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vs 카카오게임즈 소송전... 관건은 저작권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엔씨 “카카오게임즈 ‘롬’, 자사 ‘리니지W’와 유사”
엔씨·웹젠 소송에서는 ‘저작권 침해’ 인정 되지 않아
쟁점은 ‘부정경쟁행위’…엔씨 자신감 있는 이유

엔씨소프트(엔씨)가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게임 기대작 ‘롬’(ROM)이 자사 게임 ‘리니지W’ 저작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엔씨가 다른 게임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비슷한 쟁점의 소송에서 법원은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고 봤지만 부정경쟁방지행위는 있었다고 판단했다. 엔씨가 리니지를 통해 이룬 성과를 인정하고, 유사 게임이 엔씨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도 ‘부정경쟁방지행위’ 인정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엔씨가 카카오게임즈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에 배당됐다. 소송 규모는 11억원으로 변론준비기일 등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엔씨는 지난 22일 카카오게임즈와 게임 개발사 레드랩게임즈가 ‘롬’을 제작하면서 리니지W의 ▲콘텐츠 ▲아트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연출 등에서 리니지W의 종합적인 시스템, 즉 게임 구성 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 등을 무단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998년 출시된 ‘리니지’는 한국 게임사(史)의 한 획을 그으며 엔씨를 ‘매출 1조’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후 모바일 버전의 리니지M, 리니지W 등이 출시됐다. 게임에서 사용된 각종 요소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기준선으로 자리 잡으며 많은 게임 회사가 이를 차용했고 유사 게임도 많아졌다.
엔씨는 카카오게임즈 이전에 웹젠과 법정 공방을 벌였고, 1심에서 승소했다. 이번 소송과 마찬가지로 ‘표절’을 주장했으나 1심에서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엔씨는 ▲아인하사드(승률을 높이는 유료 상품) ▲무게 시스템 ▲장비 강화 시스템▲아이템 컬렉션 시스템 ▲변신 및 마법인형 시스템 ▲UI 등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해당 요소들에 대해 “공통적 또는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형식에 불과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거나 “독창성·신규성이 있다더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캐릭터 성장에 필수로 사용되는 재화인 아인하사드나 장비 강화 시스템 등은 엔씨가 과거 게임에 있던 요소를 가져오거나 일부는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리니지가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근거도 없다”고 봤다. 웹젠이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엔씨가 소송에서 웃었다. ‘부정경쟁방지행위’ 덕분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20년 “’성과 등’을 판단할 때는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해당 사업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엔씨가 구현한 게임 요소들이 저작권을 인정할 만큼 창작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조합해 지금과 같은 체계를 바탕으로 ‘리니지’라는 ‘성과’를 만들어 명성과 고객흡입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리니지류 게임’이라고 불릴 만큼 엔씨가 리니지 개발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투입했고, 유사한 방식의 게임이 출시되면서 엔씨가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했다는 사실로 미뤄보면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 보호 가치가 없더라도 웹젠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웹젠은 엔씨에 10억원을 지급하라”며 “R2M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사용자들에 사용하게 하거나 광고·복제·배포·전송해서는 안 된다”고 선고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웹젠은 항소장을 제출했다.
엔씨와 카카오게임즈의 공방도 ‘부정경쟁방지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냐가 중요할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레드랩게임즈의 ‘롬’ 역시 웹젠의 R2M처럼 “리니지와 유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코스튬(변신), 아이템 컬렉션을 통한 능력치 강화 등 ‘리니지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요소는 물론 양팔 저울로 표시되는 거래소 아이콘, 게임 내 디자인 등 일부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가다. 반면 일반적인 특징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레드랩게임즈 관계자는 “오랫동안 사용된 ‘통상적 게임의 디자인’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엔씨가 저작권을 주장할 만큼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롬의 부분적 이미지를 짜깁기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MMORPG 장르 게임에 관한 판례가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소송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엔씨의 승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관계자는 “’리니지류 게임’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엔씨가 MMORPG 분야에서 세운 업적을 감안하면 관련 유사 소송에서도 엔씨의 승소가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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