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직격탄 맞은 레바논 경제…‘우버 부업’ 뛰어든 군인들
WP “전쟁 영향으로 레바논은 재앙”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하며 인접국 레바논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과 충돌하는 사이 레바논 정규군 상당수는 부업으로 우버 택시를 운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국경에서 이스라엘군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전투가 계속되면서 레바논 경제는 재앙을 겪고 있다”며 생존을 위해 부업 전선에 뛰어든 레바논 정규군의 실상을 보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군인은 “1500달러(약 200만원) 수준이던 월급이 (전쟁 발발 이후) 갑자기 60달러(8만원)가 됐다”며 “고작 2살밖에 안 된 딸의 기저귀와 분유를 사기 위해 우버 택시를 몰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를 키우려 군에 입대했는데,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장병 상당수는 굴욕을 당한 채 일찍 군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털어놨다.
낮은 임금에 시달리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근 국가로 빠져나가고 있다. 수도 베이루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로다 헬로우는 WP에 “한 달에 500달러(66만원)를 받고 있다”며 “레바논 대부분 병원이 장비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WP는 “현재 레바논 인구의 80%는 빈곤 상태”라고 덧붙였다.
레바논 경제난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더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레바논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출신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세력과 당시 정권을 잡았던 기독교 민병대 간의 내전으로 겪었고, 2006년 7월엔 이스라엘과 34일 전쟁을 치르며 대부분 국토가 쑥대밭이 됐지만, 지금처럼 경제가 휘청거리진 않았다는 것이 WP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이먼 네아이미 베이루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6년 전쟁 이후에도 경제 체제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됐고, 정부와 은행 등 각 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면서 “하지만 레바논인들이 이번 전쟁으로 느끼는 피로감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WP는 레바논 경제 상당 부분을 떠받치는 해외 송금이 전쟁 영향으로 끊긴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WP는 지난해 유엔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레바논으로 보내는 송금액은 연간 평균 65억달러(8조6500억원)에 달하며 이는 레바논 국내총생산(GDP)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네아이미 교수는 “해외 송금은 레바논 경제를 지탱한 원동력이었다”며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펼치면 송금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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