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2년간 우크라군 3.1만명 전사···러, 5월 대규모 공격 개시할 것”

우크라 정부, 자국군 전사자 규모 첫 공개
러 주장·서방 정보기관 추정치 크게 밑돌아
젤렌스키 “우크라 승패, 서방 지원에 달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2년간 자국군 3만1000여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르면 5월쯤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서방에 거듭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푸틴과 그의 기만적인 집단이 거짓말하는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사자는) 30만명이나 15만명이 아니다. 그러나 각각의 죽음은 우리에게 거대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군 전사자 규모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개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 이번 전쟁에서 자국군 사상자 규모를 군사 기밀로 간주하고 공개하지 않아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상자 숫자는 러시아의 군사 계획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 측 전사자를 18만명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밝힌 3만1000명은 러시아의 주장은 물론 서방 정보기관 등이 추정하는 우크라이나 병력 손실 규모보다 크게 적은 수치다. 뉴욕타임스(NYT) 등 서방 언론은 지난해 8월 미국 관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7만여명, 러시아군 전사자는 12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우크라이나 측 사상자는 20만명, 러시아 측은 30만명에 이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지난해 한 해에만 우크라이나의 병력 손실이 21만5000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르면 5월 말이나 여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적절한 무기가 있다면 우크라이나도 반격할 수 있다”고 서방에 무기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가 포탄 12발을 쏠 때 우리는 1발을 쐈다”면서 “지금은 그 비율 7대 1이며, 그들은 (화력에서) 엄청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포탄 100만발 중 30%만 실제로 인도됐다며 무기 지원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거론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서방이 약속한 무기 중 50% 정도만 제 시간에 인도받았다며 무기 지원이 지연될 때마다 “우리는 국민과 영토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승패는 서방의 지원에 달려 있다며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조속히 승인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군이 개시한 ‘대반격’이 실패한 것을 두고서는 러시아에 작전 계획이 사전에 유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어떤 경위로 정보가 유출됐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새로운 반격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갖고 있지만 세부 사항은 말할 수 없다”며 최근의 군사적 좌절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