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회의 불참·설훈 탈당 시사… 민주 공천 후폭풍 점입가경

高, 전날 심야회의 이견에 항의
이재명 '시스템 공천'만 되풀이
이낙연 "이런 난폭한 공천 처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공천 내홍이 악화일로다. 여론조사업체 문제로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간 공정성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데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탈당을 시사했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며 '마이웨이'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민주당 공천 논란에 대해 "지금처럼 난폭한 공천은 처음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비명계 현역의원 배제 논란에 휩싸인 '리서치디앤에이(DNA)'를 경선 여론조사 업체에서 배제하겠다고 25일 밝히자, 1차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이 "경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리서치디앤에이가 현역 의원 평가 여론조사와 총선 후보자 적합도 조사, 비공식 여론조사 등 당의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경선에선 탈락한 조오섭(광주 북갑)·이형석(광주 북을)·윤영덕(광주 동납갑)·김수흥(전북 익산갑)·송재호(제주 갑) 의원 중 조 의원과 이 의원은 재심을 신청했다. 애초 재심 요구 계획이 없었던 김 의원도 당 지도부에 경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재심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힌 한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여론조사 업체의 선정과정, 불공정성 논란 등을 문제 삼으며 재경선 요구가 빗발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비후보자의 동의도 없이 출마 지역구를 바꾸기 위해 여론조사를 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용기 의원(비례대표)이 출마한 화성을에서는 전 의원을 빼고 원외 친명계 인사들만 포함하거나, 새로 분구될 화성정에 전 의원이 다른 후보들과 가상 경선을 벌이는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세 차례나 불공정한 여론조사를 돌려 기획성 편파 판정마저 우려된다"며 "화성을 예비후보가 왜 신설되는 화성정 지역 후보로 검토되나"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났다. 민주당 경선을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정필모 의원은 이날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최근 당내에서 제기된 여론조사 불공정성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 의원측은 통화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선관위원장에 정 의원 후임으로 박범계 의원(3선·대전 서을)을 선임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인천 남동구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 불참했다. 전날 밤 열린 심야 회의에서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등에 대한 조속한 거취 결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항의의 표시다. 고 최고위원은 당시 친명계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서울 은평구 지역구 경선 참여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문제로 탈당을 결행하는 의원도 늘어가고 있다. 비명계 중진이자 '하위 10%'에 포함된 설훈(5선·경기 부천을) 의원은 라디오에서 "(경선이 아닌 방식으로) 출마하기로 결정했다"며 "(하위 10%에 들어 경선 득표의) 30%를 감산 받으면 그 과정을 통과할 사람은 민주당 내에 아무도 없다"고 탈당을 시사했다. 설 의원까지 탈당하면 지금까지 민주당을 떠난 현역 의원은 6명이다. 현재까지 '원칙과 상식'으로 활동하던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김영주 국회 부의장,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등 5명이 탈당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당내 공천 불공정성 논란에 대해 "시스템 공천"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전날 오후부터 이날 자정까지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비명(비이재명)계가 공천 불이익이 있다는 의견이 있는 데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민주당 공천은 1년 전 확정한 특별 당규에 의한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민주당 공천 내분을 두고 연일 작심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와 정치인으로서 40년간 한국 정치를 관찰하고 경험했지만, 지금처럼 난폭한 공천이 전면적으로 이뤄진 것은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