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 인근서 백제 우물 발견…"한성 백제 연구에 중요 자료"

유영규 기자 2024. 2. 26. 10: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우물을 해체 조사하며 발견한 유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백제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 우물이 발견됐습니다.

백제가 지금의 서울, 즉 한성에 도읍을 둔 시기(기원전 18년∼475년) 유적인 풍납토성과 몽촌토성과 멀지 않은 데다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흔적도 나와 향후 연구가 주목됩니다.

오늘(2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매장 문화유산 발굴·조사기관인 중부고고학연구소가 발굴 조사한 서울 송파구 방이동 52번지 일대에서 목조 우물 1기가 확인됐습니다.

서울 송파 방이동에서 발견된 우물


4∼5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우물은 긴 나무 조각을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입니다.

목재의 양 끝을 다듬어 서로 끼워 넣는 형태로, 위에서 보면 한자 '정'(井)자 형태를 나타냅니다.

한 면의 길이는 95∼110cm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사단이 분석한 결과, 우물은 처음 만든 뒤 한 차례 증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부고고학연구소 측은 "백제 문화층을 조사하던 중 발견했는데, 우물을 만들어 사용하다가 목재 교체, 저수 용량 확대 등 어떠한 이유로 증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백제시대 때 만든 우물이 확인된 건 이번이 3번째입니다.

앞서 풍납토성 경당 지구와 송파구 대진·동산 연립주택 부지에서 한성 도읍기 때 조성한 우물이 각각 1기씩 발견된 바 있습니다.

두 우물의 칸 너비는 120cm 내외로, 방이동 사례와 비슷합니다.

책임 조사원인 강세호 중부고고학연구소 부장은 "하층부는 5단, 상층부는 17단 정도가 남아있는데 바닥에 나무판자나 돌을 받쳐 쌓아 둔 형태가 (다른 우물과)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물 안에서 나온 각종 유물도 주목할 만합니다.

바닥에서는 비교적 완전한 형태의 토기가 다량 출토됐습니다.

우물의 바닥 시설 모습


주둥이 일부가 깨져 있거나 몸체 윗부분에 끈을 묶은 듯한 흔적도 여럿 확인됐다고 연구소는 전했습니다.

강 부장은 "(토기의) 목 부분에 새끼줄을 감아서 내려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물을 긷기 위해 쓰기에는 불편한 구조인 터라 제사나 제의 관련 물품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문화재위원회 산하 매장문화재 분과 소속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해당 유적을 검토한 뒤 "한성 백제 시기의 목조 우물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우물이 발견된 일대에서는 한성 백제기의 흔적이 남아있는 다양한 유구(遺構·옛날 토목 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자취)도 나왔습니다.

2021년 8월부터 약 2년 반 동안 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장에서는 '凸'(한자 '볼록할 철')자 형태나 사각형 형태로 된 주거지를 비롯해 크고 작은 구덩이, 도로 흔적 등이 확인됐습니다.

우물이 매립된 이후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한 도로는 너비가 7m 내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한성 백제'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 봅니다.

조사 현장은 백제 전기의 토성으로 여겨지는 몽촌토성에서 약 0.6km, 또 다른 유적인 풍납토성에서는 약 1.6km 떨어져 있습니다.

두 토성의 외곽에서 사람들이 대규모로 살면서 우물을 만든 흔적이 발견된 셈입니다.

보존 처리 작업 중인 우물 목재


연구소 측은 "한성 백제기 당시 왕성 외곽에 위치하는 토지의 점유와 활용 양상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다"며 "도성과 외부 경관을 비교·검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점도 큰 성과"라고 밝혔습니다.

풍납토성 전문가로 잘 알려진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한성 백제기 당시 도성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추가됐다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신 교수는 "최근 송파 일대에서 백성의 거주지나 취락(聚落·인간의 생활 근거지인 가옥의 집합체) 유적이 속속 발견되고 있어 향후 조사·연구가 주목된다"고 덧붙였습니다.

2008년 풍납토성 경당 지구에서 백제시대 우물을 발굴 조사했던 권오영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 역시 "한성기 백제는 앞으로 조사·연구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권 교수는 "우물은 도시가 구획되고 주거지, 관청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서면서 배치된다. 앞으로 (비슷한 유적이나 유물이) 더 발견될 수 있으며 제작 기법, 성격 등 살펴볼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목조 우물은 향후 보존 처리를 거쳐 박물관에서 관리할 방침입니다.

문화재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백제의 우물 제작과 목재 가공법에 대한 연구 자료를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물 유적을 이전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과 중부고고학연구소는 최근 협의를 거쳐 우물의 각 부재를 해체한 상태입니다.

현재 임시 보관 중인 나무 부재와 토기 등은 소금기를 빼는 탈염(脫鹽), 약품 처리 등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친 뒤, 한성백제박물관으로 이관할 예정입니다.

(사진=중부고고학연구소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