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지명 때 엇갈린 운명... 류현진·이재원, 19년 만에 한화서 호흡
“공이 말려 들어가?” “살짝 말렸어!”
프로야구 한화와 삼성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가 열린 2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야구장. 경기를 앞두고 한화 류현진(37)이 불펜 투구를 진행했다. 지난 23일 이어 두 번째 투구 훈련이었다. 이날 마스크를 쓰고 류현진 공을 받은 포수는 이재원(36). 이재원이 2월생이라 친구 사이다. 청소년 대표를 함께 지냈고, 가족끼리도 교류할 정도로 절친하다. 둘 모두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이적했다. 류현진은 11년간 MLB(미 프로야구) 생활을 정리하고 친정 팀으로 돌아왔으며, 이재원은 18년간 몸담았던 SK-SSG를 떠나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이날 처음 호흡을 맞췄다.
류현진과 이재원은 인연이 남다르다. 신인 드래프트 동기다. 2005년 드래프트에선 각 구단이 연고지 출신 선수 1명을 우선 지명할 수 있었다. 류현진(동산고)과 이재원(인천고) 모두 인천 출신으로, 고교 최고 투수와 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민하던 SK(현 SSG)는 팔꿈치 수술 이력이 있던 류현진 대신 이재원을 1차 지명했다. 류현진은 2차 지명에서도 1순위가 아닌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류현진은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를 정복하고 미국 메이저리그로 직행했다. 미국에서도 평균자책점 1위, 사이영상 투표 2위 등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보냈다. 류현진을 제쳤던 이재원은 프로 데뷔 이후 대타 요원으로 주로 나서다 9년 차였던 2014년 1군 주전이 됐다. 2018년 SK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4년 총액 69억원짜리 FA(자유계약) ‘대박’을 터뜨렸으나, 이후 경기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지난 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적을 노렸으나 지명받지 못했고, 스스로 구단에 방출을 요구한 뒤 한화에서 새출발을 준비 중이다. 류현진은 올해 연봉이 21억원이 넘는 반면 이재원은 5000만원이다.
엇갈린 신세가 됐지만, 이날 두 선수는 화기애애했다. 류현진은 투구 전 이재원에게 “19년 만이네”라고 말했다. 2005년 청소년 대표 시절 배터리 호흡을 맞춘 이후 처음 공을 주고받았다. 이재원은 공을 받을 때마다 “나이스 볼”이라고 소리쳤다. 투구 중간 머리를 맞대고 사인을 맞춰보기도 했다. 투구가 끝난 후 서로 어깨를 토닥였다. 이재원은 “현진이 공을 받아본 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잘 안 난다”며 “다른 건 모르겠다. 던져달라는 대로 던지니까 포수로서 기분이 좋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진이가 개막전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든 것 같다. 모든 구종이 완벽하게 제구가 됐다”고 했다.
류현진은 이날 공 60개를 던지며 직구·커브·커터·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모든 구종을 점검했다. 첫 불펜 투구 때보다 더 힘을 써서 던지는 모습이었다. 투구를 지켜보던 손혁 단장은 “왼손·오른손 섞어서 저런 투수 5명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고, 최원호 감독은 “오늘도 전력 투구가 아니었는데 전력으로 던지면 얼마나 더 좋을까 상상하면서 봤다”고 했다.
류현진은 삼성과 연습 경기에 등판하지 않고 불펜과 관중석을 오가며 경기를 지켜봤다. 팬 초청 행사로 오키나와를 찾은 삼성 팬들이 줄지어 류현진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았다. 10대 남학생이 삼성 유니폼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자 류현진은 “다른 팀 유니폼에 사인해줄 수는 없다”며 야구공을 구해와 사인해줬다. 경기는 양 팀이 5대5로 비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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