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보조금 정책…전기차 업계, 할인 경쟁 본격화

최우리 기자 2024. 2. 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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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주차장. 연합뉴스

정아무개(39)씨는 올해 생애 첫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려다 고민에 빠졌다. 국비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전반적으로 줄고 있어서다. 특히 수입차에 대한 보조금이 더 큰 폭으로 줄었다는 소식에 차종별 보조금 변동 폭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정씨는 “비싼 전기차 가격이 부담되다 보니, 어떤 차종을 골라야 보조금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지 더 깐깐하게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도 얼리어답터로 초기 시장에 진입한 충성스러운 전기차 소비자들을 넘어 일반 소비자들까지 전기차를 소비하게 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정책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크게 개편된 모습으로 확정됐다. 일부 예외 차종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소비자 1인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 금액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동시에 제조사 쪽에서는 평가 항목이 늘며 계산이 복잡해졌다.

국고 보조금 기준으로, 기아의 더 올 뉴 기아 니로 이브이 보조금은 680만원에서 596만원으로, 케이지(KG)모빌리티 토레스 이브이엑스(EVX)(2WD 19인치)는 660만원에서 457만원으로 줄었다. 기아 포터2와 봉고3 보조금도 1200만원에서 1050만원으로 감소했다. 수입차 중 테슬라 모델 와이(Y)(RWD)는 260만원에서 195만원으로, 볼보 엑스씨(XC) 40 리차지 트윈은 203만원에서 192만원으로 낮아졌다. 다만,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2WD 롱레인지 19인치)는 680만원에서 690만원으로 늘었다.

지자체 보조금도 국고 보조금과 비슷한 추세로 이달 중 순차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환경부가 공개한 지난해와 올해 보조금 산정 기준을 비교해보면, 지난해는 연비와 거리(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 성능, 직영 유지보수(AS)센터 운영 및 충전 인프라 설치 여부 등에 따라 사후관리계수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기본 뼈대였다. 올해는 지난해 기준을 세분화·강화하면서 배터리 안전과 효율·환경성 계수를 추가하고, 각 항목들의 비중도 조정했다.

최대 보조금 금액도 지난해에는 중대형 차량은 최대 680만원, 소형 이하는 최대 58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면, 올해는 각각 650만원과 550만원으로 낮아졌다.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가격 역시 57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전기차 가격 인하 유도를 위해, 제조사가 차량 가격을 할인하면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 추가 지급하는 옵션도 더해졌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 산정 기준 개편 과정에서 “전기차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높이고, 충전 불편 문제를 해소하는 등 전기차의 소비자 이용 편의 개선 정도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밝혔다. 환경부 쪽은 “가볍고, 한번 충전으로 오래 달리고, 타이어와 도로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감축 폭 등을 반영하는 ‘에너지 효율 계수’나 ‘배터리 효율 계수’가 강화되거나 전 차종으로 확대 적용됐고, 재활용 가치를 고려한 ‘배터리의 환경성 계수’도 도입됐다”며 “환경 측면에서 새로 도입된 변화”라고 설명했다.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제조사들의 기술 강화를 촉진하고, 배터리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면 분담금을 내도록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보조금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더 싸고, 성능 좋고, 깨끗한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는 정부 보조금 감축에도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심리가 얼어붙지 않도록 추가 할인 혜택 및 서비스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현대차·기아·케이지모빌리티를 비롯한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나섰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6 가격을 200만원 낮추고, 기아는 이브이(EV)6 가격을 300만원 인하했다. 제주도가 정한 보조금 기준을 추가로 반영할 경우, 이브이6는 3904만원, 이브이9는 6519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케이지모빌리티도 토레스 이브이엑스(EVX) 가격을 200만원 낮췄다.

폭스바겐코리아 역시 준중형 전기 SUV ID.4 가격을 5490만원으로 200만원 인하하고, 폴스타는 중형 전기 CUV 폴스타2 가격을 5490만원으로 100만원 내렸다. 테슬라 또한 모델Y 2WD 가격을 200만원 인하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B 300 4매틱을 지역에 따라 최대 29%, 아우디는 Q4 e-트론을 9% 할인 판매한다. 보조금이 없는 1억원대 고가 차량 가격도 2천만~3천만원씩 인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줄었다고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만큼, 이를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보조금 정책 변화가 전기차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전기차 소비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성능’ 전기차 전통강자 테슬라와 ‘가성비’ 전기차 신흥강자 중국 비야디(BYD) 등의 주도로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된 전기차 가격 경쟁은 전 세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정부가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을 5700만원(2023년)에서 5500만원(2024년)으로, 다시 5300만원(2025년)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상무)은 지난 1월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신년세미나에서 2024~2025년을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동시에 보조금 정책에 의존하지 않는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로 내다봤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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