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양갱’으로 아이유 누른 비비 (feat.장기하)[스경연예연구소]

김원희 기자 2024. 2. 26. 17: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비의 신곡 ‘밤양갱’ 뮤직비디오. 비비 공식 유튜브 채널



가수 비비가 ‘밤양갱’으로 ‘음원퀸’ 아이유를 눌렀다. 가수 비비가 지난 13일 발매한 싱글 ‘밤양갱’이 아이유, 르세라핌, (여자) 아이들 등 ‘강자’들의 컴백이 즐비한 연초 음원 시장에서 1위를 싹쓸이했다.

소속사 필굿뮤직은 ‘밤양갱’이 26일 멜론, 지니, 유튜브뮤직, 플로, 바이브, 벅스 등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일간·실시간 차트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비비의 신곡 ‘밤양갱’ 뮤직비디오. 비비 공식 유튜브 채널



엄마·아빠도 아닌 할아버지의 어릴 적 간식이었던 밤양갱. 하지만 MZ세대를 홀려버린 이 달콤쌉싸름한 ‘밤양갱’의 정체는 대체 뭘까?

후렴구 가사만 보고 달콤한 사랑 이야긴가 했다. 동화 풍의 멜로디도 경쾌하고 깜찍하니 분명히 달달한 사랑 고백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후렴구만 빼면 죄다 쌉쌀하다. 현실적인 내용의 이별 이야기에 어리둥절 해지다 웃음마저 난다. 여기에 처음 들어 보는 비비의 미니멀하고 가벼운 목소리까지 어우러져 어느새 무한 스트리밍 중이다.

지난 13일 공개된 비비의 신곡 ‘밤양갱’은 연인과 헤어짐의 순간을 그린다. 흔하디흔한 이별이라는 주제로 국내 주요 음원차트의 정상을 휩쓸고 있다. 수천 수만 개의 이별 노래 중 ‘밤양갱’이 특별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밤양갱’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유튜브 캡처.



비비의 신곡 ‘밤양갱’ 뮤직비디오. 비비 공식 유튜브 채널



#첫입.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 / ‘그래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했었지’

입에 넣을 땐 달았는데 한 입 씹으니 쌉싸름하다. 이 ‘밤양갱’, 장기하가 만든 게 맞구나. ‘밤양갱’의 작사·작곡·편곡은 모두 장기하가 담당했다. 그의 대표곡들을 떠올리면 굉장히 낯선 멜로디지만, 그래서 더 맛있다. 장기하 특유의 솔직한 표현력 덕에 몽환적인 왈츠 멜로디가 한층 새롭다.

또 사실적인 내용의 가사로 인해 적은 분량에도 서사가 알차, 공감을 이끌기에도 충분하다. 잠깐 들어도, 다투고 헤어지는 길 위의 커플을 엿보고 지나가는 듯 생생하고, 내 지난날의 어느 순간도 반짝 떠올라 쓴웃음 짓게 한다.

비비의 신곡 ‘밤양갱’ 뮤직비디오. 비비 공식 유튜브 채널



#두 입.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양갱인데 달지 않을 수 없다. ‘스텔라장? 미노이?’ 여러 달콤한 보이스가 떠오르는 가운데, 이 ‘밤양갱’에서 진한 단맛을 낸 건 비비다. 이 노래를 모르고 우연히 듣는다면 상상 못 할 주인공이다. 파워풀한 보컬에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 센 언니, 그런 비비인데 이런 사랑스러운 목소리는 어디에 숨겨뒀던 걸까.

달달한 매력을 드러낸 비비에 대중은 환호 중이다. 다디단 밤양갱 같은 매력의 비비를 직접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도 조회수 630만 회를 넘겼다. 비비는 장기하와 연인으로 등장해 K-드라마 속 이별을 보여준다. 꽁트 같은 느낌이 드는 장기하의 연기도 관전 포인트. 그러나 이내 비비의 변신이 디즈니 영화로 장르를 바꾼다. 사랑의 맛을 담은 밤양갱을 만드는 마녀, 그리고 순수한 매력을 뽐내는 파자마 차림의 비비는 ‘밤양갱’의 달달함을 배가시킨다.

가수 비비. 필굿뮤직 제공.



#마지막 입.

‘상다리가 부러지고 /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버려도 / 나라는 사람을 몰랐던 넌’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질리도록 달지도 진저리치게 쓰지도 않게, 심심한 듯 중독성 깊은 끝 맛이다. 장기하의 은유적인 가사는 언제나 깔끔하지만 여운이 깊다. 돌이켜 보니 내가 바란 건 양갱이 하나도 나눠 먹는 소박하지만 진실한 사랑뿐이었는데, 진수성찬을 차려주는 게 사랑인 줄 알았던 우리. 결국 ‘바라는 게 많다’는 불평과 함께 서로를 알지 못한 채 끝나버린 이 아쉬운 사랑 이야기를 ‘밤양갱’과 ‘상다리 부러지’는 상차림으로 비유해 귀엽지만 가볍지 않게 남겼다.

봄을 맞이하는 따뜻한 햇볕 아래 아직은 살짝 냉기가 도는 바람을 맞으며 먹기에 딱 좋은 맛이다. 장기하와 비비의 합이 이렇게 좋았다니, ‘밤양갱’이 없었다면 몰랐을 맛이다. 각자의 강점을 한 입씩 나눠 그 매력을 배로 만든 두 사람, 이다음 스텝도 있을까? ‘밤양갱’을 먹으며 기다려볼 만 하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