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나윤선, 4월 롯데콘서트홀서 기념 콘서트 '엘르'
1994년 극단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월드 클래스' 재즈보컬 나윤선이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특별한 무대를 마련한다.
26일 소속사 엔플러그에 따르면, 나윤선은 오는 4월1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30주년 기념 콘서트 '엘르(Elles)'를 선보인다.
나윤선이 지난 1월26일 국내외 음원 플랫폼에 공개한 정규 12집 '엘르(Elles)'를 기념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오는 29일 국내 오프라인으로 발매되는 이번 앨범 타이틀은 프랑스어로 '그녀들'을 뜻한다. 제목처럼 나윤선의 음악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여성 음악가들을 위한 절절한 헌사다.
니나 시몬, 비요크, 그레이스 존스, 그레이스 슬릭(제퍼슨 에어플레인), 실라 조던, 에디트 피아프, 로버타 플랙까지 다양한 음악 스타일리스트들의 명곡이 빼곡하다.
직접 칼림바를 연주하며 시작하는 첫 곡인 시몬의 '필링 굿(Feeling Good)'부터 손안의 뮤직박스로 풀어내는 플랙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스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등 나윤선은 명작에 자신만의 색을 칠하고 창의적 액자를 씌워 새로운 음악적 초상화로 만들었다고 엔플러그는 전했다.
녹음은 캐나다 전설적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 미국 재즈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 '펑크의 대부'로 통하는 이기 팝, 미국 재즈보컬 카산드라 윌슨 등과 활동하는 미국 피아니스트 존 카우허드(Jon Cowherd)와 작년 미국에서 진행했다.
이번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프랑스 아이튠스 앨범 차트 종합 3위, 프랑스와 독일 아이튠스 재즈 앨범 차트 1위, 아마존 프랑스 종합 앨범 차트 톱 8에 오르며 유럽 음악계에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 등 여러 매체가 나윤선의 새 도전에 대해 호평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가상현실 속 주인공처럼 노래의 숲, 장르의 밀림을 분신술처럼 오가고 천변만화로 소요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건축하고 부숴낸다. 그것이 나윤선의 길"이라고 들었다.
이번 콘서트 무대에선 유고슬라비아(현 세르비아) 출신 피아니스트 보얀 지(Bojan Z)가 협연한다. 그는 유고슬라비아의 록 스타로 출발해 대서양 양쪽을 오가며 앙리 텍시에, 미셸 포르탈, 스콧 콜리 등과 30여 년간 협업했다. 발칸 반도의 민속음악부터 블루스, 재즈까지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자유자재로 섞어낸다. 장고 라인하르트상, 재즈의 승리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문화 훈장을 수훈했다.
나윤선의 30년은 재즈 한류의 30년이기도 하다. 1994년 극단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여주인공인 옌벤 처녀 '선녀' 역을 맡으며 무대에 데뷔했다. 최근 폐관을 앞두고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는 한국 공연예술계의 성지(聖地) '학전(블루) 소극장'이 그의 첫 무대였던 셈이다.
'지하철 1호선'에서 출발한 나윤선의 여정은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와 같은 초고속 열차를 타고 유럽 각지로 뻗어나갔다. 1995년 프랑스 파리로 떠나 재즈와 클래식의 기초부터 최고위 과정까지를 현지 교수진의 극찬 속에 수학했다. 2000년 졸업과 동시에 파리의 재즈 명문 CIM에 동양인 최초 교수로 임용됐다.
이듬해 현지 데뷔 이후에는 단숨에 유럽을 대표하는 재즈 보컬로 올라섰다. 2009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고, 2011년 독일 에코(Echo) 재즈 어워즈의 해외 부문 '올해의 여가수'로 선정됐다.
유럽 최고 재즈 디바로서 그는 매년 연간 100회에 육박하는 해외 무대를 소화한다. 스위스 몽트뢰, 캐나다 몬트리얼 등 세계 정상급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2017년과 2022년에는 유네스코 지정 '국제 재즈의 날(International Jazz Day)' 행사에서 허비 행콕을 비롯한 세계 재즈 올스타의 일원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2019년에는 프랑스에서 예술가가 누릴 수 있는 최고 영예인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장을 수훈했다.
나윤선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 일정으로 보낸다. 새 앨범을 내는 즉시 유럽이나 미국 공연을 위해 나선다. 그러나 이번 12집 '엘르'를 위해 특별한 선택을 했다. 이례적으로 짧은 유럽 투어를 마치고 한국을 찾아 사실상 첫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갖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연초부터 질주했다. 지난달과 이달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룩셈부르크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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