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출 4강’ 목표, ‘함정 수출 경쟁력’에 승패 달렸다[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사우디·호주·캐나다 등 본격적인 함정 수출 목표 제시
국내 함정 수주사업 제한적…함정 수출 경쟁력 강화가 탈출구, K-방산 효자무기 기대감
K-방산이 효자무기인 K9 자주포,K2 전차, 탄도탄 요격미사일 천궁Ⅱ 등 지상방산무기와, FA-50 경공격기 등 항공기, 잠수함과 각종 호위함·초계함 등으로 수출 품목이 다양화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방산 골드러시’ 시대를 발판 삼아 우리나라를 미국·프랑스·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 방산 수출국가로 키우겠다고 천명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등 항공기 수출은 항공우주산업 후발주자인 우리에게 항공산업을 주도하는 방산 선진국과 기술력 격차를 빠른 시간내에 줄여야 하지만 항공 선진국의 견제가 만만찮다.
이에 비해 함정 분야는 수출 전선에서 아직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 기술력을 갖춘 HD현대중공업, 세계 정상급 수중함(잠수함) 기술을 갖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모두 상선 분야의 높은 수출 경쟁력에 비해 특수선사업부 함정 수출 실적은 방산수출 2∼9위권인 프랑스·러시아·독일·이탈리아·영국·스페인 등 유럽권에 비해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게 현실이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함정 잠수함 수출 주도
그런 점에서 HD현대중공업이 ‘수출형 함정방산’ 고도화를 목표로 내걸고 함정 방산수출에 적극 투자해 귀추가 주목된다.
HD현대중공업은 수출 분야에서는 1987년 최초로 뉴질랜드 군수지원함을 수출한 데 이어 지금까지 14척의 함정을 수출했다. 특히,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필리핀 2600t급 호위함, 3200t급 초계함, 2400t급 원해경비함 등 10척을 잇달아 수주했다. 2023년에는 최초로 필리핀 호위함 MRO(정비유지) 사업을 수주하는 등 ‘필리핀 해군현대화’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5년 예상되는 필리핀 3차 함정도입 사업 입찰을 준비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을 기반으로 하는 동남아 수출기반 확충에 이어 중동, 남미 지역까지 함정수출 기반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3월에 우선 대상 사업자가 결정될 페루 3200t급 호위함 사업에도 입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국영조선지주회사(SOFON)와 함정사업 협력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4000t급 호위함 및 3000t급 중(重)형잠수함 등을 현지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호주는 3000t급 호위함 11척 등 10년 간 수상함대 건조 계획을 발표했는데 협상 대상에 HD현대중공업이 포함돼있다. 중형잠수함 3척 건조 계획을 발표한 폴란드에 입찰 참가를 준비중이며, 올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캐나다는 3000t급 잠수함 8∼12척 건조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6년 우선협상대상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은 차별화된 함정산업 역량으로 함정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대상국과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필리핀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의 ‘해군 현대화’ 프로그램에 맞춰 맞춤형 패키지 전략을 제안하는 한편 함정방산 협력을 통해 대륙별 함정 생산기지 및 해양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예를 들면 동남아 함정수출 전초기기는 필리핀, 중동은 사우디, 유럽은 폴란드, 남미는 페루, 오세아니아는 호주 등 5대양 6대주에 수출전진기지 및 함정 건조·정비유지(MRO) 도크까지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이에비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3월 방글라데시 호위함 수주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영국, 노르웨이, 태국 등 6개국에 호위함, 훈련함, 군수지원함, 잠수함 등 총 12척 수출했다. 수출액은 잠수함 3조1000억 원, 수상함 1조7500억 원으로 총 5조 원에 달한다. 특히 한화오션은 2011년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1400t급 잠수함 3척을 수주해 ‘국내 최초 잠수함 수출’에 성공해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5번째 잠수함 기술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계약 당시 잠수함 3척의 수주 금액은 약 11억 달러(한화 약 1조3000억 원)에 달해 국내 방산수출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한화오션은 2019년 4월 인도네시아 2차 잠수함 사업 수주에도 성공하며 활발한 수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차기 이지스구축함(KDDX) 사업 둘러싼 논란
