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지원] “PBR 개선하면 상속 ·증여세 감면해주는 전향적 정책 필요”

문수빈 기자 2024. 2. 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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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
기업 거버넌스 개선 방안도 빠져
26일 기업밸류업 지원방안세미나에 앞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기업에 대해선 상속이나 증여세를 감면하는 전향적인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에선 PBR이 1배가 안 되는 기업이 상속·증여할 때 과표는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산정된다”며 “예를 들어 PBR이 0.5배인 기업은 상속·증여 시 시가에 비해 과표가 2배로 늘어나는 페널티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기업의 PBR이 해당된 산업 평균보다 높다면 상속·증여세 감면해 주는 것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중견 이하의 기업이 참여하는 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중요한데, 자사주와 배당 투자 등 실질적이고 강력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 대표로 참석한 정인철 포스코인터내셔널 상무는 “해외 투자설명회(NDR)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 주가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데, 증권사 미팅을 잡기가 어렵다”며 “증권사에 내야 할 비용이 많아 소통이 어려운데 이 부분들을 기업들을 위해 지원해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계와 증권가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혜택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가 원칙이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 강제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채찍이 아닌 당근으로 참여를 독려하는데, 제시된 당근조차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뉴스1

프로그램의 핵심은 상장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여기에 참여해 표창을 받으면 5종의 세정 지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기업 가치 우수 기업 중심 상장지수펀드(ETF)도 개발해 주가 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 대상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 전체지만 원하는 기업만 참여한다.

세정 지원은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선정 시 표창일로부터 3년간 세무조사 유예)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 또는 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 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이다. 기업들이 원하던 상속세 인하는 제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기업 이익의 주주 환원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오는 5월 2차 세미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가 개최됐다./연합뉴스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빠진 건 상장사를 유인할 만한 인센티브뿐만이 아니다. 기업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안들도 사실상 제외됐다.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일본이 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했다면 미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독일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중심으로 했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지난해 3월 동경증권거래소(TSE)는 상장법인에 대해 자본비용 및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현을 위한 대응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TSE는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자본 효율성과 주가를 점검하게 하게 미흡 사항을 개선할 계획과 진행 상황을 공시하게 했다.

이에 반해 미국 증권거래소는 임원의 책임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임원 보상과 재무성과와의 관련성을 공시하도록 했다. 대만 거래소는 상장기업 사외이사 요건과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했다.

홍콩 거래소는 상장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촉진하도록 개정하고 사외이사의 장기 연임 제한 등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했다. 싱가포르 거래소는 상장기업 이사회 보수를 공개하고 임기를 최대 9년으로 제한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 번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개선) 이행이 중요하다”며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직접적으로 관여돼야 하며 등기임원의 보수가 거버넌스 개선 성과와 연계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저PBR이 테마로 묶이면서 주가가 일제히 오른 상황에 대해 이 실장은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TSE는 상장사들에 PBR을 제고하라고도 권고했는데, 이 방안은 미래의 초과수익률을 보장하진 않았다.

이 실장은 “2022년 말 PBR이 1배 미만인 프라임 기업들의 13개월 후 지수 대비 평균 초과 수익률은 마이너스(-) 1.9%로 부진했다”며 “PBR이 낮을수록 수익률이 증가하나 통계적 유의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선 정부와 유관기관은 물론이고 상장사와 투자자가 모두 함께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이 개선책을 자율적으로 수립하고, 투자자와의 소통을 당국이 지원할 때 그 과실이 투자자와 공유되는 선순환적인 자본시장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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