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보국장, 나발니 타살설에 ‘선 긋기’···“자연사 맞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인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국장이 나발니가 자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매체 흐로마드스케는 25일(현지시간)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이 ‘우크라이나, 2024년 포럼’에서 “여러분을 실망하게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나발니)가 혈전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이는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다”라며 “불행하게도 자연스러운 죽음”이라고 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발니의 사망 원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같은 포럼에서 “(나발니가) 분명히 푸틴에 의해 살해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수천 명의 사람이 마찬가지로 이 한 명 때문에 고문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직위를 유지하는 한 누가 죽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나발니가 지난 16일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48세를 일기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암살설’이 제기됐다. 러시아 정부가 시신 인계 전 유가족에게 “장례식을 비밀리에 치르지 않으면 시신을 건네지 않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나발니의 시신은 사망 8일 만에 유가족에게 인도됐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독살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나발니는 2020년 8월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증세를 보여 쓰러졌는데, 몸에서 노비촉 계열의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
과거 구소련국가보안위원회(KGB)의 ‘원 펀치 암살술’로 인해 사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러시아 인권 운동가 블라디미르 오세킨은 “나발니가 여러 시간 동안 극도로 추운 환경에 노출됐고, 시신의 가슴 부분에서 큰 멍 자국이 발견됐다고 한다”며 “누군가 나발니를 긴 시간 동안 추운 곳에 방치해 혈액 순환을 최소한으로 늦추는 방식으로 그의 몸을 파괴한 뒤 심장 부분을 강하게 가격해 사망하게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나발니의 타살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유럽과 미국 정상들은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며 비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 의해 서서히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나발니의 유족을 만난 뒤 “푸틴은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대러 제재 계획을 발표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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