방위사업청은 오는 27일 계약심의회를 열고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된 HD현대중공업의 입찰참가 제한 안건을 심의한다. KDDX 사업 규모가 7조8000억원대에 이르면서 방사청의 이번 심의 결정이 HD현대중공업 방산 부문 명운을 비롯해 함정 수출 향방까지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사청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HD현대중공업 직원에 의한 보안사고에 대해 2020년부터 3차례에 걸쳐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이를 소급 적용해 관련 직원의 기소 시점부터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했다. 이에따라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한 해 동안 826억 원을 수주했다. 이에 비해 경쟁업체인 한화오션은 2조 448억 원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주요 함정사업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업체 선정, 울산급 호위함 배치-Ⅳ 선도함 설계 및 건조업체 선정 등의 사업이 예정돼 있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방위사업관리규정’ 상 기본설계 업체가 그 결과물에 대해 ‘잠정전투용적합’ 판정을 받았을 경우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사가 수행한 기본설계는 이미 잠정전투용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따라서 관련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통합전기식추진체계’ 최초 적용 외에도 여러 가지 진화적·도전적 기술이 적용되는 KDDX 사업 특성상 사업의 성공 여부는 보안사고 감점이 아니라 기술력에 의해 결정돼야 향후 함정 수출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술력’으로 평가하는 방사청 입찰제도가 실상은 ‘보안사고 감점’이 결정하는 모순을 낳고 있으며 이로인해 함정산업은 이미 특정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반면 HD현대중공업 방산부문은 경영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할 위기에 내몰렸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입찰참가제한’를 받을 경우, 800여 명에 불과한 대한민국 함정방산의 핵심 엔지니어들의 ‘탈조선’을 심화시켜 애써 키워온 함정방산의 기술력이 소멸되고 K-방산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함정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켜 국가적인 손실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KDDX 사업의 경우, 3년간 기본설계를 해온 HD현대중공업이 사업에서 배제되고 실질적인 설계 단계부터 이지스급 함정을 개발하지 않고 양산에 한 번 참여한 적이 있는 한화오션이 독점적 지위에서 수의계약으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그동안 오랜 동안의 수상함 건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충분한 이지스함 설계·제조 능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방산업계는 기본설계 업체가 함정개발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2006년 방사청 개청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일로 ‘한국형’으로 명명된 고난도의 함정 연구개발(KDDX) 사업에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이중 제재" 반발 , 한화오션 해킹사고로 역시 보안감점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들 모두는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았다. 직원 9명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을 8차례 넘게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법에 따르면 Ⅱ급 또는 Ⅲ급으로 지정된 비밀의 제공을 요구하거나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 5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 측은 계약심의회의 개최는 회사 대표나 등기임원이 개입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는데, 일반 직원들 관여만으로 열리는 것은 법적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 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2013년 KDDX 개념설계는 해군 주도 하에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기술지원했으나 KDDX 사업이 연기되면서 2018년에 해군은 국방기술품질원과 다시 개념연구를 한 뒤 사업을 재개했고 2020년 기본설계 업체가 HD현대중공업으로 선정됐다.
한편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세 번의 해킹사고와 또 최근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대만잠수함과 관련한 설계 도면 유출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국익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친 사안임에도 어떠한 제재 조치를 받은 적이 없다. 특히 한화오션은 2016년 국군기무사로부터 군사기밀 관련 보안사고 조사를 받았고 NAS 서버에 불법 비밀을 다량 보유한 사실이 적발돼 10여 명에 대한 중징계 처분 요구를 받았고 1년간 보안사고 감점(1.5)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힘 150~160석 가능” 발언에 한동훈이 ‘발끈’해 보낸 경고
- 욘사마 이후 20년… 日여성들 ‘판타지’가 된 韓연하남
- ‘이재명 어쩌나’…이천수 이어 인요한도 원희룡 ‘지원 출격’
- “배우 L씨, 신체 부위 찍고 잠수이별”… 이니셜 피해자 생길까 ‘설왕설래’
- ‘당첨되면 시세차익 20억?’…‘디퍼아’ 무순위 청약에 몰려 접속 지연
- [속보]대전서 응급실 찾아 헤매던 80대 사망 판정
- 풍자 “성형할 때 코끼리 마취제 투여했다”
- ‘김희선 미용기기’ 에이피알, 상장 ‘따따블’? …아모레퍼시픽 자리 넘보나[금주머니TV]
- [속보]전공의 사직 1만 명 넘어…“3월 미복귀시 면허정지 등 불가피”
- 현대건설 불가리아 원전 수주…2009년 바라카 원전 이후 첫 해외 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