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과 함께 반지 끼는 그날을 위해”…‘LG→삼성→KT’ 39세 이적생 적응 끝, 생애 첫 우승 꿈꾼다
[OSEN=이후광 기자] “올해 목표는 절친과 함께 한국시리즈에 가고, 우승을 하는 것이다.”
베테랑 잠수함투수 우규민은 작년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KT 위즈의 1라운드 6순위 지명을 받았다.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3라운드 19순위 지명된 그가 삼성 라이온즈 거쳐 프로 3번째 이적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우규민은 39살이라는 은퇴를 해도 무방한 시기에 실력을 인정받아 마법사 군단의 필승조 임무를 맡게 됐다.
최근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우규민은 “지금이 커리어 22번째 캠프인데 가장 좋은 분위기, 가장 좋은 훈련을 경험하고 있다”라며 “국내 캠프의 만족도도 높았다. 시설도 숙소도 너무 좋아서 해외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숙소에서 밖을 보면 바다가 보여서 일본과 다름없었다. 한국말이 들려서 오히려 더 편했고, 자유롭게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 다만 날씨는 조금 좋지 않았다”라고 순조로운 새 둥지 적응을 알렸다.
LG에서 14년, 삼성에서 7년을 보낸 베테랑 우규민은 왜 KT 스프링캠프를 역대급 캠프로 평가했을까. 그는 “훈련이 양보다는 질이다. 베테랑부터 어린 친구들까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알아서 찾아서 한다. 그래서 좋은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 이강철 감독님과 (박)경수가 선수단을 잘 이끈 덕분에 강팀이 됐다. 나 같은 경우 솔직히 말하면 열심히 안 하는 편인데 여기 왔더니 훈련을 찾아서 하게 되더라”라고 놀라워했다.
KBO리그 전설의 잠수함인 이강철 감독과 따로 나눈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우규민은 “감독님께서 내가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 더도 말고 1이닝만 잘 던져달라고 말씀해주셨다. 스프링캠프에서 계속 운동을 하면서 여쭤보고 싶은 걸 여쭤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우규민은 그 동안 LG, 삼성에서 그랬듯 KT에서도 후배들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건넬 계획이다. 실제로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같은 사이드암 계열 투수인 엄상백에게 커브 그립과 관련한 꿀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우규민은 “고비가 올 때 내가 옆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서 같이 공유하면서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 정도의 각오가 돼 있다”라며 “그런데 워낙 선수들이 야구를 잘하고 야구를 진심으로 대한다. 각자 하던 대로 잘하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내가 조언을 받아야할 입장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우규민은 이번 이적으로 LG에서 20대 시절을 함께 보낸 절친 박경수(40), 박병호(38)와 함께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박경수, 우규민, 박병호 모두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LG의 떠오르는 희망이었다. 성남고 박경수는 2003년 1차 지명, 휘문고 우규민은 같은 해 2차 3라운드 19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고, 2년 뒤 성남고 박병호가 2005년 LG 1차 지명으로 합류했다. 박경수는 당시 거포 2루수, 우규민은 특급 잠수함, 박병호는 홈런타자가 될 재목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LG 암흑기를 함께 보낸 3인방은 박병호의 이적으로 해체를 맞이했다. 박병호가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은 것. 이후 박경수가 2015년 KT와 4년 18억2000만 원, 우규민이 2017년 삼성과 4년 65억 원에 각각 FA 계약하며 서로 다른 소속팀에서 커리어를 보냈다.
세 선수의 종착지는 KT였다. 박경수가 KT의 간판스타이자 정신적 지주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박병호가 2022년 3년 30억 원에 KT와 FA 계약을 체결했고, 우규민이 2차 드래프트에서 KT 선택을 받으며 마침내 3인방이 다시 뭉치게 됐다.
우규민은 “어렸을 때부터 동고동락하고 친했던 선수들과 고참급이 돼서 다시 만났다. 그 때와는 확실히 온도 차이가 다르다. 팀을 좋은 쪽으로 끌고 가기 위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또 장난칠 때는 장난도 많이 친다”라며 “기분이 이상하다. 너무 좋아서 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더 잘해서 유니폼을 같이 더 오래 입고 야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우규민의 새 시즌 목표는 20년이 넘도록 인연을 맺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거머쥐는 것이다. 그 순간을 박경수, 박병호와 함께 한다면 더욱 뜻깊을 것 같다. 박병호 역시 아직까지 우승반지가 없는 터.
우규민은 “KT는 강팀이니까 한국시리즈에 가서 절친과 함께 우승하고 반지를 끼는 게 진짜 큰 목표다”라며 “물론 서로 다 잘해야 성적이 나겠지만 일단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러야 한다. KT가 항상 초반에 부상자들이 나와서 조금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는 투수, 야수 모두 좋은 컨디션으로 초반부터 치고 올라갔으면 한다. KT의 팀원으로서 우승의 기운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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