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김고은, "무당 役, 주저 없이 선택, 오히려 반가웠다"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배우 김고은(32)이 영화 '파묘'에서 무속인 역할마저 '씹어 먹는' 연기력으로 소화해내며 새삼 그 진가를 입증했다.
김고은은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로 데뷔 후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했다. 극 중 그는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할을 맡아 이전에 볼 수 없던 색다른 얼굴을 선보였다. 화림은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톱클래스 무속인. 김고은은 탄탄한 연기력과 단단한 내공으로 관객들을 '파묘'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표현력으로 'K-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을 비롯해 배우 최민식, 유해진, 이도현 등과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낸 김고은. 그는 대선배 최민식으로부터 "김고은은 '파묘'의 손흥민이자 메시"라는 극찬을 이끌 정도로, 영화 흥행의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재현 감독 또한 "김고은이 다 했다"라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묘벤져스'라는 애칭을 얻으며 뜨겁게 입소문을 탄 '파묘'는 개봉 단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올해 최단 기간이면서, 작년 최고 흥행작인 1000만 영화 '서울의 봄'보다 빠른 속도다. 무서운 기세로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이에 김고은은 26일 진행된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믿기 힘든 스코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저는 이런 속도의 흥행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더 신기했다. 주변에서도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380석 영화관이 꽉 차고, 관람 후에 관객분들이 토론을 많이 나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리고 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흥행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남겼다.
데뷔작부터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한 '은교'에 뮤지컬 영화 '영웅' 등 워낙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김고은이지만, 무속인 캐릭터 도전에 주저함은 없었을까. 더군다나 실제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고은은 "무당 역할이라고 해서 주저함은 전혀 없었다"라고 단박에 답했다. 그는 "오히려 '파묘'가 반가웠다. 저는 주어진 작품들 안에서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아무래도 어느 한 캐릭터가 대중에게 많이 각인되면 한동안은 '파묘' 같은 작품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파묘'가 굉장히 반가웠다. 그리고 작품이라는 게 진짜 인연이 따로 있다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 있는 거 같다. 뭐는 이래서 좋고, 뭐는 이래서 싫고 그런 걸 깔고 간다면 정말 역할이 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저는 아직도 (도전에) 목마르다"라고 못 말리는 연기 열정을 엿보게 했다.
또한 김고은은 "종교적인 부분도 선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도현도 기독교라고 들었고 장재현 감독님도 본인이 교회 집사라며 괜찮다고 하셨다.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도 그렇고 대다수 각자의 종교를 가진 분들이 뭉쳤다. 도움을 주신 무속인 선생님들도 개의치 않아 하셨다. 다만 제가 걱정된 건 무속신앙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이었다. 어설프면 안 되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캐릭터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장재현 감독과 최민식에 대한 신뢰가 남달랐기에 '파묘'를 놓칠 수 없었다고. 김고은은 "제일 첫 번째로 장재현 감독님을 향한 팬심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감독님의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다 극장에서 봤다. 물론 '사바하'는 VIP 시사회로 공짜로 봤지만, '검은 사제들'은 내 돈 내고 표를 사서 관람했다. 개인적으로 장재현 감독님이 한국 오컬트 장르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님의 작품 안에 제가 담긴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라고 출연 이유를 꼽았다.
이어 그는 "최민식 선배님을 이전에 한두 번 뵀는데 대선배님이신데도 인사를 받아주실 때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신 기억이 난다. 정지우 감독님과 친하셔서 건너건너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고, 막연하게 대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선배님과 제가 같은 작품 할 기회가 흔치 않고, 이렇게 합을 맞출 수 있는 롤이 또 있을까 싶어서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다"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그런 최민식의 애정을 한몸에 받은 김고은. 그는 "선배님이 '파묘' 무대인사할 때도 '묘벤져스의 손흥민이자 메시다'라고 저를 소개해 주신다.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큰 칭찬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이내 김고은은 최민식에 대해 "'파묘'의 히딩크"라고 센스 있는 화답을 보냈다. 그는 "정말 선배님이 현장에 계시면 기둥 같은 느낌이 있다. 중심에 딱 계셨는데, 그렇다고 선배님이 진지하게 계시거나 그러진 않으셨다. 유머를 계속 던지셨다. 저는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라고 해서 모두 무거워지면 에너지가 안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현장에서 선배님이 에너지를 올려주신 덕분에, 저도 연기적으로 과감히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소심함이 사라지고 위축이 안 된 게, 다 (최)민식 선배님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뭐 하나 하고 오면 박수를 쳐주시면서 '역시 김고은, 돗자리 까는 거 아니냐'고 이런 얘기를 테이크마다 해주시는데, 정말 큰 힘이 되었다. 후배를 온전히 믿고 바라봐 주셨다. 제 스스로 갸우뚱하고 있을 때도 응원에 찬 얘기들을 해주시니까 거기에 더 힘을 받아서 다음 테이크엔 더 확실히 표현하려는 게 있었다. 대살굿 장면 찍을 땐 대기 시간이 정말 길었는데 민식 선배님, (유)해진 선배님 모두 분위기를 올려주며 계셔서 후배 입장으로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이 있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장재현 감독에 대해선 "카리스마 넘칠 거 같고, 과묵하실 거 같다는 이미지가 막연하게 있었는데 첫 미팅 때 많은 게 풀렸다. 정말 '귀염상'이시더라. 잘 웃으시고. 이런 장르를 촬영하면 귀신을 본다기에, 감독님께 물어봤더니 (교회) 집사님이라고 하셔서 무서움은 확 사라졌다. 감독님이 워낙 유머 넘치시고 현장에서 장난도 많이 치셨다. 이렇게 웃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깔깔깔 하며 찍었다. 선배님들도 저도 다 유머에 욕심이 있어서, 티키타카를 주고받으며 무척 즐겁게 촬영했다"라고 유쾌한 기억을 떠올렸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에서 '겁나 험한 것'으로 역대급 반전을 선사한 동시에, 관객들의 호불호 반응을 불러온 바. 이에 대해 김고은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당연히 험한 것의 존재가 명확하게 드러났고, 도깨비불도 기획 단계부터 설정된 거라 어떻게 구현이 될지 궁금했다. 그런 존재들이 나왔을 때 호불호는 오컬트 장르에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하지만 이는 감독님의 창작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이 그만큼 몇 년 간 많은 고민 끝에 완성한 결과물이기에, 매우 존중한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여기에 김고은의 혼신의 노력으로 웰메이드 수작이 가능했던 '파묘'. 김고은은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도움을 주신 무속인 선생님들도 시사회를 보시고 굉장히 좋아해 주셨다. 근데 저는 늘 그렇듯이 아쉬움만 보이는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얘기했다.
