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문기호 실력자도 있는데…"軍병원 가자" 환자들 찾았다

김인한 기자 2024. 2. 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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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하며 시작된 '의료 파행'으로 군병원을 찾는 민간인 환자들이 늘고 있다.

군병원은 그동안 '군인들도 안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악했지만 현 정부 들어 국군수도·대전병원 등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동안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민간인 약 20명, 국군대전병원에서 약 10명 등이 치료를 받았다.

현재 이 원장을 중심으로 국군대전병원은 민간인 응급환자 치료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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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의료 파행' 일주일째, 민간인 환자 약 40명 진료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중증외상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국종 교수를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임명했다. / 사진=뉴시스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하며 시작된 '의료 파행'으로 군병원을 찾는 민간인 환자들이 늘고 있다. 군병원은 그동안 '군인들도 안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악했지만 현 정부 들어 국군수도·대전병원 등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번 의료 파행이 역설적으로 군병원 서비스와 역량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6일 국방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민간인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40명을 넘어섰다. 군인가족이나 예비역을 제외한 일반 국민 치료는 30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환자 치료공백'이 생기면서 군 관계자들이 사실상 전시상황에 준하는 업무 체계에 돌입했다.

국방부는 지난 20일부터 군 병원 응급실 12개를 민간에 개방했다. 그동안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민간인 약 20명, 국군대전병원에서 약 10명 등이 치료를 받았다. 국군양주·포천·춘천·홍천·강릉병원 등에서도 치료가 이어졌다. 실제로 84세 남성은 고관절이 골절돼 민간 대학병원에서 소위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입원이 여의치 않자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군 관계자는 "군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번처럼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의료진들이 전투현장의 전우를 구한다는 마음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되며 정부가 일반인에게 국군병원 12곳 응급실을 개방한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사진=머니S


현 정부 들어 군병원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군은 전체 의무인력은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선택과 집중'으로 군병원의 기능을 조정하고 의료인력을 재배치했다. 국군수도·대전·양주병원은 수술집중병원으로, 국군구리병원은 정신건강특성화병원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군병원은 지역 내 군단 지원을 기본 임무로 수행한다.

특히 2022년 4월 개소한 국군수도병원 내 국군외상센터는 총상 등 특수외상 분야에서 국내 최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센터는 총면적 1만1169㎡(3300여평) 규모로 외상 전용 수술실, 1인 중환자실 등의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센터 치료 사례는 2022년 100건에서 지난해 230여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중 약 40%는 민간인 환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고 권위자들이 군병원에 포진하면서 국민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문기호 국군수도병원 군의관(중령)은 2022년 10월 전방 부대에서 지뢰 폭발사고로 발목을 절단할 뻔한 표정호 병장의 수술을 집도해 보행과 임무수행이 가능하도록 회복시키기도 했다.

중증외상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명예 해군 대령)도 지난해 12월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과 2017년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를 뛰어넘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살려낸 인물이다. 현재 이 원장을 중심으로 국군대전병원은 민간인 응급환자 치료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군의무사령부 관계자는 "군 장병 의료지원태세의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민간 응급환자 진료 지원 등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이 필요로 한 위기상황에서 군이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의료계는 지난 6일 보건복지부가 내년도부터 의대정원을 현재 대비 2000명 더 늘리겠다고 발표한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의대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 수준으로 동결돼 왔다.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20일부터 일주일째 정부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근무지를 이탈해 의료 파행을 초래하고 있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당시 아주대병원 교수)이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성공적으로 수술한 후 대화하고 있는 모습. / 사진=머니투데이DB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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