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과 신성장동력 확보, 제5의 에너지인 CCUS에 달렸다/유상희 (전)전력거래소 이사장

2024. 2. 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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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희 (전)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신사업대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상이변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칭하여 기후변화라 하고 그 원인이 인류의 경제활동으로 과도하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순배출량을 제로화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화석연료(석탄, 가스, 석유 등)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제철, 석유화학, 시멘트 등산업공정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고도 어쩔 수 없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하여 활용하거나 저장해야 한다. 이와같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것을 CCUS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전체 감축량의 15%)를 CCUS를 활용하여 줄여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천연가스 공급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즉,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석탄도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포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에너지의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데 고려해야 할 세가지 기준이 있다. 그 세가지 기준은 경제성, 환경성, 에너지 안보이다. 이 세가지 기준을 균형있게 고려한다면 석탄, 원자력, 가스,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들을 어느 하나도 포기하거나 소흘히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석탄은 환경성 측면에서는 단점이 많지만 경제성이나 에너지안보 차원에서는 상당한 장점을 가진다. 물론 재생에너지의 경우는 경제성 측면에서는 석탄에 뒤지지만 환경성 측면에는 유리한 측면이 크다. 즉, 각각의 에너지원은 세가지 측면에서 나름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하나를 포기하기 보다는 적절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연료의 탈탄소, 탈석탄의 움직임은 단순히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만 초점을 마춘 것이 아닌가 싶다. 경제성이 특히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석탄과 가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해주는 것이 바로 CCUS다. 그런 의미에서 CCUS는 제5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즉, 주요 에너지인 석탄, 원자력, 가스, 신재생에너지 다음으로 CCUS를 제5의 에너지라고 부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크다. 그리고 산업부문에서도 화석연료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CCUS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우리가 축적해온 화석연료의 활용기술, 화공기술, 엔지니어링 기술들을 CCUS와 접목하면 CCUS 산업을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가동된 지 10년 미만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거의 50%에 달한다. 그러므로 동남아 국가들의 CCUS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따라서 국내 CCUS 산업을 풍부한 내수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발전시켜고 CCUS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큰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한다면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유럽과 미국은 이러한 CCUS에 대해 다양하고 강력한 정부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도 포집된 탄소를 운반, 수송 및 저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거나 관련 투자에 대한 지원제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정책의 구체성이나 규모 및 속도에 있어서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당장 2030년까지의 국가 감축목표는 물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상당히 우려된다.

그동안 CCUS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온 몇몇 선도기업들은 높은 금리와 낮은 탄소배출권 가격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탄소저감 투자의 촉진을 위해서는 탄소배출권 가격의 정상화가 시급하고, 정부는 당장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 수준까지는 힘들지라도 배출권거래제도 개선을 통해 단계적으로 그에 근접하는 가격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정책 시그널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의존형 산업 및 에너지 구조의 원활한 전환과 매몰비용 최소화, 더 나아가서 에너지 안보와 새로운 산업 성장동력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CCUS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탄소배출권 제도의 시급한 개선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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