다.
대전소방본부는 기존에 현장을 출발해 병원 도착까지 평균 6분이 소요됐다면 지난 20일부터는 평균 13분으로 길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진료 미뤄져서 숙소 잡아요" 2주째 이어지는 '의료대란'
"오늘 응급실 대기 줄이 저 안에 꽉 찼어요. 아까 간호사가 그러는데 구급차 5대가 진료를 못 받고 그냥 갔대요. 담당 간호사님이 '지금 응급실이 포화 상태가 아니라 전쟁통보다 더 하다'고 하더라고요."
비인두암 수술 후 튜브가 빠진 아버지를 모시고 충남 서산에서 올라와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송모(49)씨는 "간호사한테 '오늘 4~5시간 내로 진료를 볼 수 있냐' 물어봤더니 그건 장담을 못하겠다더라"면서 "(처음에는 응급실에서 진료를) 못 볼 수 있으니까 2차 병원을 먼저 들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결국 송씨 아버지는 2차 병원에 들렸지만 튜브를 교체하는 데 실패하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올라왔다. 송씨는 "원래 튜브 교체할 때 2분이면 끝났다"며 "그런데 2분이면 교체하는 것을 병원 세 군데 갔다가 여기로 온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송씨는 "응급실 안쪽 대기석을 보면 (상황이) 되게 심각하다"며 "의사 선생님이 얼마 안 계신 것 같다. 빨리 들어가서 빨리 로테이션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동생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이모(21)씨는 "이렇게까지 진료가 지연된 적은 없었다"면서 "원래 전공의가 있었으면 사람들이 조금은 덜 몰리는데, 이제 교수들이 다 하다 보니 계속 지연된다"고 밝혔다.
실제 병원 곳곳에서는 길어진 대기 시간에 지친 환자들이 의자에 몸을 눕히고 자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심장 질환으로 서울대병원을 찾은 이효은(60)씨도 "전공의 선생님이 휴업해서 다른 분으로 바뀌었다"면서 "오늘도 오전에 의사선생님을 보기로 했는데 응급 수술 때문에 지금 못 뵙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원래 오전 8시쯤 선생님이 회진을 도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은 오후 5시인가 6시인가 그때 오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진료 차질이 이어지면서,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들은 숙소를 구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가족 5명과 함께 경남 김해에서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유방암 환자 40대 A씨는 "원래 초음파 검사하는 인력이 더 있었는데 오늘은 한 명이 다 한다고 한다"며 "그래서 검사가 다 마감이 돼서, 나는 오늘 못한다고 한다. 내일 오전 8시쯤 다시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가족 5명이 들어갈 만한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숙소 금액도 비싸고 그래서 조금 힘들다"면서 "수술 일정에 착오는 없는 지도 조금 마음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약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직서 제출 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약 69.4%인 7863명이다.
서면 점검대상 중 '자료 부실제출'로 시정명령을 받은 6개 병원의 현황까지 더하면,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거의 1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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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김수진·나채영·정진원 수습기자 soluck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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