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된 국보 직접 만져도 된다고?…유리벽 없앤 ‘파격 전시’ 이유가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4. 2. 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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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만 보세요.'

물론 최근에는 전시 한켠에 촉각이나 점자 체험 코너를 만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박물관 나들이를 유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초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감' 전시는 시각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90분간의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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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반가사유상 만지니 “느낌이 달라”
국립중앙박물관 ‘오감’ 전시
장애인·일반인 함께 즐기는
90분간 특별한 공감각 체험
관람자들이 눈을 가린채 실물 크기의 반가사유상 모형을 손끝으로 만지고 있다.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눈으로만 보세요.’

박물관에는 ‘절대 유물을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보라’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시각이라는 감각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곳이 박물관이다. 그래서 시각 장애인들이 가장 방문하길 꺼려하는 곳이 박물관, 미술관, 수족관이다. 어딜 가도 유리벽밖에 만질곳이 없다. 물론 최근에는 전시 한켠에 촉각이나 점자 체험 코너를 만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박물관 나들이를 유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초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감’ 전시는 시각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90분간의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여러 면에서 혁신적이다. 첫 전시 타이틀은 ‘여기, 우리, 반가사유상’. 감상할 작품은 단 두 점뿐이다. 박물관이 대표 컬렉션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가사유상 두 점. 모두 국보인 6세기와 7세기 작품이다. 이 두 작품 실물은 박물관 2층 ‘사유의 방’에 2021년부터 나란히 설치돼 150만명을 끌어들였을 정도로 인기다.

반가사유상(모형) 두 점 사이로 관람객들이 까만색 안경을 쓰고 사색에 빠져 있다.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오감’ 전시 기획자인 장은정 학예연구관은 “비장애인들은 두 눈으로 유리 없이 반가사유상을 관람하며 작품에 더 가까워졌는데 시각장애인들은 상대적으로 더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각이 없어도 다양한 감각활동을 통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모색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를 관람하기 전까지는 반가사유상을 감상하는데 90분이나 걸릴까 싶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우선 전시장 입장 전에 까만색 안경을 쓰며 시각을 차단한다. 오디어 가이드를 목에 걸고 눈을 감은채 안내원의 손에 이끌려 전시실에 입장한다. 바닥면의 차이가 공간이 달라졌음을 일깨운다. 어깨나 허리 높이의 점자를 따라 가다보면 부조가 나오고 점토와 밀랍, 청동의 재료를 손끝으로 느낀다. 조향사들이 만든 두 가지 향을 코로 맡고 반가사유상의 의미를 귀로 듣는다. 그야말로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총동원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실물 크기의 반가사유상을 마주하는 것이다. 손끝으로 발끝에서 머리 왕관까지 샅샅이 만지고 나서야 6세기와 7세기 작품의 표현기법이 적잖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눈으로 봤을 때는 엇비슷했던 두 작품이 시각을 차단하고 손으로 만지고 나서야 더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역설적이다. 이 전시를 체험하고 나니 ‘사유의 방’을 찾아가 실물을 관람하고 싶어진다. 장 연구관은 “전시의 궁극적 취지는 분리가 아니라 통합”이라며 “일반인들과 장애인이 모두 함께 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28일까지. 사전예약제로 매주 화·목·토 오전 10시와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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