김고은은 "이도현과 제가 '파묘' 크랭크인 전에 각자 다른 드라마를 찍고 있었지만, 무속인 선생님 집에 자주 찾아뵙고 연습을 많이 했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친해진 상태로 시작할 수 있었다"라면서 "만신 고춘자 선생님에게 배웠는데 처음에 뵈러 갔을 땐 제가 무속신앙에 대해 잘 몰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 근데 선생님들이 저희를 할머니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첫 연습 때 굉장히 긴 시간 머물렀고, 그 한 번으로 모든 게 풀려 굉장히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며느님인 다영 선생님도 그렇고 전국 팔도를 다니시는 분이라 정말 중요한 경문을 외우는 장면 외엔 스스로 해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 수시로 메시지를 보내고 영상통화로 연락하여 물어봤다"라고 무속인이 되기까지 과정을 들려주었다.
이어 그는 "일단 경문을 외는 장면이 가장 두렵고 스트레스가 컸다. 실제 굿을 여러 번 보러 갔는데 선생님이 굿을 하기 전에 경문을 30~40분 동안 외우신다. 그게 정말 멋있다. 하나의 공연을 보는 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고 할 때마다 음도 다 다르더라. 그래서 저걸 과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있었고 그 지점에서 어색하면 다른 신을 아무리 잘해도 말짱 도루묵이란 걱정이 들었다. 단 기간에 내공 섞인 듯한 목소리 톤과 음을 내가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정말 컸다. 다행히 대학교 때 풍물을 해서 징을 치는 박자는 금방 터득을 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경문을 연습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어느 순간 안 되겠다 싶어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선생님이 녹음해 주신 세 개의 버전 중 하나를 통으로 노래처럼 외우는 거였다. 분량이 세 페이지 정도 되는 걸 다 외워서 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김고은은 "큰 퍼포먼스들은 그 자체가 화려하기 때문에, 가려지더라도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했다. 선생님이 굿을 준비하며 본인도 모르게 몸을 터는 거, 칼을 고르는 동작 하나까지 집중하면서 관찰했다. 상덕(최민식)한테 반존대를 하는 것도 화림은 왠지 그럴 것 같아서 감독님과 상의 끝에 반영했다. 휘파람을 불더라도 무속인만의,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지 않을까 그런 것도 선생님께 물어봐서 캐릭터에 녹여냈다"라며 놀라운 세밀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결국 '파묘'에서 '돈값'을 톡톡히 한 김고은이다. 앞서 그는 유튜브 예능 '요정재형'에서 "돈값 해야 한다"라며 주연 배우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나타내 화제를 모았었다.
이를 언급하자 김고은은 "로케이션 할 때 너무 추운 날씨이거나 '오늘 하루 정말 죽음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 현장에서 얘기하는 유머 중의 하나였다.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냥 '오늘도 열심히 해야지', 최면처럼 되새기는 저만의 이야기였다. 그 말 안에는 정말 제 진심이 있지만 거창하게 일침 이런 게 아니다"라고 멋쩍어했다.
현재 '군인' 신분인 이도현에게도 특급 응원을 받았다고. 김고은은 "휴가를 나온 (이)도현이한테 어제(25일) 대뜸 '누나 고마워'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뭐가' 하고 답장했더니 '같이 연기해 줘서' 그러더라. 너무 낯간지러웠다. 오히려 제가 고맙다고 답을 했다"라는 훈훈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파묘'는 오는 28일 할리우드 대작 '듄: 파트2'와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한 심경을 묻자 김고은은 "윈윈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단 극장이 붐볐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라. 제가 대학교 때 할머니와 강남역 근처에 살아서, 강남 CGV를 자주 갔다. 아르바이트하고 돈이 생기면 시간표를 짜서 어떨 때는 하루에 영화를 4편씩 보곤 했다. 그때는 극장이 정말 붐볐다. 이번에 '파묘' 무대인사를 하며 그때의 설렘이 생각나더라. 정말 가는 관마다 꽉 차 있어서, 그게 약간 뭉클했다. 기분이 좋은 걸 넘어서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관객분들도 극장을 찾는 설렘을 느끼셨으면 싶고 계속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한다"라고 영화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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